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Me Too ⓒ뉴스프리존

[뉴스프리존=문지선 기자]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투신 사건 등으로 인해 의료인 처우 개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명 태움 문화가 더 심각해진 탓에 간호사 인력난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거기다 성추행 피해를 입은 간호사들의 미투운동까지 번지면서 ‘의료계 갑질’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해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의 체육대회 장기자랑에서 신규 간호사들이 선정적인 춤을 춘 사건이 수면 위 로 드러났다. 신규 간호사들은 오디션을 통해 뽑혔 다. 그들은 장기자랑 춤 연습을 위한 달 동안 새벽 6 시 반에 출근해 늦은 오후까지 일을 하고 저녁 늦은 시간 안무 연습을 했다. 이는 단순히 선정적인 의상 을 입고 춤을 추게 한 성심병원의 잘못을 넘어 현재 대한민국 여성 간호사의 인권이 제대로 된 보장을 받지 못함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뉴스프리존에서 만난 한 적십자 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A씨는 제일 큰 불만으로 ‘근무 환경’과 ‘환자들의 갑질’을 꼽았다. 현재 국내 간호 인력은 인구 1000명당 6명이다. 이는 13.1명의 독일과 11명 의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간호사 면허 보유자는 34만 명이지만 실질적으로 병원에서 근 무하는 인력은 18만 명 정도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간호사는 1일 3교대 근무를 한다. 간호사는 24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야 하기 때 문에 무엇보다 간호사의 건강은 중요하다. 그러나 매번 불규칙한 교대 근무는 간호사들의 규칙적인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 적은 수의 간호사들이 모자 란 인력을 일당백으로 충당하는 것은 간호사 한 명 당 맡아야 할 환자의 수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결국 간호사는 각 환자에게 제대로 된 신경을 쓰지 못하 고 환자들은 불만이 쌓이게 된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간호사를 발닦개로 아는 환 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환자들 에게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을 듣는 건 일상” 이라며 “환자들이 간호사를 ‘저기요’, ‘아가씨’로 부르는 등 의사와 동등한 의료인으로 대우해주지 않 는다”고 토로했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간호사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적정 간호사를 얼마나 확보하 느냐에 따라 환자의 사망률은 수십 퍼센트의 차이 를 보인다. 간호직은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 직업 중 하나다.

지난 2015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 년 기준 총 21만 명의 근무 간호사 중 96.3%에 해당 하는 20만 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기 때 문에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하고 취약한 근무 환경에 노출 되게 하는 것은 간호의 질과 생산 성을 저하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 근로 인력의 손실을 가져온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언제나 고귀 하다. 의사가 존경을 받는 이유이며 간호사들이 끝 끝내 버티는 희망이기도 하다. 소명의식을 지닌 간 호사들이 정작 인권침해 현장의 가장 낭떠러지에서 아슬아슬 서있는 것은 참으로 모순적이고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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