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의 '국가 컨트롤타워' 감청 파장에도, 대통령실은 '안이한' 반응 논란
"美 해명·사과·재발방지 약속 해야…졸속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있어"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더불어민주당은 10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우리나라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 "미국은 우리 정부에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의 국가안보 논의를 도청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대한 주권 침해로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심대하게 훼손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9일 브리핑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정황이 드러난 것과 관련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그저 원론적 입장만 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9일 브리핑에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정황이 드러난 것과 관련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그저 원론적 입장만 냈다. (사진=연합뉴스)

권 수석대변인은 "미국의 도청에 대한 대통령실의 태도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도청을 당했는데 이렇게 저자세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민국의 주권과 권익을 맡길 수 있는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한미동맹은 서로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의혹을 투명하게 푸는 것이 70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하는 순리"라며 "도청의혹에도 저자세를 보인다면 ‘12년 만의 미 국빈 방문’에서 어떻게 국익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의원과 김홍걸 무소속 의원들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보의 최전선인 대통령실이 보안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 보안사고는 졸속 대통령실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돼 있을 수 잇다"고 직격했다.

이들은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 급하게 NSC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하여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국방부를 대통령실로 급히 꾸리려다보니, 보안을 강화하는 벽면 공사 등을 새롭게 하지 못했고 보안조치 공사나 리모델링 등도 짧은 기간의 수의계약 방식으로 급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대통령실 담벼락 옆에 주한미군 기지가 위치한 점을 짚으며 "대통령실과 미군기지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큼, 대통령실의 방첩조치와 보안은 취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사태를 두고 "말이 좋아 스파이지 간첩이다. 미국 간첩에게 국가기밀이 털린 것"이라며 "청와대 이전과 수상한 공사업체 선정부터 모두 대통령 책임이다.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면 미숙했다고 하겠지만 이미 지적돼온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은 대통령의 미필적 고의다. 털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일갈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미국을 겨냥해 "얼마든지 대화로 소통이 가능한데 왜 비상식적인 수단을 쓴다는 말인가. 이런 행위는 누가 뭐래도 동맹의 가치를 버린 것"이라며 "동맹은 상호존중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실 담벼락 옆에 주한미군 기지가 위치한 점을 짚으며 "대통령실과 미군기지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큼, 대통령실의 방첩조치와 보안은 취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외통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실 담벼락 옆에 주한미군 기지가 위치한 점을 짚으며 "대통령실과 미군기지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큼, 대통령실의 방첩조치와 보안은 취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윤 의원은 대통령실이 이번 사태에도 '미국과 협의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도청 그 자체만큼 충격적"이라며 "혹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 때문에 눈치를 보는 거라면, 더 큰 일"이라고 짚었다.

그는 "당연한 주권도 못 지키는 비굴한 태도로 정상회담을 백만번을 한들, 무슨 국익이 생기겠나"라며 "이런 상태로는 밑바닥까지 박박 긁어 퍼주는 결과밖에 더 나오겠나"라고 직격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군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사건과 관련,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등 동맹국들을 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약 100여쪽에 달하는 기밀문건에는 한국 정부가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기고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지원할지에 대한 내부 논의가 담겨 있다.

매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무기를 지원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을 한국 관리들이 우려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도 소개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9일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보도를 잘 알고 있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라며 "과거의 전례와 다른 나라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고 원론적 입장만 냈다.

즉 국가의 컨트롤타워로 꼽히는 대통령실 도청 파문인데도 '미국과 협의'를 거론하며,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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