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미술관서 25일까지 ‘동동, 완월장취'전
동구리 캐릭터로 정신적 귀향처 환기시켜

[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동양에서의 산수(山水)란 도(道)가 구현된 물상이다. 그러기에 산수화는 삶의 가치 지향점이었다. 건축적 공간에서도 자연을 끌어들이는 차경(借景)을 했다. 더 나아가 선비들은 정자, 누각을 지어 이상적인 자연속에서 노닐었다. 결국 산수화란 추구해야 할 정신적 가치의 이미지화라 하겠다. 심미적 공간인 산수화 속엔 대부분 작은 집과 사람이 있다. 세속적인 삶에서 언젠가 돌아가야 할 정신적 귀향처라 하겠다. 권기수 작가는 이같은 전통 산수화 정신을 당대미술로 소환해 조형적 탐색을 꾸준히 해왔다. 작가는 자신만의 캐릭터 동구리를 통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은일(隱逸)한 삶이 유효함을 환기시키고 있다. 어쩌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더욱 더 요구되는 덕목일지 모른다.

권기수 작가의 개인전 ‘동동, 완월장취’가 12월 25일까지 자하미술관에서 열린다. 사람 모양을 단순화한 기호 ‘동구리’로 친숙한 작가는 과거의 산수화를 기호와 기하학적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현대적 감성을 부여한다. 작품 곳곳에 자리한 동구리는 둥근 얼굴에 항상 미소를 짓고 있다. 보름달처럼 둥근 얼굴의 동구리를 보면 과거 사대부들이 달빛 정취를 느끼며, 몽유도원을 노래하던 풍경이 떠오른다. 달을 벗 삼아 오래도록 술에 취한 완월장취(玩月長醉)의 모습이다.

동구리는 옛 문인들의 시구절처럼 오늘날에도 이상향을 찾아 매화가 가득 핀 산과 강 그리고 대나무 숲을 소요한다. 동구리가 나룻배를 타고 건너는 수면에 둥글게 파문이 일어난다. 어느 시대나 품어 온 이상향을 향한 여정이다. 예술과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염원을 반영하는 대표 기호로써 동구리는 달밤의 산과 강을 거닐며 유유자적하고 있는 것이다. 선비의 은일한 삶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사실 현대인은 조직생활 등 살아가면서 웃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동구리는 어쩌면 현대인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권기수 작가는 한국화의 전통을 잇는 방법이 단순히 붓과 먹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다. 작업방식도 디지털 밑그림을 바탕으로 그 위에 여러 층의 물감을 쌓아 정제된 맑은 색을 이끌어 낸다. 아날로그적 수공의 수고로움으로 감성적 화폭을 만들어 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하이브리드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