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액 대선 후원금을 내고 대통령 취임식에 김건희씨의 명의로 초청된 인물이 실소유한 ㄷ업체가 대통령실 경호처와 로봇개 임차 운용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통령실의 로봇개 도입 배경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경호에 로봇개를 도입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다. 올해는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임차했지만 내년에는 로봇개 구입 비용 8억원을 경호처 예산안에 반영해 공개입찰에 유리한 고지에 섰다.

해당 업체는 경호용 로봇개를 생산한 미국 ㄱ사의 한국법인과 지난 5월 총판 계약을 맺었는데, 4개월 만에 대통령실과의 수의계약이 성사돼 대통령 부부와의 사적 관계가 계약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스평가정보의 지난달 신용분석보고서를 보면, 이 업체는 재무건전성이 매우 좋지 않은 회사로 확인됐다. 2019년과 2020년 매출액이 제로 상태고 지난해에 겨우 8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3년 동안 2억~5억 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3.82%고 부채비율은 2515.5%다. ㄷ업체의 감사는 드론과 휠체어 사업 등으론 “이득 본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된 점은 ㄷ업체의 전 대표이자 현 이사인 서모(62)씨가 로봇개 임차 계약 전부터 윤 대통령 부부와 관계를 맺어온 정황이 명확하면서다. 서씨는 지난해 7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후원금 1천만원을 냈다. 윤 대통령의 후원자 2만1279명 가운데 법정 최고 한도인 1천만원을 낸 사람은 50명뿐으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윤 대통령의 후원을 권유했다고 한다.

경호·로봇 전문가들은 지능형 폐회로텔레비전(CCTV)이나 드론 등 이미 상용화된 무인 경호 체계가 많은데 검증되지 않은 로봇개를 대통령 경호에 투입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안정성이 중요한 대통령 경호에 상용화가 되지 않은 로봇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외국에서도 로봇개가 대통령 경호를 맡는 사례가 거의 없고, 기술적으로도 완성되지 않은 단계라는 지적이다.

김기원 대경대 교수(군사학)는 한겨레에 “최고 수준의 경호를 받아야 하는 대통령실에서 활용된 선례가 별로 없는 로봇개를 당장 투입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며 “민간이나 군이 먼저 운용하고 검증한 뒤에 도입해도 충분하다. 군에서는 새로운 무기체계를 도입할 때 시험 평가와 검증에 5~10년의 시간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류태웅 동신대 교수(군사학)는 “로봇개가 사람이 볼 수 없는 사각지대를 확인하는 등의 실용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 경호까지는 아직 시기상조로 외국에서도 대통령 경호에 로봇개가 투입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겨레 보도에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로봇개 사업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때부터 경호처에서 검토해 오던 사업”이라며 “투명한 성능평가 절차를 거쳐 임차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별다른 근거 없이 ‘특혜’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또 “임차 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6월 10일부터 26일까지 로봇개를 상용화한 유일한 업체 2곳 모두를 참여시켜 17일간의 ‘성능평가’를 거쳤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 전문가·경호처 내부 직원이 참여한 ‘성능시험검증단’의 엄격한 검증을 거쳤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이 대통령 부부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라며 “대통령실을 둘러싼 각종 수주에 계속 논란과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실 경호 로봇개, 고액 후원자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선물입니까?”라고 묻고는 이같이 말했다.

임 대변인은 “이번에는 전문가들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우려하던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로봇 사업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라며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액 후원을 하고 취임식에 초청받았던 인물의 업체가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저 리모델링 공사의 수의계약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는데 경호 로봇개까지 대통령의 고액후원자가 관여되어 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대통령과 사적 인연이 있어야만 대통령실 사업을 따낼 수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실력이 아닌 배경이 더 중요해진 것인가?"라며 "공사 구분 못하는 대통령 부부가 사적 인연을 앞세워 각종 이권과 연결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도록 지도자로서 모범을 먼저 보이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23일 대통령 경호처의 개 모양 경호 로봇(로봇개) 임차계약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선 후원금 1천만 원을 낸 서모 씨가 이사인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1천800만 원 규모 로봇개 임차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서 씨 부부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의로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다고도 보도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임차계약 체결 전인 6월 10∼26일 로봇개를 상용화한 두 업체를 모두 참여시켜 성능평가를 거쳤고,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성능시험검증단의 엄격한 검증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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