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의 도전 (上)
전문 인력은 2000여명인데 파는 곳은 5000여곳
지속적 관리 어려워 '애물단지' 되기 쉬운 보청기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난청 인구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4년 뒤인 2026년 우리나라의 난청인구는 300만 명, 2050년에는 최대 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대한이과학회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의료기기 중 하나인 보청기는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소비자원 의료기기 불만 1위가 보청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표준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국내 청각서비스 사업의 수준을 진일보하는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는 곳이 있다. 파인이노베이션이다. 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를 만나 국내 보청기 업계의 아쉬운 점부터 발전시키기 위한 그의 포부까지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청각 서비스, 시장은 커지는데 전문가는 부족하다"
[인터뷰]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의 도전 (上)

"고가의 보청기,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SW 만들겠다"
[인터뷰]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의 도전 (下)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보청기에 대해 이해하려면 난청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청각서비스 사업에 대한 취재를 위해 기자가 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가 처음으로 한 이야기다. 사실 보건의료계 기자로 10년 이상 활동해 온 바 있어도 청각서비스 사업에 대해 많이 듣기 어려웠다. 그만큼 폐쇄적인 시장이기도 했지만, 보청기에 대해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이다.

참고로 파인이노베이션은 한림대학교기술지주회사 산하 회사로, ISO21388 보청기적합관리인증 사업장인 파인히어링케어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ISO21388 보청기적합관리인증은 보청기적합관리 국제표준 ISO21388을 기반으로 한국표준협회와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공동으로 개발한 인증제도다. ISO21388은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이정학 총장팀이 제안한 '보청기적합관리'(Hearing aid fitting management)를 토대로 2020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공식 제정된 가이드라인이다.

최적화된 보청기적합관리 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 보호 및 만족도를 제고하고 국제표준에 부합한 보청기적합관리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립됐으며, 보청기 사용자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시설, 장비, 프로세스, 전문가 역량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파인이노베이션은 최근 디지털 첨단기술과 헬스케어를 융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 (사진=뉴스프리존)
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 (사진=뉴스프리존)

 

난청에 꼭 필요하지만 서비스는 미비

김동욱 대표에 따르면 보청기는 난청에 대해 이해해야 하고, 난청은 청각에 대한 학문부터 이해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근시나 난시를 난청이라고 생각하고 비교를 하는데, 난청은 특정한 색을 인식하기 어려운 색맹에 가깝다. 피아노 건반이라고 생각을 해 보면 건반이 다 작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마다 피아노 건반이 망가진 것에 가깝다.

따라서 특정한 소리가 잘 안 들리며, 주파수가 높은 음에서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나이가 35살이 넘으면 약한 난청이 시작되며, 노인성 난청은 이 고주파를 못 듣기 시작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언어는 자음과 모음으로 이뤄지는데, 이 중 자음이 고주파음에 속한다. 따라서 난청이 있으면 자음을 잘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연속된 음도 잘 구분 못하게 되고 뭉개진 소리로 듣게 된다. 오디오 볼륨 천천히 올리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끼는데, 난청이 생기면 어느 정도 볼륨을 높이기 전까지는 안 들리다가 갑자기 너무 크게 들린다고 한다. 따라서 보청기라는 것이 소리의 높낮이, 크기 등을 다 고려해서 개인에 맞춰서 조절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난청에 대한 치료법은 거의 없다. 90%가 달팽이 관 내 에 있는 신경기관의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데, 고막의 이상이나 중이염 등과 달리 아직 치료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보청기 외에 답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보청기는 난청 환자에게 있어 필수적인 존재인 동시에 매우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보청기는 처음 사용하고 나서 꽤 장기간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청력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관련 시장 성장에 비해 보청기 관리를 위한 서비스는 부족하다는 것이 김동욱 대표의 설명이다.

파인이노베이션 내부. 청각 검사실부터 청각기기 적합실 등이 갖춰져 있어 청각 검사부터 보청기 조정까지 가능하다. 보청기는 특정 제품이 아닌 다양한 제품을 사용자에 맞춰 권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사진=뉴스프리존)
파인이노베이션 내부. 입구(왼쪽 위)에 들어서면 청각기기 적합실(오른쪽 위), 청각 검사실(오른쪽 아래) 등이 갖춰져 있어 청각 검사부터 보청기 조정(왼쪽 아래)까지 가능하다. 보청기는 특정 제품이 아닌 다양한 제품을 사용자에 맞춰 권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사진=뉴스프리존)

 

문제는 '전문 인력 부족'

김동욱 대표에 따르면 보청기는 선천적으로, 혹은 어릴 때 난청이 생기면 평생 사용해야 하고, 65세 이상 되면 3명 중에서 1명 정도는 어느 정도의 난청이 생기기 때문에 시장이 매우 크다. 하지만 국내 보청기 사업은 그렇게 성숙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짧은 국내 청각 관련 학문과 보청기 사업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청각에 대한 학문인 오디올로지(Audiology, 사람의 청각 특성과 인지 감각에 관한 연구)는 생긴지가 100년이 채 안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2차 대전 이후 폭발음으로 인해 난청을 가진 군인이 늘어나면서 만들어졌다.

