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의 도전 (下)
VR·원격까지 지원하는 SW 개발부터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국내 보청기 판매점들과 상생하겠다"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난청 인구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4년 뒤인 2026년 우리나라의 난청인구는 300만 명, 2050년에는 최대 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계(대한이과학회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의료기기 중 하나인 보청기는 제대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소비자원 의료기기 불만 1위가 보청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표준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국내 청각서비스 사업의 수준을 진일보하는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는 곳이 있다. 파인이노베이션이다. 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를 만나 국내 보청기 업계의 아쉬운 점부터 발전시키기 위한 그의 포부까지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청각 서비스, 시장은 커지는데 전문가는 부족하다"
[인터뷰]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의 도전 (上)

"고가의 보청기,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SW 만들겠다"
[인터뷰]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의 도전 (下)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전편에 이어] 결국 소비자들이 고가의 보청기를 사더라도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개선책은 오랜 기간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국내에 청각 관련 학문의 문을 연 이 중 하나인 이정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새로운 길을 열게 된다.

2020년 3월, 이정학 총장과 청각언어치료학과 교수진의 제안을 바탕으로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에서 '보청기 적합 관리 국제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인정받은 것이다. ISO 인정 7년 전부터 이정학 총장 연구팀의 연구를 바탕으로 꾸준한 연구가 이뤄진 결과였다.

참고로 국제 표준의 내용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는 보청기 관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준 이상의 공간이나 장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2년 이상 관련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보청기 관리의 절차, 그리고 마지막은 윤리 규정이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는 되지 않았고, 그냥 묻혔다는 것이 파인이노베이션 김동욱 대표의 설명이다. 보청기 시장이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상자가 한정적이어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던 것이다.

글로벌 표준 이어 새 도전 나서는 파인이노베이션

대신 파인이노베이션은 ISO를 받은 것에서 끝나지 말고 국내 인증 제도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기획을 세우게 됐다. 그래서 올해 4월 22일 국제표준 인증센터를 만들어 인정받았고, 보청기를 다루고, 검사하고 서비스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국제 표준에 맞춰서 진행하는 첫 번째 센터를 만들었다. 현재 이 센터는 대구와 대전, 광주와 서울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생각을 조금 바꿨습니다. 우리나라에 좀 의미 있게 좀 바꿔보자. 그래서 한국표준협회에 '인증제도'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죠. 한국표준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으로 60년 정도 됐지만, 인허가 표준 관리를 하는 것이 28개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28번 째였죠"

파인이노베이션이 만들고자 하는 국내 인증 제도는 서비스, 정확히는 '피팅'에 대한 것이다. 파인이노베이션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국어로 한국 사람한테 한국 환경에 맞게 만든 피팅 소프트웨어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지금의 보청기들은 다 피팅 소프트웨어가 외국 회사가 영어권이나 아니면 다른 나라로 테스트한 임상 데이터를 한국 사람한테 맞춰준다. 영어하고 한국말하고 구조가 많이 다르다. 파인이노베이션은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에서 개발한 피팅 소프트웨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팅은 좋은 보청기를 구매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인이노베이션 측에 따르면 1990년대 한 설문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난청 원인에 5대 원인 중에 하나가 잘못된 보청기의 사용이 있었다.

VR부터 원격 서비스까지 … SW 만드는 이유

현재 파인이노베이션은 '인증제도'를 위해 새로운 피팅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 시스템의 목표는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관련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관리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관련 특허도 받았고, SW도 본격적인 성과를 내 놓는 단계에 이르렀다.

SW를 만드는 이유는 우선 '품질'이다. 어느 누가 서비스를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를 국내 표준협회와 함께 정부가 인증을 관리하도록 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3년마다 인증을 갱신하도록 하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SW에 대한 아이디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활성화 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찾아오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얻었죠. 아직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W 제작은 이미 어느 정도 틀을 갖추고 있다. 현재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관리 소프트웨어도 개발했고, VR(가상현실)을 이용한 테스트도 할 수 있게 했다. VR 기기를 사용하면 난청 환자는 실제 방 안에서 어떤 소리들이 안들리는지 확인 할 수 있다.

기자는 이날 인터뷰 뒤 직접 제작 중인 VR(가상현실) 소프트웨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앞 화면에 보이는 것이 가상현실 속에서 보이는 장면. 현재 스위치를 키고 끄거나, 문을 닫고 여는 소리, 물소리, 벨소리와 현관문 여는 소리, 설겆이나 가스레인지 키는 소리 등 다양한 생활 속 소리 들을 체험하면서 청각을 테스트하고, 훈련할 수 있었다. (사진=파인이노베이션)
기자는 이날 인터뷰 뒤 직접 제작 중인 VR(가상현실) 소프트웨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앞 화면에 보이는 것이 가상현실 속에서 보이는 장면. 현재 스위치를 키고 끄거나, 문을 닫고 여는 소리, 물소리, 벨소리와 현관문 여는 소리, 설겆이나 가스레인지 키는 소리 등 다양한 생활 속 소리 들을 체험하면서 청각을 테스트하고, 훈련할 수 있었다. (사진=파인이노베이션)

