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12,000명 여성 구한 '콜 제인', 여성의 억압과 차별에 대항한 기록

* 본문에는 영화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콜 제인’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개봉하는 12,000명의 여성을 구한 실화,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공조 인권단체인 ‘제인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캐롤’의 각본가이자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인 필리스 나지 감독이 첫 연출한 영화다.

‘콜 제인’은 ‘2022년 제38회 선댄스영화제 프리미어로 초청되었으며, 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2022) 황금곰상 후보, 벤쿠버영화제 쇼케이스 초청, 런던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영화제에 초청되었으며, 제12회 북경국제영화제 천단상 여우조연상을 시고니 위버가 수상한 영화다.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조이역의 엘리자베스 뱅크스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조이역의 엘리자베스 뱅크스

1908년 3월 8일 미국 1만 50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서 노동자들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는데,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뜻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으나,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도 부여받지 못했다. 전 의류 노동자들의 시위는 결국 1910년 '의류노동자연합'이라는 조직 창설로 이어졌고, 1911년 유럽에서 첫 행사가 개최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남녀 차별 철폐와 여성 지위 향상 등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특정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다.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영화 ‘콜 제인’은 임신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여성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 단체인 ‘제인스’를 만나 세상을 바꾼 변화의 불씨가 되어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1968년 시카고를 배경으로 딸 하나를 가진 가정주부 조이는 임신을 했으나, 심장병으로 목숨이 위험해져 임신을 유지 할 수 없게 되어 긴급 임신 중절 수술 위원회에 참석하나, 남성으로만 구성된 위원회는 임신 당사자인 조이의 의사는 무시되고 전원 반대라는 결과를 내린다. 이에 조이는 절망하게 된다.

'콜 제인'의 한 장면
'콜 제인'의 한 장면

조이는 임신 중절을 위해 온갖 방법을 찾아보나, “계단에서 구를 수밖에 없다”는 조언을 듣게 되고, 우연히 버스정류장에 붙은 “임신으로 불안하다면, 제인에게 전화하세요”라는 벽보 광고에 작은 희망을 걸어 본다.

고민하던 조이는 제인에게 전화를 걸게 되고, 버지니아(시고니 위버)가 리더로 있는 '제인스'라는 여성들의 공동체에서 무허가 비밀 임신중절소의 도움을 받게 된다.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제인스’를 방문하게 된 조이는 가족을 돌보고 요리하고 정원을 가꾸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으나, 자신도 몰랐던 열정과 재능을 발견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여성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하기 위해, 불평등한 법으로 위기에 처한 여성을 돕기 위해, 그들의 비밀스런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나 시시각각 조여 오는 경찰의 단속과 조이의 변화를 눈치 채고 의심하는 가족들로 인해 조이의 이중생활은 위기에 처하고 ‘제인스’의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조이는 더욱 더 늘어나는 여성들을 위해 마침내 결단을 하게 되고, 조이의 남편과 딸도 조이의 행동을 거들게 되고, 조이의 결단에 동참하는 여성도 늘어나,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는 법을 없애고 임신중절을 합법화하는 운동에도 참여하게 되어 마침내 임신중절을 합법화하는 법을 통과하게 한다.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콜 제인’은 실제로 시카고에 있었던 '제인스'라는 여성연대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바탕 영화다. 1960년대, 미 전역을 휩쓴 인권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제인스'는 1969년 당시 미 50개 주 중 낙태가 합법이었던 주는 4곳에 불과해, 낙태가 합법이었던 주로 이동할 돈이 없는 유색인종 여성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제인스’는 여성들이 불법 낙태 시술로 고통 받는 것을 돕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으나, 1972년 7명의 제인은 낙태 혐의로 기소되었고,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임신 중단이 합법화되어 기소 취하 및 해체되었다. 1960년대부터 1973년 합법화될 때까지 무려 12,000여 명의 여성을 구했으며, 주부, 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연령, 인종, 계층의 여성들이 더 많은 여성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임에 합류했다.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미국의 1973년 연방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낙태의 권리가 미국 헌법상 사생활 권리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다. 낙태 합법화를 가져온 판결은 50년 가까이 유지됐으나, 2021년 연방 대법원 판단이 뒤집히며 공식 폐기됐다.

‘콜 제인’은 낙태권이 헌법상 권리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낙태권 존폐 결정이 각 주 정부와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갔고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제작된 영화로, 당시 시대상을 고찰하며 관객이 낙태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게 하는 감동적인 영화다.

'콜 제인'의 한 장면, 버지니아 역의 시고니 위버
'콜 제인'의 한 장면, 버지니아 역의 시고니 위버

제인스’를 창립한 버지니아 역으로는 ‘에이리언’, ‘아바타’ 시리즈의 대표 배우이자 인권·환경보호 활동가로 알려진 시고니 위버가 맡아 ‘제인스’의 리더 역할을 맡아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시고니 위버는 해외 시사회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여성들을 돌본 여성들에 관한 시나리오는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도 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영화 '콜 제인'의 한 장면

조이 역으로는 ‘헝거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맡아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제인스’의 중심 역할을 하는 단체 지도자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연기로 관객을 감동으로 이끈다.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여성이 연대하는 공동체의 주요 인물이 되는 과정을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연기해 관객을 감탄하게 한다.

‘콜 제인’은 1960년대 풍경을 완벽하게 재연하고 있으며, 루 리드, 지미 헨드릭스 등 1960년대 미국에서 사랑받았던 당시 음악과 함께 여성 공동체에 참여하는 인종을 뛰어넘는 여성들의 끈끈한 연대와 사랑을 잘 표현해 낸 시의 적절한 영화다.

영화 '콜 제인' 포스터
영화 '콜 제인' 포스터

‘콜 제인’은 뿌리 깊은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우월주의와 여성에 대한 억압들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영화다. 아직도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나라는 미국뿐이 아니다. 오늘 이 시간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여성의 억압과 차별에 대항하는 영화 ‘콜 제인’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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