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 ‘싸늘한 여론’  

지난 2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인 정순신 변호사를 2년 임기의 국가수사본부장에 전격 임명했다. 그러나 잉크가 마르기도 전, 불과 취임 하루를 앞두고 자녀의 ‘학교 폭력 문제’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인사검증에 따른 ‘후폭풍’이 간단치 않을 조짐이다. 

사진: 2020년 12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기관 교육부 직접 운영, 피해학생과 가해자의 분리된 공간에서의 회복 지원, 피해학생 전담시설은 치유에 특화된 전문기관 위탁 운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2020년 12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기관 교육부 직접 운영, 피해학생과 가해자의 분리된 공간에서의 회복 지원, 피해학생 전담시설은 치유에 특화된 전문기관 위탁 운영' 등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청은 올해 1월 국가수사본부장 공모 지원자에 대한 서류심사와 신체검사를 거친 뒤, 지난 17일 종합심사를 한 결과 지원자 3명 중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한바 있다.

임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휴화산에서 활화산 수면’으로 비등하게 된 결정타는 자녀의 학폭문제로 인한 소송전에 무리하게 뛰어들어 패소한 전력이 생생하게 노출되면서이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유명 사립고에 입학한 뒤 기숙사 같은 방에서 지내던 동급생  A군 에게 8개월간 언어폭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전학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하·무시하는 발언 등으로 피해 학생은 트라우마 증상을 보였으며,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실제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이 급속도로 싸늘해진 배경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서 전학 처분을 받자, 처분이 지나치다며, 학폭위의 전학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9개월 여간 이어진 법정 다툼에서 모두 패소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학생의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이며, 당시 검찰 내에선 정순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란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다는 후문이어서 한층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2021년 8월 24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교육부 ‘학생 자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은 모두 148명으로, 평균 5일에 2명꼴로 세상을 달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50명에서 2015년 93명으로 감소했지만 2016년 108명, 2017년 114명, 2018년 144명, 2019년 140명으로 증가세로 돌아서더니, 지난해에는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 교사는 일주일 이내에 교육청에 보고하는 게 원칙이다. 원인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해 일단 ‘원인 미상’으로 보고한 비율이 이례적으로 높았으며, 더 큰 문제는 한번 ‘원인 미상’으로 보고되면, 이후에 원인이 밝혀져도 수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 5년간 교육부 통계를 살펴봐도 ‘학교폭력·집단괴롭힘’ 인한 극단적 선택은 아예 제로였다는 점이다.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통계에 헛웃음만이 나올 뿐이다.

● 학교폭력의 선진국 대응사례 

학교폭력이란 학생, 교사 그리고 다른 학교 직원에 의해서 범해진 신체적, 심리적 그리고 성적 폭력과 괴롭힘이다. 이런 비인륜적 행위는 약자라고 느끼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의도적이고 공격적인 행위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우울, 불안, 분노, 과도한 스트레스, 무력감에 사로잡히고, 학교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경우에도 분노, 공포, 죄책감, 슬픔을 느낄 수 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우울, 불안, 분노, 과도한 스트레스, 무력감에 사로잡히고, 학교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경우에도 분노, 공포, 죄책감, 슬픔을 느낄 수 있다.

피해자는 우울, 불안, 분노, 과도한 스트레스, 무력감에 사로잡히고, 학교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경우에도 분노, 공포, 죄책감,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통하여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과 대책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였다. 이 법은 학교폭력 사건의 사법처리에 앞에 교육기관이 자율적으로 대응 체계를 마련하여 분쟁 조정을 통하여 사건을 처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사안이 중대한 경우 별도로 가해학생에 대하여 ‘형법과 소년법’에 따른 형사처벌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의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규정은 어떠할까? 

독일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연방단위의 단일법이 없으며, 각주 지역 ‘학교법’에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질서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한 형사폭력의 경우에는 ‘청소년형법’을 적용하여 가해학생에 대한 형사처벌을 가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가 또래 청소년을 괴롭히는 경우 ‘형법’ 규정에 따라 징역 6개월에서 최대 18개월 및 벌금 7,500유로(한화 약 1,010만원)에 처한다. 더욱이 미성년자 간 폭력행위의 경우, 피해자의 연령과 피해 정도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영국의 ‘2006 교육 및 감사 법 제89조’는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2002 교육법 제175조’에는 어린이의 안전과 안녕을 도모하는 것은 학교와 지방당국의 법적의무라고 언급하여, 이를 위반할 시 장관이 지방당국이나 관리기관에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1989 아동법 제47조’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동폭력에 관한 지방당국에의 보고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에는 학교폭력 대응을 위한 별도의 법이 없으나, ‘인종‧피부색‧성별‧장애‧종교’ 등의 차별인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민권법 1964’, ‘교육기회평등법’, ‘미국장애인법’ 등을 적용한다. 또한 주차원의 법제는 주별로 다르나, 대부분 학교폭력 대응을 위한 법률과 정책을 두고 있다. 

일례로, 미시간 주는 학교폭력 처벌 조항을 2004년에 신설하였는데, 사망 사건의 가해자는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1만 달러(한화 약 1,125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는 2016년 12월 말 집단 따돌림을 주도한 학생의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가해 학생 부모에게 자녀를 교육하라는 경고가 내려진다. 만일 경고 이후 90일 이내에 가해자의 행동이 마찬가지이면  366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며, 이런 행동에 변화가 없으면 벌금 681달러를 내야 한다.

일본에서 학교폭력은 ‘형법’이 적용되는데 강제추행(제176조), 상해(제204조), 폭행(제208조)  등의 죄에 해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폭행죄(제208조)의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약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나 과료에 처할 수 있다. 

중국은 ‘미성년자 범죄예방법’을 기반으로 공안부·교육부 등이 협력하여 ‘학교폭력 종합관리방안’과 ‘괴롭힘 및 폭력에 대한 지침’ 을 발표하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을 하고 있다. 위법행위를 저지른 미성년자는 법에 따라 징계 받고 형사책임을 져야 하며, 그 미성년자의 부모 및 후견인도 책임을 다하지 못한 사유로 ‘미성년자 범죄예방법’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 

● 공직자 인사 생태계 ‘복원 시급’

정순신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를 두고 여야 모두는  대통령실이 처음부터 정 변호사를 염두에 두고 국가수사본부장 공모 절차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순신 변호사의 인사검증 실패 지적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순신 변호사의 인사검증 실패 지적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를 억지 수긍 할지언정 후보자 자녀의 학교폭력 전력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한 것이다. 아들의 학교폭력이 학내 문제로 그쳤다면 부실 검증 책임이 덜어질 수도 있겠지만, 정 변호사가 강제전학 징계를 취소하려고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불과 4년 전 소송까지 사실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는 언급은 구차한 변명에 가까운 것이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되는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하면 대통령실이 최종 검증을 하는 시스템이다.

우선,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인사정보관리단은 정부 출범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 7일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검증’을 내걸고 전격 태동된 조직이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밀실’에서 진행하던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양지’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당시 정부가 밝힌 출범 배경이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 자리에 검찰 출신들이 다수 채워지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1차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검찰 출신들로 포진되어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초 약속했던 ‘투명하고 공정한 검증’에 대해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정부의 인사검증 과정 전반이 ‘검찰 일색’이다 보니,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라는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이번 인사 대참사의 교훈은 유능한 일꾼들을 적재적소에 있게 하는 인사 생태계 질서를 심히 교란시키고 있다. 고위공직자 인사시스템 복원능력 회복에 신속하게  전심전력하지 않으면, 부메랑 되어 그 대가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료히 예고하는 본격 신호탄이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