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중대재해법 적용 배제...유족 측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분개'
사고 후 두달 지나도록 장례치르지 않는 유족..'재발방지, 공식사과, 합당한 보상' 요구
황화수소 상습 발생 방치...철저한 안전관리 대책 있어야

[이슈진단=뉴스프리존]박종철 기획취재본부장= 지난 11월2일 성신양회 단양공장 내 슬러지 저장창고 내에서 하역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사망한 사고에 대해 고용노동부 대전고용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아님'결정을 내리고 이 사건을 충주지청으로 이첩했다.

대전고용노동청의 결정 사유는 사망자가 성신양회 측과 직접적인 도급관계가 없는 성신양회 공장에서 사망한 사고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즉,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작업자 및 작업자의 소속 업체가 성신양회 측과 도급관계가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신양회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에서 벗어나 산업안전보건법 상 위반사실에 대한 책임만 묻게 됐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통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종사자라 함은 ▲(가)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 ▲(나)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 ▲(다)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따라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각 단계의 수급인 및 수급인과 (가) 또는 (나)의 관계가 있는 자로 정의된다.(중대재해처럽법 제2조 7항)

이는 사업체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종사자가 어떤 근로형태로 근로에 임하더라도 대가를 받고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라면 그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체와 종사자 사이에 도급, 용역, 위탁 등 계약의 형식을 불문하고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황화수소에 노출되어 발생한 의식소실, 무호흡, 폐부종, 후각신경마비 등의 급성중독을 중대재해처벌법의 직업성질병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별표1 8항).

유족 측은 이와 같은 중대재해법 입법 취지와는 달리 성신양회에 대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배제한 이번 고용노동부의 결정에 실망을 표하면서 법 적용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도급관계불성립'에 따라 중대재해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은 법리를 오해했거나 성신양회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의혹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 대한 유족 측의 공식입장이다.

따라서 성신양회와 유족 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향후 법정 공방은 물론 사고 책임을 둘러싼 이런저런 시비가 가라 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신양회 단양공장 전경

# 성신양회 공장 내 작업장은 안전했을까?

유족 측은 사망자의 결정적 사망원인을 사망자의 과실이기 보단 작업현장의 안일한 안전관리에 있다고 주장한다. 

사망자가 추락하기 전 이미 작업장의 높은 황화수소 농도에 노출돼 중독됐고, 그로 인해 의식을 잃고 추락한 후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고는 독성가스인 황화수소가 상시 발생하고 있는 현장에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고, 경고 방송 시스템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위험을 방치한 형편없는 안전관리 시스템이 불러온 참사로 보여 진다.

사고 현장의 황화수소 농도 측정 수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사고 당시 성신양회 측 근로자가 사고자를 구조하는 짧은 과정에서 황화수소 중독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는 점을 볼 때 당시 현장의 황화수소 농도는 치사량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만 가능하다.

작업장의 황화수소 배출농도 기준은 15ppm이하다. 통상 황화수소 중독 증세로 1시간 내에 사망할 경우 황화수소 농도가 700ppm이상인 점을 고려 할 때, 성신양회 슬러지 적치장의 황화수소 배출농도는 최소 700ppm을 넘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성신양회는 이와 같은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작업현장에 안전관리요원 배치, 안전경고방송시스템설치 외에 산업안전보건법상 3대 핵심예방조치 사항인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주지, 국소배기장치설치 및 성능유지, 호흡보호구지급 및 착용 등의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대전노동청 충주지청은 중대재해법 대상에서 벗어난 성신양회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위반여부를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 성신양회 유족과 합의금 놓고 '줄다리기'...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   

이번 사고로 사망한 사망자는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두달 여가 지난 지금까지 차가운 안치실에 안치되어 있다. 성신양회 측과 유족 간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성신양회가 진정성 있는 사과나 사고 재발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합의 금액만 절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을 선임하면서까지 중대재해법을 빠져 나갈 궁리만 하는 성신양회의 부도덕한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성신양회 대표자 명의의 진정성 있는 공식사과(사과문 게재), 재발방지채책 제시, 사고 책임 인정 및 합당하고 공정한 보상 등 유족 측이 내세운 3가지 조건을 성신양회가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최근 성신양회 측이 유족에게 합의를 전제로 한 진정성 있는 만남을 요구해 조만간 양 측의 만남에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족 측이 제시하는 3가지 조건을 성신양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합의가 결렬될 소지도 충분하다.

유족 측은 "성신양회 측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합의의 문은 열려있다"면서 "만약 계속 합의금만 가지고 줄다리기 하는 태도로 나온다면 절대 합의하지 않고, 장례도 치르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성신양회 측 관계자는 "유족과 원만한 합의를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유족 측과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순서인데 제3자가 개입해 합의문제가 다른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어 합의에 어려움이 있었다. 유족과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유족 측과 원만한 합의를 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중대재해법이란 험난한 산을 넘은 성신양회는 또다시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라는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야 할 처지다. 처벌에서 벗어나는 것을 우선시 하기 보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자세가 먼저일 듯 하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