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논설위원장

요즘 ‘미투’ 운동이 우리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각 분야마다 과거 당했던 성과 관련된 피해들이 용기 있게 폭로되면서 우리사회 아니 인간사회의 온당치 못한 행태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미투 운동의 직접적인 계기는 2017년 10월 뉴욕타임스가 미국 헐리우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자신의 위세를 이용해 여성배우들을 성추행과 성폭력 한 것을 밝히면서다. 이에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소셜 미디어에서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달아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자고 제안하고, 여배우 애슐리 저드가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추문을 폭로하면서 본격화됐다.

그 이전에 2006년 미투 캠페인은 사회운동가인 흑인여성 타나라 버크에 의해 처음 시작했다. 당시는 사회 취약 계층인 유색인종의 성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주류가 아닌 부류를 대상으로 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크게 얻지는 못했었다.

그러다 작년에 백인 여성 배우의 폭로로 이 운동은 세계적 이슈로 등장했던 것이다. 미국은 다민족 사회이면서 남녀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문화체계에서도 ‘백인’ 배우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미투가 본격화 됐나니 여성주의의 현실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직 검사가 한 방송에 출연해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비롯하여 각 분야로 퍼져나갔다. 지금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문화예술계의 저명인사들을 대상으로 피해자들의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인 일부 유명인사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하면 아무 입장도 표명하지 않는 당사자들도 있다.

수십 년 전에 당했던 성적 모욕을 지금에야 드러낼 수 있었던 피해자들의 충격과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폐쇄적 사회 여건 속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됐던 기득권자들의 성적 폐해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적 풍토도, 제도적 장치도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각 분야로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에서 지목되고 있는 가해자들은 대부분 그동안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온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우리사회의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미투 운동에서 지적된 사람들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대중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인물들이다. 그들이 권세를 이용해 약자들에게 가장 비천하고 치졸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 “나도 당했다”의 폭로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남성으로부터 성적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폭로를 통해 성범죄의 중대함과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면서 여성들의 연대 의식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미투 운동에 직접 참여해 잘못된 과거의 권력형 성범죄를 만천하에 알리는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에 동참을 주저하거나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비단 소셜 네트워크나 언론에 알려지는 미투 운동 참가자들만이 성적 적폐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과거 시대 뿌리 깊게 퍼져 있었던 성적 차별과 희롱과 폭력은 우리사회의 여성 불평등과 전통적인 남성 우월주의 문화구조 속에서 방치되어온 면도 있다. 성평등과 여성의 역활과 권리를 강조하는 페미니즘 기반의 미국사회에서조차도 이런 성 학대가 자행됐다면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의 한국사회는 어떠했을까.

이제 우리사회에서 불기 시작한 미투 운동은 과거 잘못된 것에 대한 냉정한 성찰과 반성과 시시비비를 재단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다. 나아가 이제는 더 이상 과거처럼 사회적으로 여성이 차별받고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외침이다.

더욱이 성적으로 학대받는 사회풍토가 쇄신되고 우월적 입장에서 행해지는 성적 비행이 발본색원되어야 한다는 미래지향적 선언이기도 하다. 여기에 과거의 여성 차별에 대한 의식이 양성평등사회가 된 지금에서도 아직 잔존해 있지는 않는지 철저한 제도적 점검이 필요하다.

2015년 7월 개정 시행된 ‘양성평등기본법’은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하여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양성평등 사회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제 과거의 성적 폐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에서 더 이상 ‘이런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노모어(#NoMore)' 해시태그 운동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비단 우리사회에서 성 학대뿐만이 아니라 과거 전근대적 구조 속에 행해졌던 다양한 구태적 행태들이 이제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전향적이며 포괄적인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안돼'의 '노모어'운동에 모두가 동참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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