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교보생명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팔 권리) 가치 평가 과정에서 행사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부적절한 공모 혐의를 받는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와 어피니티컨소시엄(FI) 관계자들에게 검찰이 2심에서 1심과 같은 최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공인회계사법이라는 행정법 위반이 아닌 총 1조원대 이익을 노린 대형 경제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봤다는 것이 교보생명 측의 설명이다.

23일 서울고등법원 제1-1형사부는 FI 주요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관련 2심 결심 공판을 열고, FI 관계자 2인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에 대한 2심 판결 선고기일을 내년 2월 1일로 예정했다.

이번 공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들의 불법적인 공모 정황이 명백한 만큼 1심과 같은 최고 징역 1년 6개월과 1억 원 이상의 추징금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앞서 1심 결심 공판에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2인에 대해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 2670만 원을 구형했다. FI 관계자 2인과 계산업무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1인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날 공판은 4차 공판에 이어 변호인단의 프레젠테이션, 검찰 구형,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 순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FI가 교보생명 지분 24%에 투자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허위의 가치평가를 통해 투자손실을 8000억 원대 투자이익으로 둔갑시켜려다 실패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공인회계사법이라는 행정법규 위반으로 기소돼 유무죄가 다퉈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총 1조 원의 경제적 이익을 노린 대형 경제 범죄라고 짚었다는 것이 교보생명 측 해석이다.

앞선 네 차례 2심 공판에서 검찰은 FI와 안진 회계사들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정황이 담긴 244건의 이메일 증거를 제시했다. 해당 이메일에는 FI와 안진이 결국 소송으로 갈 확률이 높으니 가능한 유리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결과 값을 높이자고 공모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특히 FI는 안진 측에 이메일을 보내 가치평가방법 등의 수정을 지시했고, 이들은 모든 단계 과정마다 필요한 자료 정보, 수시 산정한 결과값까지 완벽하게 공유한 것으로 이메일에 나타났다. 그 결과 교보생명 1주당 풋옵션 행사가격은 시장가치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40만 9000원으로 높아졌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FI는 안진 회계사에 평가방법에 따른 풋옵션 가격을 적어주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등 가치평가를 주도하기도 했다. 반면 안진 회계사들은 FI 측에 시나리오별 풋옵션 계산 결과를 컨펌해주면 그대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며 고객에 유리한 결과 값을 만들기 위한 단순 계산기 역할에 집중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은 "FI이 보유한 지분 24% 가운데 재무적투자자 누구도 과반수를 차지하는 곳이 없었다"며 "재무적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했을 때 투자금 회수가능금액을 미리 산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풋옵션 가격 최종 결정이메일은 반드시 필요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지난 9월 검찰의 증인 신문 과정에서 드러난 회계사들의 일탈 행위를 징계해야 하는 공인회계사회에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회계사회는 안진 회계사들과 FI 관계자들 사이에 원하는 풋옵션 가치 결과 값을 위해 주고받은 문서가 240건 이상 있음에도 이를 공모행위가 아닌 통상적 업무 협의로 판단하며 '조치없음' 의견을 냈다.

검찰은 회계사회 판단을 주도한 한 심의위원에 FI와 안진의 공모정황이 담긴 이메일 증거자료를 본적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검찰은 "증인은 244통의 이메일과 컨펌이메일, 결정이메일 등을 모두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그는 자신이 확인한 자료만을 보고 판단을 했을 뿐 한공회의 최종 '조치없음' 판단은 누가 결정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이메일, 컨펌 이메일을 피고인 측이 한공회에 제출했다고 주장하는데 한공회에서는 적극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 특히 증인은 이런 자료를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과연 한공회 결정이 결정 이메일이나 컨펌 이메일까지 아니면 244통의 이메일의 전체적인 흐름까지 모두 다 파악하고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로 예정된 금융위원회의 공인회계사회 대상 종합감사에서도 회계사회의 안진 소속 회계사 부실 징계 배경과 관련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검사 측은 "신창재 회장과 FI와의 중재판정부 결과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사사건 절차의 기소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겠다고 기재했다"며 "하지만 1심 판결부는 이를 마치 회계사법 위반에 대해 실체 판단이 이뤄진 것처럼 인용하고 있다. 이 부분은 반드시 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검찰은 1심 무죄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회계사회 '조치없음' 결론 판단에 객관성 문제가 드러난 만큼 1심 재판부 판결의 파기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평가결과를 최대치까지 부풀리지 않았다거나 평가방법·인자·최종 가격 등에 대해 평가자와 의뢰인 간 논의는 많을수록 좋다는 1심 재판부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끝으로 "최근 들어 합리적인 가치평가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지난 기일에서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옛말이 있다'는 말을 했다. 재판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진회계법인 측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안진 회계사들이 교보생명 가치평가를 하며 통상의 가치평가 업무에서 수행하던 방식대로 의뢰인과 소통했고 객관적인 평가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보생명의 비협조로 자료 제공이 제한되는 이례적인 상황임에도 업무 초기부터 여러 평가방법과 평가인자를 고려하며 최대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였을 뿐인데, 이 사건 근저에 있는 신창재 회장과 FI의 민사분쟁 와중에 휘말려 영문도 모른 채 형사재판을 받으며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FI 측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신창재 회장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련 민사책임을 면탈하기 위하여 형사절차를 악용하는데 있다"며 "관련 중재 판정 및 여러 법원의 판단이 모두 검사의 주장과 상반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검사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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