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의 메시지버스] 윤석열 정권의 본질적 성격은 부패한 지방토호들의 연합정권

윤석열이 안철수만 쏙 빼놓은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장제원, 권성동, 이철규, 윤한홍 등의 윤핵관들을 일제히 집합시켰다. 경제위기와 안보위기가 맞물린 복합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탈출시킬 방안을 강구하려는 모임은 아니었다. 대선 당시 득표율과 비교해 형편없이 추락한 여론조사 지지율에 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모색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참석자 전원이 배우자들까지 동반해 즐겁고 유쾌한 저녁 만찬을 즐겼다는 게 언론의 전언이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자웅을 겨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법처리되기 일보 직전이다. 윤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당권을 장악하는 데 걸림돌로 지목됐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친윤들 일색의 윤리위를 통해 공공연하게 숙청당했다.

그럼에도 윤석열에게 눈치 없이 여전히 저항하려는 인물들은 강신업 변호사 유형의 정권의 전위대가 알아서 척척 제거해주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도, 고금리와 고물가와 고환율이 야기한 민생경제의 총체적 난국도, 이태원에서 발생한 미증유의 비극적 참사도 윤 대통령과 그의 심복들인 윤핵관들에게는 그저 남의 나라 일처럼 여겨지는 모양이다. 팍팍한 살림살이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이 윤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수개월에 걸친 요란한 인테리어 공사 끝에 한껏 화려해졌을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부하들을 동부인해 불러 모아 희희낙락하는 식사자리를 마련하지는 않았을 테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단일화 선언후  지난 7일 경기 하남  스타필드 광장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최문봉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에서 윤핵관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철수의 운명은 이준석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사진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단일화 선언후 지난 3월 7일 경기 하남 스타필드 광장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최문봉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윤핵관들과 관저에서 만찬을 가졌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다수의 국민들, 특히 서민들에게는 소설 「춘향전」 속 악덕 탐관오리 변학도가 남원 동헌에서 열었던 질펀한 술자리가 자동으로 연상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필자에게 마패가 없는 게 대단히 유감일 뿐이다.

60대 남성, 지방토호, 부잣집 금수저. 대통령이 관저로 부른 윤핵관 인사들의 평균 스펙이다. 한국사회의 전형적 기득권세력 구성원의 면면인 셈이다.

평범한 서민대중의 한 명인 필자 같은 인간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만찬자리에 초대받을 가능성은 당연히 없다.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분노가 폭발해 밤에 혼자 이불킥을 했을지도 모르는 사람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안철수 의원이다.

나는 이준석이 윤석열에게 모질게 토사구팽을 당하는 광경을 여유롭게 구경하며 철없이 박수를 쳐대는 안철수 지지자들에게 이준석 다음 차례로 용도폐기될 주인공은 안철수임을 누차에 걸쳐 경고했었다. 그렇지만 당장의 정치적 이익에 눈먼 안철수 지자들에게 필자의 경고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안철수와 그 지지자들에게 드디어 이제 진실의 순간이 도래했다. 안철수는 자신과 윤석열이 연대보증 관계로 맺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안철수 혼자만의 일방적 착각이고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윤석열 정권의 진짜 내부자들은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아래 또다시 모종의 음험한 책략을 꾸몄을 윤석열 대통령과 극소수의 윤핵관들이다. 안철수는 그들 시각에서는 영원한 이방인이자 일시적 거래처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안철수는 60대 남성이기는 할지언정 부잣집 아들도 아니고, 지방토호는 더더욱 아니다. 일반대중은 안철수를 부유층 자제로 흔히 인식하고 있다. 실상은 안철수 본인이 벤처기업을 창업해 운영하며 거액을 모았지, 안 의원의 선친은 살아생전 큰돈을 손에 쥐어본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윤석열을 위시한 현 정권 수뇌부와 안철수는 DNA부터 달랐다. 이재명과 안철수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고, 안철수와 윤석열 사이에는 한강보다도 더 넓은 태평양이 버티고 있다는 점을 안철수는 너무 늦게 깨달은 듯싶다.

