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에 충북 지사님

사진: 술자리에 참석한 김영환 충북도지사.
사진: 술자리에 참석한 김영환 충북도지사.

“김 지사는 술을 마시지 않고 물을 마신 것으로 안다. 며칠 동안 외부 행사 일정을 소화하며 얼굴이 붉게 그을려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30일 충주에서는 임헌정 충북도립교향악단 제5대 예술감독 취임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물론 그 자리에 김영환 도지사도 참석했다.

신들린 지휘에 얼이 빠질 정도로 오랜만에 격조 있고 수준 높은 음악회를 관람했다.

충북을 넘어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의 진가는 김 지사의 엉뚱한 행동으로 빛이 바랬다.

이날 음악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김 지사는 사전 각본에 따라 충주청년네트워크와 충주시민단체연대회의 및 인근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신연수동 모 주점에 갔다.

하필이면 음악회 시작 전부터 인근 제천시 봉양면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물론 지사는 사전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다.

문제인즉 왜 지사는 두 단체와 일부 상인들과 무슨 목적으로 늦은 시각 주점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냐는 것이다.

특히, 충주에 있는 수많은 단체 중 이들과 밤중에 꼭 만나야 할 만큼 중차대한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사는 평소 다른 지역 청년과 단체와의 간담회 때도 흥이 나면 노래도 부르고 즐기는 것일까?

김 지사의 언행은 이미 충북도민이 다 알고 있지만 그중 친일파를 옹호 자처한 글로 인해 도민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지사는 혼쭐이 난 적이 있다.

결국 공개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파장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와중에 지사는 물론 측근들이 또 실수를 했다.

앞서 지사 측 관계자는 "술도 안 마시고 물로 건배하고 낮에 열심히 돌아다녀 햇볕에 그을려 붉었다"고 했다.

음악회가 열린 바로 그날 기자는 지사 뒷좌석에 앉았고 끝나고 인사까지 나눠 얼굴을 똑바로 봤다.

붉기는커녕 해맑은 얼굴로 싱글벙글했다. 그런데 왜 측근들 눈에만 얼굴이 탄 것으로 보일까?

그 자리에 참석한 분으로부터 정확히 확인한바 지사는 소주를 마셨고 분위기에 도취돼 노래까지 불렀다고 했다.

실제 주점 주인이 올린 페이스북에도 “도지사님 노래를 엄청 잘하셔서 깜놀”이라고 써놓았다.

물론 사건 이후 전부 삭제됐지만, 이날 벌어진 사건을 통해 김 지사를 애써 변명해 보면 산불 현장보다는 주점 분위기가 더 좋을 것 같고 사전 약속됐기 때문에 제천에 가지 않았다.

젊은 친구들과 놀다 보니 옛 국회의원 시절 자유분방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산불 현장은 안가도 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충주에서 두 단체는 우군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야 한다.

평소 소주는 안 마시고 물을 따라 마셔도 쉽게 취하고 얼굴이 붉어지는 습성이 있다.

특히 여성들 앞에서는 더욱 수줍어하며 얼굴이 붉어져 홍당무가 된다.

애써 김 지사를 위해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이를 믿을 도민은 몇 명이나 될까?

바로 측근들, 거짓말을 밥 먹듯 자연스럽게 해대는 기생하는 인간들 빼고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도정을 순탄하게 이끌고 갈려면 측근 관리부터 잘하고 본인도 언행에 유념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63만 충북도민들은 두 얼굴을 가진 정치인 지사보다 시를 쓰고 문학을 논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지사 모습이 더 보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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