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스포츠 심폐소생술③: 과도기 속 대학 선수 선발 방식

[명효종 기자]= 아마추어 스포츠 최고봉이자, 프로 진출 전 선수들이 거치는 마지막 무대인 대학스포츠. 2년 동안 연세대학교 스포츠 매거진 기자로 일하며 보고 배운 대학스포츠의 아쉬웠던 지점들과 발전 방향을 논해보고자 한다. 과연 대학스포츠는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반등할 수 있을까.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대학 선수 선발. 2010년을 전후로 대학 선수 선발 과정에서 특히 금품 수수에 대한 의혹이 많이 제기되었고, 그중에서는 양승호 전 프로야구 롯데 감독도 포함되는 등 대학스포츠계 이외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리그의 경쟁력을 찾아가려 노력했던 대학스포츠에 큰 타격을 준 사건이었다.

그 이후 약 10년이 지났고, 현재 대학 선수 선발 제도는 과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과거와 같이 사전 스카우트로 인해 선수들이 원서를 넣기도 전에 자신이 갈 학교를 100%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신 감독이 입시 과정 속 면접에 참여해 선수 선발에 어느 정도의 힘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감독과 코치의 영향 없이 입학사정관들에 의해 입시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선수들의 대회 성적, 실기에서의 퍼포먼스가 그들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들이 된다. 이런 혼재된 상황 속에서 정당하게 선발되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선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A라는 선수가 감독이 선발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에서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 동시에, 스탯으로 진가가 전부 나타나지 않는 선수라면 제대로 된 평가받지 못한 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어느 선발 제도나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지만, 이처럼 대학마다 상이한 제도를 가지고 선발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입시 관련 문제들이 많이 터지자 많은 대학은 해당 종목 지도자들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단지 면피용으로 그런 방식을 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별로 ‘팀 컬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스포츠와 달리 대학스포츠는 4년이란 선수들의 순환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정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빌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각각 확고한 팀 컬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감독의 목소리 없이 선발된 선수들로 구성된 팀에서 팀 컬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히 리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대학 선수들이 4년 동안 자신에게 맞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며 기량이 멈추게 된다는 비판도 함께 있다.

이번 해 신입생으로 들어온 건국대 프레디 선수 (사진 연세대 스포츠 매거진 시스붐바)
이번 해 신입생으로 들어온 건국대 프레디 선수 (사진 연세대 스포츠 매거진 시스붐바)

아이러니한 점은 감독이 선발에 영향을 줄 수 없음에도 감독들은 꾸준히 고등학교 선수들과 접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당 대학에 지원하도록 부탁하는 스카우팅의 과정이 아직도 남아있는 점이다. 물론 감독이 영향을 행사할 수 없기에 금품 수수 등의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만, 정작 선발 이후에는 팀에게나 선수에게나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대학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 상위권 선수들은 합격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감독이 여전히 선발에 관여하는 일부 대학으로의 진학을 선호하며 대학리그 전력의 양극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동국대학교 야구부가 실기 평가 때 동국대학교와 무관한 야구인을 포함하길 감독과 코치진에서 요청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좁은 스포츠계에서 지원자들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야구인의 평가가 단순히 실기 평가에 의존할 수 있는지, 야구인과 감독, 코치진과의 관계가 아예 없다 할 수 있을지 등 실효성에 있어 의문을 남긴다. 오히려 비리를 막기 위한 감독과 코치를 배제한 선발의 방향성이 선수 선발을 음지화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럼 선수 입학 비리 문제가 많았음에도 현재에는 별 탈 없이 훨씬 더 많은 선수를 관리하는 NCAA는 어떨까. NCAA는 정해진 기간 동안, 협회의 허가를 받은 인원만이 고등학교 선수 리크루팅에 참여할 수 있다. 경기장 외에서 어떤 방식과 장소에서 선수와 컨택할 수 있는지 또한 모두 규정으로 정해놓는다. 즉, 감독과 코치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하되, 모든 팀에게 동등한 과정을 주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또한 선수들이 상위 대학으로 몰릴 것을 우려해, 학교마다 전액 장학금을 줄 수 있는 선수의 수에 제한을 뒀다. 한국에서 선발하는 선수들이 입시 전에 내정되었다는 문제를, 내정이 아닌 하나의 드래프트 장으로 만들어 풀어냈다.

물론 학교, 리그의 규모 등을 생각했을 때 이를 동일하게 학교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혼재된 제도를 NCAA처럼 통합 관리해줄 만한 단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KUSF가 체육특기자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될 수 있도록 대입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는 학생선수 선발 정상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국가 단체 차원에서 ‘학생선수 데이터 구축’과 ‘대입 제도 가이드라인 제시’ 등 더 과감한 방향으로 입시 제도 개혁에 힘을 실어줬으면 한다.

NCAA에서는 선수들 성적뿐만 아니라 도핑 등 선수자격을 관리하는 역할을 겸하고 있다. 대학스포츠도 최근 도핑, 학교 폭력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고생한 만큼, 해당 사업은 대학스포츠 내외부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추가로 각 종목 협회들과 원활한 협력이 가능하다면 KUSF에서 추진하는 체육특기자 경기실적증명서 개선과도 궤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대학의 입시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면 혼재된 제도 속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 것이다. 매년 교육부에서는 ‘대학 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발표함으로써 학생들의 자료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느 범위 내에서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처럼 한국의 대학스포츠 또한 NCAA처럼 독단적인 방향은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중심을 잡아준다면 지금 이 과도기를 입시 제도가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문제가 많았던 과거 입시 제도들에 비해 개선의 의지와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대학들이 나아가고 있다. 다만 좋은 의도로 시작한 변화들이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선수들의 공정한 기회,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변화의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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