다른 의학, 의료기기 분야에 비하면 이는 매우 짧은 편이다. 그런데 국내의 오디올로지 학문의 역사는 더 짧다.

국내에서는 이정학 현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만든 뒤, 귀국해서 1994년 한강성심병원에 난청클리닉을 만들고, 관련 학회를 1998년 만드는데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오디올로지 연구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정학 총장은 한국청능사협회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인연으로 관련 석사 과정이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당시 한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 생겼고, 이 교육과정이 첫 청각학과 교육 과정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서 3, 4년 뒤 춘천에 있는 한림대학교에 학부 과정이 생겼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오디올로지 교육 과정의 시작이다.

참고로 현재 파인이노베이션이 보청기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파인이노베이션은 병원 기반 인공기능(AI) 및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한림대의료원의 기술지주사다. 즉, 이 곳에서 청각 관련 사업을 시작한 것은 한림대의료원과 관계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이정학 현 총장과 관계가 깊다.

문제는 이처럼 역사가 짧다보니 국내에서 청각 관련 전문 석사나 학부 교육을 받아서 사회에 배출된 사람이 약 2000명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보통 하는 일이 의료기관 내 청각 검사, 보청기 관련 업무, 산업 청각 관련 연구 등이다 보니 정작 난청 환자에게 보청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력은 이 2000여명 중에서도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보청기를 판매하는 곳은 5000곳이 넘는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병원에서도 검사를 하는 곳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보청기 판매점에서는 청각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제 2관에 위치한 파인히어링케어 강남점. 현관 왼쪽 간판에 'ISO 21368 보청기 적합관리 인증사업장'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뉴스프리존)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제 2관에 위치한 파인히어링케어 강남점. 현관 왼쪽 간판에 'ISO21388 보청기 적합관리 인증사업장'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뉴스프리존)

 

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왼쪽)가 ISO 21388 보청기적합관리 인증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프리존)
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왼쪽)가 ISO21388 보청기적합관리 인증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프리존)

 

물론 한국청각협회 및 보청기 업계에서도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부족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청기 관련 전문 인력이 중요한 이유는 보청기 관련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까다롭기 때문이다. 파인이노베이션의 경우 개개인에 맞춰 보청기를 세팅한다고 해도 착용자가 적응하는 기간을 몇 주에서 몇 달까지 보고 있다. 때문에 기본으로 서비스 기간이 12주에 달한다. 그러나 보청기를 판매하는 곳은 초기 세팅 이후 서비스까지 책임지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청각 관련 교육 기관이 처음 생긴 것이 1996년 말이에요. 그러면 보청기를 파는 분들은 어디서 교육을 받았을까요? 대학도 없고. 보청기 회사 같은 곳에서 어떤 사람은 몇 시간, 어떤 사람은 몇 달 교육을 받고 보청기를 팔아 왔습니다. 보청기라는 게 특별히 자격증이 있어야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즉, 보청기를 필요로 하는 난청 환자는 매우 많은데 비해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보청기 시장은 '판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보청기, 비싼 애물단지가 되기 쉬운 이유

보청기는 수명이 4~5년에 불과한데, 스마트폰 이상으로 비싼데다, 한 쪽만 300만~700만 원에 달하는 제품도 있다 보니 사람들이 관리를 추가로 돈 주고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가의 물건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스마트 폰은 기계 가격을 내고, 통신 서비스 비용을 별도로 내죠? 그런데 보청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보청기는 별도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판매처에서 기계 가격과 관리 서비스를 모두 제공합니다. 여기에 많은 유통회사들이 할인 경쟁을 하죠. 그런데 원래 서비스 가격까지 받고 관리를 해야 함에도 기계 가격을 깎아 줄 수 없으니 서비스 가격만 깎아 주는 상술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즉, 판매만 하고 관리가 안되는 거죠."

여기에 판매점의 한계가 더 있다. 안경점은 한 곳에서 여러 개의 렌즈를 팔지만, 보청기 판매점은 대부분 한 곳과 계약을 맺는다. 따라서 해당 브랜드 제품과 잘 맞을 수도, 잘 안맞을 수도 있다.

결국 보청기 판매자들이 아무리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도 소비자를 더 케어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보청기 시장이 운영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동욱 대표에 따르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뒤 초반에 적응에 실패하거나, 적응을 하더라도 지속적인 조정이 되지 않아 결국 불편한 물건이 돼 비싼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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