23일~12월 31일 자하문 웅갤러리 개인전
캔버스 재구성으로 입체적 회화 보여줘

[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캔버스 조각들이 모여 임시의 형태를 이룬다. 조각들은 마치 지각판처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에너지를 머금고 있지만, 지금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협조하고 있다. 원래의 형태를 암시하지만 이미 조각 난 이상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며, 움직이려는 방향을 지시하지만, 어느 조각이 얼마만큼의 힘으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다른 모양의 가능성을 품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긋나 보이는 농담처럼, 표면과 그 아래 품은 운동 에너지는 다른 이야기를 내포한다. 그러나 낯선 조각들이 만든 잠정적인 상태, 공간의 빛과 시선의 방향처럼 여러 개의 우연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하나의 필연으로 조직된다. 농담의 알고리즘이 유효하게 작동하는 현재를 눈으로 확인한다” (미술평론가 김지연)

캔버스를 재구성한 입체적 회화작업을 선보이는 김영주 작가의 개인전 ‘암시와 지시 Connotation/Denotation’가 23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자하문 웅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보편적 회화에 사용되어 온 규칙과 같은 기존의 조건들을 되짚어 보고 그것들에 역설적인 규칙을 만들거나, 맹목적인 조건을 필연적인 상태로 만드는 식의 방법론을 통해 새로운 회화를 만드는 실험을 지속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신작들은 캔버스와 물감은 물질 그 자체로 다루어진다. 처음 형태에 관한 단서, 조각들의 운동 에너지, 이들이 이루는 잠정적 상태라는 암시가 담겨 있다. 이 기표와 기의가 가리키는 곳은 작가가 구성한 규칙이다. 그의 작품 세계 안에서 추상과 구상, 회화와 조각 사이를 넘나들던 관객은 이내 작가의 다층적인 농담을 알아채고 그 재치 넘치는 구조를 즐기게 된다.

김영주 작가가 작업하는 방식은 일종의 알고리즘 조직에 가깝다. 조건을 창작하고 그것이 작용하는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복잡한 세상을 재현하는 이미지를 거두고 마치 수학이나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듯이 간결한 구조와 규칙을 관객에게 건넨다. 관객에게 구체적 서사를 오롯이 전달하는 작품들과는 달리 관객의 머릿속, 마음속에 구조를 만들어주고 각자의 의미작용을 거쳐 다른 이야기를 생성하도록 돕는 매개체가 된다.

작가의 무게회화(Weight Painting)시리즈는 지난 2019년부터 계속 선보여온 시리즈로 공백을 그린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처음부터 물감의 질량을 제한 해놓고, 캔버스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혹은 반대로 뿌려간다. 물감이 소진되면 완성이다. 작품의 제목에 안료의 무게가 정확히 표기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단위로 인해 모호한 인상을 준다.

문제의 영역(Territory of Matters)시리즈는 작가가 캔버스 조각들을 회전시키고, 처음의 형태와 달라진 부분을 칠하거나 혹은 칠하지 않고 남겨두는 특징을 볼 수 있다.

첫 선을 보이는 지점들(Vertices)시리즈는 네 개의 꼭짓점을 가진 캔버스를 갈라 여러 개의 꼭짓점을 만들고, 조각들이 맞닿으며 만들어낸 선의 형태는 조각들의 원래 모양을 내포하는 동시에 움직일 방향을 가리키는 단서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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