앞에서 설명했듯, 난청자들은 특정한 소리를 못 듣는데, 물이 '졸졸졸졸' 새는 소리, 벨 소리, 창문 여는 소리 등을 가상현실 속에서 체험하면서 본인이 어떤 소리를 못 듣는지 확인할 수 있고, 보청기를 낀 상태에서 적응 훈련도 가능하다. 말소리 연습이나, 청능 재활(가칭) 서비스도 할 수 있다. 기자가 파인이노베이션을 방문 했을 때 VR 공간에서 확인활 수 있는 소리는 총 17가지였으며 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원격에서 청각 검사를 하는 서비스를 하는, 두 번째 국제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보청기 적합 관리 국제표준 가이드라인' 아래 두 번째 워킹 그룹으로 ISO에서 허가 받고, 같은 해 12월부터 한국표준협회의 매치업 과제로 원격 서비스 표준을 연구 중이다. 이 과제는 올해 11월까지 진행된다.

이번 표준까지 확립이 되면 지역이나 시간에 상관없이 베트남이든 미국이든 어디든지 동일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파인이노베이션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하루 10시간 사용하는 보청기, 귀 모양 맞춤까지 챙긴다

마지막은 '프리미엄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보청기를 파는 것 보다는 장기적으로 피팅 서비스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난청 환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고령인구가 늘고, 점점 소득도 많아지다 보면 제대로 서비스를 한번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프리미엄 피팅 서비스하는 곳과 일반 판매점을 찾는 이들이 나눠질 것을 보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일종의 '애프터 마켓'(after market)이다.

기자가 청각 검사실에서 직접 청각 검사를 체험하고 있다. 단순히 왼쪽, 오른쪽에서 들리는 소리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안경원에서 꼽꼽하게 검사를 하는 것처럼 양쪽 귀 별로 어떤 소리가 잘 들리는지 시험해 볼 수 있었다. (사진=파인이노베이션)
기자가 청각 검사실에서 직접 청각 검사를 체험하고 있다. 단순히 왼쪽, 오른쪽에서 들리는 소리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안경원에서 꼽꼽하게 검사를 하는 것처럼 양쪽 귀 별로 어떤 소리가 잘 들리는지 시험해 볼 수 있었다. (사진=파인이노베이션)

 

프리미엄 서비스에서는 소소한 부분까지 챙기게 된다. 예를 들어 보청기 착용자를 위해 이어팁(ear tip, 이어폰 등에서 귀에 들어가는 부드러운 부분)을 맞춤형으로 만들기 위한 귀 본까지 뜬다. 김동욱 대표는 "이어폰도 2시간 이상 들으면 불편하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일할 때 귀에 이어폰이 잘 맞는 사람은 70%에 불과했다. 보청기는 하루 평균 10시간 씩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이미 호응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인을 따라 왔다가 수백만 원을 들여 맞춘 보청기 관리를 맞추는 경우도 있고, 활동이 맞지 않은 편임에도 맞지 않는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존 방식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향으로 갈 것

이같은 파인이노베이션의 사업은 기존 청각서비스 사업 시장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특히 기존 판매 업자들로부터 반발이 있지는 않을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김동욱 대표는 "기존 보청기 판매자들과의 충돌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시장이 잘못됐다고 바꾸는 것이 아니라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사실 김 대표의 설명대로라면 기존 청각서비스 사업 시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신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적합실에서 청각 검사 결과를 듣고 있는 기자. 검사 결과는 주파수 별로 꼼꼼하게 체크해 주었는데, 어떤 소리가 잘 들리고, 어떤 소리가 잘 안들리는지 확연하게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오른쪽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 파형이 보이는데, 이 파형이 고르게 나올수록 좋은 결과이며, 난청이 있으면 특정 소리가 잘 안들리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파인이노베이션)
적합실에서 청각 검사 결과를 듣고 있는 기자. 검사 결과는 주파수 별로 꼼꼼하게 체크해 주었는데, 어떤 소리가 잘 들리고, 어떤 소리가 잘 안들리는지 확연하게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오른쪽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 파형이 보이는데, 이 파형이 고르게 나올수록 좋은 결과이며, 난청이 있으면 특정 소리가 잘 안들리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파인이노베이션)

 

실제로 파인이노베이션에서 만드는 소프트웨어의 목적도 단순히 검사를 하고 보청기를 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검사하는 사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하며, 꾸준히 잘 활용할 수 있도록 IT 기술을 이용해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생이라는 개념에서 IT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욱 대표는 "약 20년 동안 이정학 총장이 쌓은 노하우를 받았고, 이제 소프트웨어도 만들고, 그동안 국제 표준화대로 하나씩 해가면서 메타버스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며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판매에서 이득을 볼 계획은 없다. 보청기는 우리 쪽에서 안사도 된다. 지금은 아직 서비스가 준비가 안 됐지만, 올해 말부터 서비스만 필요한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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