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 #Me Too ⓒ뉴스프리존

[뉴스프리존=김원기기자]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동료 교수의 성희롱으로 간호사와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의견서를 학교 측에 제출했다. 서울대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교수의 성폭력을 견디지 못해 결국 사직했다며 동료 교수들이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수들이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당사자로 지목된 교수는 자신의 재임용을 막기 위한 음해라며 부인했다. 학교 측은 재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피해자 본인이 직접 나선 것은 아니지만, 동료 교수들이 피해자를 대신해 '미투'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그러나 성폭력 당사자로 지목된 교수는 '음해'라며 법적 대응방침을 밝혔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 12명이 의대 학장에게 제출한 의견서, "동료 A 교수가 그동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생,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하고,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과도하게 처방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8일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2013년 워크숍에서 같은 과 K교수가 공개된 장소에서 특정 간호사를 성희롱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 교수는 2013년 10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워크숍에서 여러명의 간호사가 있는 가운데 장시간에 걸쳐 성희롱이 담긴 언행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해당 간호사는 보라매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결국 병원을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당시 피해 간호사와 목격자들이 병원에 이런 문제를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흐지부지 지나갔다"면서 "피해 간호사는 지금이라도 당시 상황을 다시 진술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는 다수의 병원 여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는 투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A 교수가 지도학생과의 모임 중 술에 취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적인 언행을 한 게 문제가 돼 학부모의 요청으로 지도교수에서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

"자신의 교수 재임용을 막으려는 다른 교수들의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그만둔 간호사는 공부에 뜻이 있어서 사직했고, 성희롱 의혹은 학교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한 교수는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한창인데도 병원 내에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어 교수들이 단체로 나섰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의대와 학교본부에서 당시 성희롱 조사에 나섰지만 피해당사자가 원치 않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이 사안에 대해서는 병원과 의대가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불미스러운 일로 대학이나 병원 차원의 조사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경찰에 고소하면 될 일인데 뒤에서 이렇게 언급하는 건 오히려 무슨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교수는 동료 교수들의 주장이 음해에 불과하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앞으로 병원과 대학이 조사위원회를 통해 이 사안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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