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연금개혁’  

5년 마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기인 2023년이 도래했다. 연금개혁을 위한 논의 공간은 국회로 향한다. 지난해 7월 22일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에서 여야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사진: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3일 오후 국회에서 강기윤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가 참석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3일 오후 국회에서 강기윤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가 참석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2022년 6월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연금개혁이 주요 개혁 과제로 부상되었다. 적정 노후소득 보장 및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적연금 개편 △사적연금 활성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보험료로 조성한 기금에서 노후에 일정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보험제도다. 1988년 1월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3%로 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인 소득대체율 70%를 보장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저부담 고급여’ 방식으로 첫 출발한 국민연금은 대상이 점차 확대되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정이 절실해졌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 개시 연령을 60살에서 5년마다 1살씩 2033년 65살까지 늦추는 1차 연금개혁을 완성했다. 2차 연금 개혁은 노무현 정부 때이다. 보험료율은 그대로 둔 채 소득대체율만 2028년까지 40%로 인하하는 방안이 2014년 7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은 윤석열 정부 들어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커졌다. 2018년 재정계산 당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적립기금이 2042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때보다 저출산·고령화가 한층 빨라진 것이다.

소득대체율을 낮추면서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면, 적자폭과 고갈 연도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겠지만, 빈곤율을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따르면, 빠른 고령화 속도에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 수준은 이미 OECD에서 가장 높다. 한국 노인빈곤율은 2018년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했다. 또한 은퇴연령층 10명 중 7명이 노후를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혼자 사는 고령자의 33.0%만이 노후를 준비하고 있고, 67.0%는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 연금개혁과 복지정책의 조화 

고령화 사회는 단순히 노인의 수가 많다는 것에 의미가 있기보다는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사회 경제적인 구조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수반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고용, 문화, 산업구조 등이 새롭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은 GDP 대비 5.7%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며, OECD 평균 20.7%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대략 1만 달러에 도달했던 시기에 스웨덴과 프랑스, 독일은 GDP의 25% 정도를 사회복지에 지출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수준과 사회복지수준이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공적‧사적 연금 소득대체율’은 43.4%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과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을 모두 합해도 은퇴 전 평균 소득 절반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 등 G5 국가의 경우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평균 69.6% 수준이다. 한경연은 G5 국가들은 세제 혜택을 통해 사적연금 가입을 활성화한 덕분에 연금 수령만으로 소득을 보전하는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G5 국가에서는 만 15~64세 인구의 사적연금 가입률이 54.3%로 비교적 높다. 반면 한국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16.9%에 그쳤다.  

이처럼, 주요 선진 국가들은 사적연금 가입을 유도하는 대신에 공적연금은 한국에 비해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형태로 운영해 재정 건전성을 강화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는 개혁을 관철했다. 한국도 사적연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공적연금을 효율화해 국민들이 노후 소득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선진 각국 ‘일자리 창출’ 병행전략   

실버세대들의 일자리는 개인에게는 생계를 위한 수단이자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사회 전체로는 복지와 의료의 부담을 줄이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기업 경제적 고용정책에 있어서는 근로능력이 있는 노인들의 근로욕구와 경제적 활동 필요성에 대한 판단, 연령, 생활수준 등이 고려된 세분화된 정책내용과 서비스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독일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사회보장에 대한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해 왔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 제도의 범위를 축소하고, 사회보험료의 비율에 기초하여 사회급여를 제공하는 성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금 제도를 개혁하고, ‘근로조건법(The Work Condition Act)’을 제정해 고령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다.

지난 2003년 독일 슈뢰더 정부 때는 ‘하르츠 법안(Hartz concept)’을 내놓으며 고용제도 개선을 위해 시간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시간제 일자리는 지난 2003년 778만개에서 2012년 1,039개로 늘었다. 고령자 고용률은 19.5%포인트 증가했다.

사진: ['정년 말고 임금을 올려달라'] = 프랑스 정부가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겠다는 연금 개혁 방안을 발표하자 이를 저지하겠다며 프랑스 노동조합이 약 12년 만에 손을 잡았다.8개 주요 노조 단체가 일제히 연합 전선을 구축한 것은 2010년 11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올렸을 때가 마지막이다.2019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첫 번째 연금개혁을 시도했을 때 정부의 편에 섰던 노동민주동맹(CFDT)마저 이번에는 반대 진영으로 돌아섰다.
사진: ['정년 말고 임금을 올려달라'] = 프랑스 정부가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겠다는 연금 개혁 방안을 발표하자 이를 저지하겠다며 프랑스 노동조합이 약 12년 만에 손을 잡았다.8개 주요 노조 단체가 일제히 연합 전선을 구축한 것은 2010년 11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올렸을 때가 마지막이다.2019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첫 번째 연금개혁을 시도했을 때 정부의 편에 섰던 노동민주동맹(CFDT)마저 이번에는 반대 진영으로 돌아섰다.

영국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5%가 넘는 대표적 고령 국가다. 현재 영국에서는 남자는 65세, 여자는 60세가 되면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본인이 원하면 남자는 70세, 여자는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할 수 있다.

영국은 2000년 ‘뉴딜 플러스 50’ 정책으로 고령층 구직자 지원을 확대했다. 6개월 동안 실직 상태인 구직자에게 약 1,500파운드의 직업훈련 비용을 지급하고 이들을 고용한 자영업자는 1년간 고용 관련 세금을 면제했다. 

미국에서 공적연금의 수급대상자는 수급자격 조건이 갖춰진 경우, 나이별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62세 이후부터는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다. 전액을 수급할 수 있는 연령은 65세이므로 62세에서 64세의 연령층이 노령연금을 수급할 경우는 연금수급액이 줄게 된다. 한편 66세에서 70세 미만의 기간 중 계속 일을 한 연금수급자는 퇴직 후에도 연금액이 플러스되어 수급 받게 된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고령자 고용안정법’의 시행에 따라 기업들이 고용 보장만 해준다면 급여수준이나 업무 방식 등은 관여하지 않았다. 2014년 일본의 65세 이상 근로자 수는 6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일본기업 가운데 정년을 70세로 정한 곳도 전체 기업의 20%에 달한다.

60세 이후 고용은 대부분 임금 피크가 적용돼 급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파트타임 일자리들이 늘어났다. 일본은 이미 1970년 중반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처럼, 선진 각국은 생산적 복지 정착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연금 제도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론인즉, 연금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데, 이해 관계 당사자인 직접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아 사회적 대타협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아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의 논의 참여가 어렵다면 연금개혁 방향성은 모호해지고, 구체성 역시 암초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성공적 연금 개혁은 애시당초 좌초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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