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스포츠 심폐소생술②: 홈&어웨이, 대학팀이 아닌 우리팀

[명효종 기자]= 아마추어 스포츠 최고봉이자, 프로 진출 전 선수들이 거치는 마지막 무대인 대학스포츠. 2년 동안 연세대학교 스포츠 매거진 기자로 일하며 보고 배운 대학스포츠의 아쉬웠던 지점들과 발전 방향을 논해보고자 한다. 과연 대학스포츠는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반등할 수 있을까.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 데에도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 연세대학교 농구부 감독 최희암이 선수들에게 했던 말이다. 비단 프로스포츠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스포츠 역시, 프로스포츠에 비해 그 중요도는 작을 수 있지만 팬이 스포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한때 침체기를 맞았던 대학스포츠가 다시금 하나의 문화생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U-리그에서 홈 앤 어웨이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홈 앤 어웨이(홈그라운드에서 상대를 맞아 경기) 제도는 간단히 말해 각 학교의 체육관, 운동장 등이 해당 학교의 홈구장이 되어 대회를 치르는 것이다.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이하 KUSF)의 해당 제도 도입 목적은 학생 선수들이 더욱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과 공부를 모두 수행하는 동시에, 대학생 관중을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비록 경기장 상태, 설비 관리 등을 대회 수준에 맞게 일일이 관리해야 하며 관중 통제 등 부가적인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홈 앤 어웨이 제도는 그만큼의 성과를 가져왔다. 학생 선수들과 함께 수업을 함께 들었을 때 KUSF에서 주최하는 각 학교에서 열리는 U-리그로 인한 결석은 부득이하게 수업과 경기 날이 겹친 경우를 빼고는 없었던 반면, 그 외 협회에서 주최한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오랜 시간 지방에 머물며 수업을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재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공강 시간에 체육관이나 운동장 근처에 머물다 경기를 관람하는 등 새로운 관중을 유치하는 효과 또한 뛰어났다. 능동적으로 경기를 관람하러 경기장에 가야하는 프로스포츠와 다르게, 생활권 내에 경기장이 있는 대학스포츠는 접근성 면에서 훨씬 뛰어났다. 부가적으로 학생들이 직접 ‘최애’ 선수를 뽑아 응원하며 선수들이 재학생들에게 마치 학교의 아이돌과 같은 대우를 받는 장면 또한 목격할 수 있었다. 실력을 중심으로 언론에서 보도를 통해 대학스포츠 스타를 만들었던 과거와 달리, 직접 학생들에 의해 대학스포츠 스타가 발굴됐다. 경기 종료 후 여준석, 박무빈 등 고려대학교 농구부 선수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려는 줄이 홈 앤 어웨이 경기의 장점을 대변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해 프로에 진출한 선수들도 때때로 시간을 내 경기장을 방문하며 홍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작년까지 코로나19로 외부 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렸지만 올해부터 다시 연세대학교에서 경기를 출장하고 있는 연세대 농구부(사진 연세대 스포츠 매거진 시스붐바)
작년까지 코로나19로 외부 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렸지만 올해부터 다시 연세대학교에서 경기를 출장하고 있는 연세대 농구부(사진 연세대 스포츠 매거진 시스붐바)

하지만 이런 홈 앤 어웨이 경기의 장점이 대학 농구, 그중에서도 연세대와 고려대에 한정으로 일어난다는 점이 안타깝다. 홈 앤 어웨이가 진행되는 축구, 아이스하키의 경우 관중 중 재학생 비율이 현격히 낮다. 타 학교의 경우에도 취재를 가보면 여전히 관중의 환호가 없는 조용한 경기장에서 경기를 뛰는 형편이다. 홈 앤 어웨이에 큰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제대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스포츠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농구의 경우, 총 12개 참여 학교 중 8개 학교가 서울에 있다. 그리고 조선대학교를 제외한 3개의 학교는 이원화 학교로, 절반의 캠퍼스를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중 4개의 학교만이 본 캠퍼스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경희대, 중앙대를 비롯한 학교들이 본캠퍼스가 아닌 분교인 서울 이외 지역에서 경기를 연다. 서울과 같이 많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없는 분교 학생들이 스포츠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각 지방 구역에서 1개의 학교만 출전할 수 있는 전국체전에서 이점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분교에서만 경기가 열리다 보니 운동부의 학교 대표성이 희석되곤 한다. 학생 수, 외부인들의 주목도 역시 본캠퍼스에 집중되는 만큼 운동부의 학교 홍보 효과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성균관대, 건국대와 같이 본캠퍼스 이외 지역에서 경기가 열리는 학생들의 경우 운동부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일정 경기 수는 양 팀의 합의하에 본캠퍼스에서 여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재학생들에게는 운동부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동문들에게는 더 큰 대표성을 띠고 뛰는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각 학교의 사정으로 인해 지방에 팀을 두는 경우, 지역 사회와의 긴밀한 관계를 맺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발전할 수 있으면 한다. 지난 상주에서 열린 MBC배에서는 주변 지역 농구팬과 농구 선수를 꿈꾸는 유망주들이 경기를 보러 오며 관중석을 채웠다. 대학스포츠가 충분히 유흥 가치를 가진 만큼 지역 차원에서의 홍보가 더 이뤄졌으면 한다.

홈 앤 어웨이라는 좋은 제도로 관중을 불러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관중을 붙잡아 두는 것이다. 기존 스포츠를 좋아하는 비율이 높은 20대 남학생들의 경우, 화려한 플레이와 뛰어난 경기력이 다음번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반대로 20대 여학생들은 팀이 아닌, 선수의 팬으로 스포츠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다. 양 집단 모두 선수들의 개성이 드러나야 붙잡을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학팀의 플레이가 선수들의 창의성과 스타일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춰 대학스포츠를 다루는 각 언론과 학보사 역시 선수들의 개성을 다뤄준다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팬이 된 학생들이 경기장을 찾아줄 것이다. 프로스포츠 역시 선수들이 플레이어가 아닌 스타로 팬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만큼 홈 앤 어웨이는 다시금 농구대잔치 시절처럼 선수들을 대학 스타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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