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황화수소 무방비 노출...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
독성유해물질 적치 장소 안전관리 더 철저히 했어야, 유해 슬러지 원료 사용 '비난' 일듯

[ 이슈진단=뉴스프리존]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지난 11월 2일 단양 S공장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유해물질 적재장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흡입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멘트 제조원료로 사용되는 슬러지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줄 수 있는 유독성 가스인 황화수소가 발생했고, 이에 노출된 작업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원료, 부원료로 사용되는 슬러지의 유해성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사망자가 황화수소라는 유독성가스를 흡입하여 심폐정지로 사망했다고 보고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조사중이다.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작업자가 슬러지를 하역한 후 탱크로리 내부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실족해 2m 아래 슬러지 저장소 거름망으로 떨어지면서 잠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슬러지 저장소에서 분출되는 독성 유해물질인 황화수소를 흡입해 질식사 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사망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정밀검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결과는 이르면 이달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하는 추락, 매몰, 끼임 등의 일반적인 사고와는 달리 유독물질에 의한 질식사라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도 시멘트 공장에서 황화수소로 작업자가 사망한 것은 전례없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고 정밀 조사 중이다.

사고가 재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시멘트 공장에 독성 유해물질인 황화수소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를 비롯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것은 물론 황화수소 노출 농도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공에서 본 단양 S공장 전경

#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는 슬러지에서 황화수소가 왜 발생했나? 

황화수소는 보통 유기물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즉, 유기물 속에 황이 들어있는 아미노산이 미생물에 의해 부패할 때 그 부산물로 황화수소가 만들어지며 흑니켈도금 등의 도금피막을 박리할 때 발생하기도 한다(도금기술 용어사전에서 발췌).

황화수소의 중독은 주로 오폐수처리, 축산분뇨처리, 각종맨홀 및 집수정 탱크 내부작업 등 환기가 불충분한 장소에서 발생하며 100ppm이상이 되면 후각이 둔해지고 장시간 노출될 경우 두통, 현기증, 메스꺼움, 구토, 기침, 권태감, 의식혼탁, 경련, 폐수종이나 폐염을 일으켜서 사망에 이르게 한다. 만성독성시에는 눈에 점상각막염이 다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간호학대사전, 1996. 3. 1. 대한간호학회 자료).

급성 중독으로서는 신경증상과 함께 호흡곤란을 초래하고 허탈·혼수 후에 호흡마비로 사망할 수 있고, 500~700ppm의 농도에 30분이상 노출되면 의식불명과 사망에 이르게 되며 700ppm이상에서는 즉사증상이 나타난다. 매우 높은 농도의 황화수소에 노출되면 감전과 같은 호흡과 심장 정지에 이르러 몇 초 또는 몇 분 후에 사망에 이른다. 

그런데 이번 성신양회 시멘트 공장 사고는 일반적으로 황화수소가 발생하는 장소도 아니고 밀폐된 공간도 아닌 곳에서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현장은 정유공장 슬러지, 반도체 슬러지 등 산업 슬러지 및 하수 슬러지 등을 저장하는 저장고로 밀폐된 장소가 아닌 상부가 개방된 저장고인 점에 비춰볼 때 단시간에 황화수소에 의한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거름망 위의 황화수소의 농도가 매우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사고자를 구조했던 근로자도 짧은 시간의 구조과정에서 어지러움 등의 황화수소 중독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사고자가 슬러지를 하역하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이미 황화수소를 흡입하여 중독 된 상태에서 의식을 잃고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작업 중 황화수소에 중독돼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더 높은 농도의 황화수소를 흡입해 사망했다면, 사망원인이 작업자의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닌 사업장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판단 될 수 있다.     

한편 슬러지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작업장 유해물질로 규정된 황화수소가 다량 발생하는 하수 등의 찌꺼기로 황화수소 배출 사업장의 노출허용농도는 15ppm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또 대기환경보전법 상 시멘트 제조시설 중 소성시설의 황화수소 대기오염방지배출허용기준은 2ppm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허용기준(ACGIH)의 노동환경 대기중 황화수소 허용농도는 5ppm으로 미국에서는 유해물질로 지정되어 있고, 일본은 노동안전위생법의 특정 화학물질(제Ⅱ류)로 지정하고 있다. 

이번 단양 S공장 사고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황화수소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확정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배출허용농도 위반에서 나아가 황화수소 발생 원인이 되는 슬러지의 유독성과 이를 원료로 생산되는 시멘트의 유해성 논란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 우리나라에서만 시멘트 원료로 사용하는 슬러지 

슬러지는 각종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로 시멘트 공장에서는 점토 대신 원료, 부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하수오니, 공정오니, 유기성하수분뇨, 폐수처리오니, 건설오니, 실리콘공정오니, 유리식각공정오니, 펄프제지폐수처리오니, 펄프제지공정오니, 공정오니, 무기성오니, 그 밖의 유기성오니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12종의 유기성오니는 우리나라에서만 시멘트 부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유기성오니류는 심한 악취를 유발하고 중금속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외국에서는 순환자원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폐수처리오니, 동식물성 잔재물, 가축분뇨 하수처리 오니, 음식물 폐기물, 분뇨처리오니 등의 유기성폐기물에는 악취를 유발하는 것 외에 비소, 납, 카드늄, 크롬, 구리, 수은, 아연, 니켈 등의 중금속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오니류의 슬러지를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점토를 사용할 경우 원자재의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처리비가 비싸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폐수처리오니의 경우 톤 당 최대 137,000원의 처리비를 받고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국립환경과학원 발표 '유기성폐기물 통합 관리방안 연구'(2012) 자료). 

단양 S공장의 이번 사고 현장은 하수오니 외에도 반도체 슬러지 정유 제조 슬러지 등의 각종 슬러지가 혼재되어 있는 저장고로 황화수소의 발생 원인 물질이 무엇에 기인한 것인지 특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슬러지의 성상 및 유해성 그리고 이러한 물질들이 혼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유해성분 등의 정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중대재해법에 해당 여부

단양 S공장 측은 이번 사고를 작업자가 하역 후 차량의 내부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를 대비해 설치한 휀스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차량에 올라가 청소를 하다 실족하여 2m 아래의 거름망으로 떨어졌고, 이후 황화수소에 직접 노출되어 질식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사건 사고는 작업자가 안전관리시설과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임의로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작업자의 과실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작업자의 과실을 전제로 하더라도 작업자가 탱크로리 청소 중 이미 황화수소에 중독 된 상황에서 의식을 잃고, 추락한 후 2차로 더 강력한 황화수소를 흡입해 사망한 상황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독성 유해물질인 황화수소가 상시 발생하고 있는 작업장에 안전관리자 없이 작업을 하는 것을 방치한 잘못 외에, 사업장 내의 황화수소 노출 허용농도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정도라면 더 철저한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사건 작업장은 폐쇄회로(CC)TV로 확인되고 있는 장소이고 사고자가 안전설비를 벗어나 작업을 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지만 통신 설비가 없어 즉시 이를 제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난 작업장에 안내,경고 방송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더라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러한 점에 주목해 안전조치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중대재해법을 적용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자가 소속된 에너지업체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 중이다.

한편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단양 S공장의 소속 근로자가 아닌 폐기물 운반·처리를 맡은 하청업체 탱크로리 기사로 단양 S공장 측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근로자이고, 하역 후 안전하게 물청소를 할 휀스를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차량에 올라 청소를 한 점 등의 사정이 중대재해법 적용에 참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단양 S공장과 사망자가 소속된 업체는 모두 상시 근로자가 50명이 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사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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