윤석열 정권 탄생의 기반이 되어준 ‘세대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를 토사구팽하면서 완전히 붕괴되었다. 윤석열 정권의 통치의 효율성을 그나마 지탱시켜준 요소는 법대 출신 특수부 검사 윤석열과 의대를 졸업한 후에 정보통신기술 사업으로 성공한 이과의 모범생 안철수 간의 ‘전문가 연합’이었다. 윤 대통령이 안 의원을 노골적으로 왕따시키며 전문가 연합도 결정적 와해 단계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은 왕건의 얼굴을 한 궁예

세대연합이 무너지고 전문가 연합이 소멸될 공백을 채운 건 윤석열이 본능적으로 의지해온 토호연합이다. 윤석열은 어린 시절을 강릉 외가에서 강원도의 내로라하는 지역유지 집안 태생인 권성동과 어울리며 보냈다. 윤석열의 세계관이 권위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토호들의 세계관에 깊숙이 침윤된 연원이자 배경이다.

한국사에서 토호연합 정권의 등장이 이번 윤석열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고려 태조 왕건 역시 토호연합 정권 형식으로 나라를 세웠다. 왕건이 유별난 바람둥이가 아님에도 수십 명의 부인을 거느린 건 지방 각지 호족들과 수많은 혼인으로 엮인 탓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개혁의 반대말은 전통적으로 통합이기 마련이다. 교주 황제 궁예가 밀어붙인 과격하고 급진적 개혁 정책은 그 반작용으로 통합에 대한 염원을 낳았고, 왕건은 이러한 안정희구 열망에 신속하고 영리하게 올라탔다. 문제는 지방호족 연합정권이라는 부분 하나만 빼면 태조 왕건과 윤석열 대통령은 별다른 공통분모가 없다는 것이다.

첫째로, 윤석열은 아내가 김건희 여사 단 한 명뿐이다. 

둘째로, 윤석열은 숙적 견훤은 물론이고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마저 받아들인 왕건과는 달리 통합에 진정성 있는 열의와 관심을 좀체 보여주지 않고 있다.

셋째로, 윤석열은 개혁도 하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거칠고 폭력적이다. 윤 대통령이 이준석을 숙청한 수법은 궁예의 무도하고 악명 높은 관심법을 방불하게 만들었다. 궁예가 마구니들을 때려잡겠다는 구실로 무고한 사람들까지 철퇴로 내리쳤듯이, 윤 대통령은 시도 때도 없이 걸핏하면 검찰을 동원하여 사회를 살벌한 공포분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통합에 주력하는 것도 아니다. 개혁을 추진하는 것도 아니다. 왕건처럼 지방호족 연합정권을 수립한 다음 궁예 같이 정적들을 상대로 관심법을 남발하며 철퇴를 휘두르는 게 작금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다.

모든 비리들 중에서 제일 고약한 악성 비리가 토착비리이다. 모든 부패들 가운데 가장 뿌리 뽑기 힘든 고질적 부패가 풀뿌리 부패이다. 토착비리의 원흉도, 풀뿌리 부패의 몸통도 윤핵관들 부류의 수구반동 성향의 지방호족세력, 즉 기득권 토호들임은 굳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게다.

윤석열 정권은 성남 대장동 사건을 지방권력이 개입된 토착형 권력비리로 규정하며,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래도 이재명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방권력이었다. 반면, 윤석열이 끔찍이 총애하는 윤핵관들의 상당수는 정진석과 장제원의 경우처럼 세습된 봉건적 지방권력이다. 세습된 지방권력자들이 현재는 윤석열 주변에 윤핵관이란 완장을 차고서 죄다 몰려든 형국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윤석열 정권이 무능으로 몰락할 거라는 대다수 정치평론가들의 예측과 다르게 부패로 궤멸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제대로 무능해질 틈도 없이 부패부터 저지를 토호연합 정권 윤석열 정권 사람들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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