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의 메시지버스] 윤석열은 유승민을 왜 질투하는가 ②

윤석열의 신센구미 윤핵관

“지지층을 넓히면 흥하고, 지지층을 좁히면 망한다.”

유명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가 되풀이해 강조해온 근대 대의민주주의 정치의 불변의 철칙이다.

“보수, 영남, 60대 남성”

집권 6개월을 맞이한 윤석열 정권의 세 가지 중심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윤핵관들에게 신센구미 역할을 부여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폭력적으로 숙청한 사태 이후로 현 정권은 이념적으로는 보수의, 지역적으로는 영남의, 생물학적으로는 60대 남성의 색깔이 가일층 강화돼왔다. 정권의 지지기반을 확장하기는커녕 위축시키는 데만 도리어 열중하는 셈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잠깐 설명을 보태면 신센구미는 바다 건너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 체제 말기에 집권세력이 휘하에 운영했던 준군사조직이다. 한자로는 신선조(新選組)로 표기되는 신센구미의 구성원들은 막부 정권의 반대파들을 겨냥해 살인을 비롯한 무차별적 테러를 일삼음으로써 크게 악명을 떨쳤다.

막부는 공식적으로는 천황, 즉 일왕을 대리해 권위와 덕망을 갖춘 세력가가 국정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허나 막부통치의 근간이 강력한 무력에 있고, 막부의 권력 역시 봉건적 왕권 같이 대를 이어 세습된다는 점에서 현대적 개념과 맥락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민심의 의지와는 무관한 권력구조인 셈이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나라의 국권을 쇼군으로부터 국왕에게 돌려준다는 ‘대정봉환’의 기치와 명분을 앞세운 덕분에 단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당시의 전근대적인 일본열도 사회의 성숙도와 눈높이에서는 통치권을 막부에서 왕가로 옮기는 조치가 민의를 떠받드는 민주적이고 정당성 있는 행동으로 간주됐다.

그렇다면 막부정치는 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퇴장을 계기로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민심의 지지와 믿음에 토대를 두지 않은 정통성 없는 자의적 지배는 죄다 퇴영적 막부정치에 불과하다. 그러한 막부정치를 고집하는 집단은 군복을 입을 수도 있고, 양복 또는 작업복을 입을 수도 있으며, 때로는 얼마 직전까지 검사복을 입었을 수도 있다.

장제원과 괴벨스의 공통점은

괴벨스는 30여만 명의 독일군 장병들이 한겨울의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에서 포위당해 궤멸하는 대참사가 발생한 직후 라디오로 방송된 ‘총력전(Total War)’ 연설로 히틀러의 나치스 제3제국이 본격적인 전시체제로 돌입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괴벨스가 게르만족판 ‘선군정치’를 선언하기 전까지의 독일은 전면적인 총동원체제를 아직 채택하지 않은 상태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흥미로운 사실은 남녀노소를 망라하는 모든 독일 민중이 전쟁의 승리를 위해선 최전방에서 전투하는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가혹한 고난의 행군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주장한 괴벨스 본인은 정작 어렸을 적에 겪은 질병으로 말미암아 다리가 불편해진 까닭에 군대를 면제받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

한 번 들으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고, 두 번 들으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상기한 발언의 주인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다. 장제원의 언급에 필적할 만한 민심 무시와 폄하의 사례를 찾자면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라는 선포와,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북한 노동당의 호전적 선전선동 구호 정도이리라. 장제원이 내뱉은 이야기가 얼마나 반민주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 발상으로부터 비롯된 말인지가 선연히 확인되는 대목이다.

필자는 지난번 칼럼에서 윤석열이 유승민을 몹시 질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학벌과 이력만 따지면 윤석열도 유승민 못지않게 화려하다. 서울 법대 졸업한 검찰총장, 그거 한국사회에서 아무나 걸어갈 수 있는 경로가 아니다.

그런데 유승민은 윤석열이 갖지 못한 결정적 한 방을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가지고 있다. 바로 민심이다. 이제껏 실시되어온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들은 윤핵관 한 트럭을 데려와도 유승민 한 사람을 당하지 못함을 구체적 지표들로 입증하고 있다.

민심의 신뢰와 응원을 확보하지 못한 권력이 선택할 길은 둘 중에 하나다. 민심을 얻어서 민주적이고 정통성 확실한 권력으로 발전하거나, 아니면 민심이 철저히 묵살되고 유린당하는 막부정치를 강행하거나.

윤석열 정권은 당원들의 투표권을 보장한다는 구실 아래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의 규칙을 민심이 전혀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방향으로 무지막지하게 마구잡이로 뜯어고치고 있다. 이준석이 윤핵관 호소인으로 조롱한 정진석 의원이 위원장으로 머물고 있는 작금의 국민의힘 비대위는 그 기능과 목적에서 전두환의 신군부가 급조한 국보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심이 더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권력이 지지기반을 넓히려 힘들게 애쓸 이유는 없다. 윤석열 정권이 보수 편중을, 영남 독식을, 60대 남성들에 대한 의존도를 나날이 증가시키는 건 저들이 지지층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기로 진즉에 결론을 내렸음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민심이 무자비하게 거세된 공백을 거칠게 헤집고 들어온 주역은 검부, 즉 윤석열를 철통같이 옹위해온 검찰 인맥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를 창업했다면, 윤석열은 검찰 막부의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사 경력은 고사하고 사법시험 합격 기록조차 없는 장제원은 “윤심이 민심이다”란 황당하고 엽기적인 통치 이데올로기를 탄생시킴으로써 검찰 막부의 수립과 약진에 총대를 멘 양상이다.

윤석열과 유승민의 싸움은 국민의힘의 당권과 주도권을 둘러싼 단순한 권력투쟁 이상의 성격과 의미를 바야흐로 띠게 되었다. 유승민은 “윤심이 민심이다”라는 궤변을 서슴없이 내뱉는 검찰 막부의 출현을 막는 2차 저지선 구실을 자신이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맡고 있다. 1차 방어선 기능을 담당한 이준석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검증되지 않은 성추문까지 동원해 공격하는 윤석열의 신세구미들에 의해 개인의 평판과 장기적 정치생명이 인정사정없이 난자당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과 검찰 막부의 대결에서 최선봉에 선 일은 유승민 스스로가 보수적 이념을 고집하는 영남 태생의 60대 남자임을 고려하면 매우 역설적 상황전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이겠는가? 괴벨스가 총력전을 설파했고, 장제원이 검찰 막부의 당위성을 강변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60대 이상 장노년 연령대 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이 자랑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현상은 젊은 청년세대 사이에서는 좀처럼 포착되지 않는다. 윤석열은 민심을 존중하는 세계관을 정상적으로 교육받은 세대들에게는 인기가 없어도 너무나 없다고 하겠다.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이 지금이라도 민심을 얻으려는 노력을 어려울지언정 시작했으면 좋겠다. 검찰 막부가 국민을 잠시 이길 수는 있지만, 영원히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그 일행은 잠깐의 승리를 탐내다 평생 후회할 게 뻔한 짓을 이쯤에서 부디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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