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기업의 착취구조에 내몰린 현장 실습 고발 '다음 소희'

* 본문에는 영화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되어 상영된 영화 ‘다음 소희’는 장편 데뷔작 ‘도희야’로 제6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던 정주리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배우 배두나와 신예 배우 김시은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영화다.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소희 역의 김시은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소희 역의 김시은

‘다음 소희’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크게 화제를 모았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소희’(김시은 분)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며 분노하는 이야기로 일종의 사회고발 영화라 할 수 있다.

춤을 좋아하고 밝고 명랑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소희’는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냉혹한 현실에 마주치게 된다. 사회에 나가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인 현장실습이 어린 학생들을 착취하여 이득을 꾀하는 기업의 도구로 전락되어 있는 현실에 맞부딪히게 된다.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유진 역의 배두나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유진 역의 배두나

더군다나 콜센터 전임 팀장의 사고로 인해 혼란을 겪게 되는 ‘소희’는 자신을 신망하는 부모님에게조차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게 되고, 현장 실습을 내보낸 학교도 학교의 실적과 이윤에만 매몰되어 ‘소희’의 차가운 현실을 외면한다.

결국 퇴로 없는 냉혹한 현실에 ‘소희’의 마지막 선택은?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유진 역의 배두나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유진 역의 배두나

영화의 전반부가 ‘소희’가 직면하게 된 현장실습 관련한 이야기라고 한다면, 영화의 후반부는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이 ‘소희’의 사건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쫓아가며 분노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유진은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분노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실습에 관련된 교육청, 노동부 등 그 누구도 문제의식을 갖고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남 탓 하기만 바쁘다.

유진 역의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의 전작인 ‘도희야’에 이어 다시 형사 역할로 분해 공감과 분노를 일으키는 당찬 형사 연기로 관객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소희’ 역의 김시은은 첫 장편 데뷔작인 ‘다음 소희’에서 명랑하고 사랑스러웠던 ‘소희’가 점점 혼란스러워하며 어두워져가는 역할을 섬세하게 연기해 관객으로 하여금 분노에 동참하게 한다.

1월31일, 오후 용산 CGV에서 ‘다음 소희’ 언론시사 후 가진 기자간담회, 배두나, 정주리 감독,  김시은
1월31일, 오후 용산 CGV에서 ‘다음 소희’ 언론시사 후 가진 기자간담회, 배두나, 정주리 감독, 김시은

1월31일 오후 용산 CGV에서 ‘다음 소희’ 언론시사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주리 감독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고 가급적 여러분이 보신 콜센터의 환경, 구성하고 있는 요소, 일하고 있는 조건 등을 가급적 사실적인 것으로 채우려고 노력했다”며 “실제 사건의 주인공이 있지만 영화에서 소희와 유진이라는 인물은 허구의 인물이다. 관객들이 보실 때 실제 일이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 늦었지만 제가 이제 알았기 때문이다. 그 일을 알고 그 전에 있었던 일, 그 후에 있었던 일을 알아가면서 어쩌면 저도 그 일을 반복하게 하는 사회 속 일원이지 않았나 싶었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렇다”라며 영화를 연출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소희 역의 김시은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소희 역의 김시은

정주리 감독은 작품의 제목을 ‘다음 소희’로 지은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 속에서는 소희도 그 전 팀장님의 다음이다. 또한 소희 다음에 오게 될 친구를 걱정하는 유진의 마음이기도 하다. 영화의 형식적으로는 소희 다음에 유진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의 제목을 지으며 하나의 사건이 아닌 그 이전, 그 다음, 그 다음이 영원히 반복 되어야 하는지 묻는 마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를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 여수에서 요트 바닥에 있는 따개비를 따다 학생이 사망했다. 그 학생도 현장실습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당시 뉴스가 나오고 엄청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분노가 일었고, 심지어는 교육부장관이 나와서 사과하고 대통령도 사과했던 일이 있었다”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잊혀졌다. 그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참담했다. 이런 영화를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것에 참담했다. ‘다음 소희’라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주리 감독은 “영화를 통해 어떤 메시지라기 보다는 최대한 이해해보고 싶었다. 지금 왜 우리가 이렇게 있는지, 저도 몰랐던 사실과 몰랐던 죽음이 왜 계속해서 마음에 남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어쩌면 현실 속 많은 소희들이 영화를 통해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관객의 마음속에서라도 소희가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유진역의 배두나
영화 '다음 소희'의 한 장면, 유진역의 배두나

유진 역의 배두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생각하며 연기를 했다”며 “감독님 말씀처럼 그 당시에 그 일을 취재했던 기자의 마음으로, 유진은 형사이지만 사실은 '그것이 알고 싶다' PD의 앞모습, 사건을 듣고 있는 앞모습이 유진의 얼굴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그건 어떤 얼굴일까, 막상 연기를 해보니 막막하고 답답하더라, 저는 내내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취재를 하면서 콜센터, 학교, 교육청을 돌아다니며 화도 내보고, 답답하고 막막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모멸감도 느끼는, 저는 마지막 씬에서 저희는 소희를 위로해주지 못했지만 소희가 마지막에 유진을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제가 맞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랬고, 약간 희망적으로 볼 수도 없고, 다들 보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될 거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1월31일, 오후 용산 CGV에서 ‘다음 소희’ 언론시사 후 가진 기자간담회, 배우 배두나, 김시은
1월31일, 오후 용산 CGV에서 ‘다음 소희’ 언론시사 후 가진 기자간담회, 배우 배두나, 김시은

'소희' 역의 김시은은 “'다음 소희'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들어가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외에 나가보니 이게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닐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다른 나라 곳곳에도 수많은 소희가 존재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좋은 시나리오를 써 주시고 세상에 알리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주리 감독님과 하는 것도 실감나지 않았는데 배두나 선배님과 함께라니 영광이었다. 선배님이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연기 호흡은 많이 없었지만 현장에서 엄청나게 에너지도 밝으시고 해서 정말 또 한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 소희’는 판타지아국제영화제 페막작 선정과 더불어 감독상, 관객상까지 2관왕 수상을 비롯해 프랑스 제42회 아미앵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비롯한 3관왕, 제23회 도쿄필맥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핑야오국제영화제 로베르토 로셀리니 최우수작품상 수상, 제59회 타이페이금마장영화제 공식 초청 등 해외 유수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다음 소희’는 2월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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