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의 메시지버스] 윤석열 이름으로 선거전 나서면 수도권 대참패 불 보듯 뻔해

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 경선이 벌써부터 김빠진 맥주처럼 싱거운 모양새로 전개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이 무색무취한 전형적인 영남권 다선 중진의원인 김기현 의원을 노골적으로 밀고 있는 티가 역력한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이유의 하나가 당시의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었다. 의미심장한 대목은 박 전 대통령을 불법적 공천개입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한 검찰 수사팀의 실질적 사령탑이 검사 시절의 윤석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를 공천개입으로 감옥에 가뒀던 윤석열이 현재는 대통령으로 변신해 여당인 국민의힘의 당무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현실은 국민들로부터 그야말로 격세지감의 착잡한 심정을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윤석열은 단지 공천에만 관여하는 수준을 진즉에 벗어났다. 전당대회를 통해 정당하게 선출된 30대 젊은 당대표를 야밤에 기습적으로 대표직에서 날려버리는 쿠데타적 행위마저 윤 대통령이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를 영어의 몸으로 만든 잣대가 대통령 퇴임 후의 윤석열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임기를 마치고 편안한 여생을 보낼지, 혹은 불행한 전직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을지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필자가 걱정하는 지점은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처럼 특정 정당이 일방적으로 총선에서 승리해 우리나라 국회가 건전한 토론문화와 생산적 정책경쟁이 실종된 살벌하고 후진적인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의 극한 대결의 싸움판으로 전락하는 사태다.

객관적 정세만 감안하자면 내년 4월 실시될 제22대 총선은 다시금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총선은 윤 대통령의 임기 3년차에 치러진다. 현 정권의 주류세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여당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으로 공공연히 기대하는 눈치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같은 극단의 위기상황이 국가적 차원에서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 한에는 임기 3년에 치러지는 전국 단위의 대규모 선거는 지금 정권의 공과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에워싼 윤핵관 패거리의 오만한 일방주의와 독선적 국정운영이 유권자들의 일차적 심판대상으로 자리하기 마련이다.

정권 핵심부의 지독한 독선과 오만은, 연속되는 무리수와 자충수는 집권여당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기본적으로 보장될 시에만 사전에 성공적으로 예방·제어될 수 있다. 거수기로 변질된 여당이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에게 줏대 없이 맹종할 때 정권은 헤어나오기 힘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법이다. 박근혜는 유승민의 소신과 충정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으면서 몰락이 시작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왕적 당대표 이해찬이 당조직 전체를 문재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개조하면서 5년 만에 정권을 상실하는 치욕의 문이 열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금 와 가지고 민심을 완전히 없애는 그런 식으로 간다는 것은 사실 저를 겨냥한 건데 제 문제를 떠나서 그렇게 해 가지고 과연 총선을 이길 수 있겠냐"라며 "당대표로 일단 총선을 이겨야 되는데 지금 누구는 대선에 욕심이 있어서 안 되고 누구는 대통령하고 가깝지 않아서 안 되고 이런 식으로 해 가지고 무슨 전당대회를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하겠다는 이야기냐"라고 거듭 반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박근혜 정권 붕괴의 서막을 열어젖힌 진박소동을 뺨치는 진윤파동이 일어날 조짐이다. 이를테면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같은, 아직은 젊은 신진 정치인마저 윤심(尹心) 팔이에 목을 매고 있을 지경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60년 친구인 게 자신이 집권당의 당수가 되어야 할 유일한 근거이자 명분인 권성동 의원의 경우에는 국민의힘을 윤 대통령 부부의 개인적 심부름센터로 아예 통째로 뜯어고칠 기세이다.

반윤(反尹) 비대위 출현은 필연

용산 대통령실이 낙하산으로 내리꽂은 당대표가 오는 3월 8일 민심이 배제된 그들만의 체육관 선거에서 선출된 이후에도 각종 여론조사는 변함없이 꾸준히 이어질 게다.

여론조사 결과의 추이가 어떨지는 명확하다. 여당 후보들이 서울 강남 등의 몇몇 특수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다수 선거구들에서 몰살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봇물을 이룰 터이다. 국민의힘의 참패를 예고하는 여론조사 결과 앞에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질 당사자는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아 수도권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다.

다음 순서로 그려질 그림은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윤석열 이름으로는 수도권에서 선거전에 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출마자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 윤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 등의 공권력을 총동원해 아무리 진압을 시도해도 여당은 용산 대통령실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는 총체적 반란 단계로 치닫게 된다.

윤 대통령이 우격다짐으로 관철시킨 허수아비 당대표를 지키려는 당내 인사들은 윤핵관 부류의 낡고 시대착오적인 지방토호형 기득권 정치인들을 빼놓으면 종국에는 자취를 감출 테고, 용산 대통령실이 인위적으로 앉힌 지명직 당대표 체제를 대신할 비대위를 조속히 꾸리자는 절규와 아우성이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을 가득 채울 것이다. 선거에 입후보할 출마자들에게는 민심이 윤심보다도 최소한 백배는 두렵고 무서운 탓이다.

국민을 위한 성실한 봉사자가 아닌, 대통령 부부만을 위한 충실한 마름이 되겠다는 여당을 지지할 수도권 지역 거주민을, 중도층 성향 유권자를, 2030 청년세대를 찾기란 한강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려운 노릇이다. 오는 3월 8일 국민의 힘이 아니라 구태스럽기 짝이 없는 동원된 버스의 힘으로 뽑힐 허수아비 당대표가 늦어도 내년 초에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집으로 쓸쓸히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제 관건은 국민의힘의 22대 총선의 공천개혁 작업을 주도하고, 선거운동 전반을 진두지휘할 인물이 과연 누구냐일 것이다. 필자는 대략 3명 정도로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압축하고 있다. 첫째는 영원한 비대위원장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둘째는 안철수 의원이다. 셋째는 유승민 전 의원이다.

국민의힘의 총선 승패는 당내에 짙게 남아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칙칙한 존재감과 김건희 여사의 부당한 영향력을 얼마나 신속하고 완벽하게 제거하느냐에 좌우될 걸로 보인다. 그러므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제일 단호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일 정치인이 비대위원장으로 유력시된다. 필자가 유승민 전 의원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구성될 국민의힘의 새로운 비대위원회의 수장으로 점찍어둔 연유이다.

선거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원칙 있는 승리이다. 최악의 경우의 수는 원칙 없는 패배다. 윤석열 브랜드로 선거를 치르면 2024년의 국민의힘은 2016년의 박근혜의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원칙 없는 패배를 당하고 만다. 많은 국민들은 여당이 원칙 없는 패배의 재앙을 피하고, 원칙 있는 승리의 큰길을 가길 바라고 있다. 그 첫걸음이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탈당과 이에 때맞춘 비대위 구성일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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