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중 읽고 '일본 외교 두둔' 메시지 줄줄이 쏟아냈나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3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서울 강남갑)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을 옹호하는 발언을 요청했다는 녹취록이 나왔다. 이는 대통령실의 명백한 공천 개입으로 읽히는 녹취록인만큼 큰 파장을 낳고 있다. 

MBC는 지난 3월 9일 저녁 태영호 최고위원이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을 모아놓고 한 말을 녹음한 내용을 1일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오늘 나 들어가자마자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에 대해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3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서울 강남갑)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을 옹호하는 발언을 요청했다는 녹취록이 나왔다. 즉 대통령실의 명백한 공천 개입으로 읽히는 녹취록인만큼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3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서울 강남갑)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을 옹호하는 발언을 요청했다는 녹취록이 나왔다. 즉 대통령실의 명백한 공천 개입으로 읽히는 녹취록인만큼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시기는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에 대해 전범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우리 기업이 '대리 배상'하게 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하면서 파장을 불러일으키던 때다. 

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잘 활용해 매번 (내가)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태 최고위원이)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이진복 수석이 말했다고도 피력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이 수석이 “오늘 ‘한·일관계 얼마나 좋냐’ 첫 상견례 자리에서 당신이 그거 탁 치고 들어왔으면 대통령한테 ‘한·일관계 태영호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러면 얼마나 좋을 뻔했느냐”고 말했다고 전하며,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미끼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옹호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태 최고위원은 자신의 재선을 위해 정부 정책을 옹호하겠다는 입장을 보좌진들에게 강조한 셈이다.

이후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일제 강제징용 해법과 한·일관계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국익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태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3월 16일에도 "윤 대통령의 (강제동원)구상권 포기 결정은 대국적, 대승적 결단"이라며 "빈손 외교, 굴욕 외교라는 단어 자체가 나오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윤 대통령을 적극 감쌌다. 이는 이진복 수석이 전한 내용과 자신의 다짐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파문에 대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MBC의 보도를 공유하며  "믿기 어렵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닌가"라며 사실이면 '공천 개입'이라고 직격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잘 활용해, 매번 (내가)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태영호 최고위원이)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이진복 수석이 말했다고도 강조했다. (사진=MBC 뉴스영상 중)
태영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잘 활용해, 매번 (내가)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태영호 최고위원이)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이진복 수석이 말했다고도 강조했다. (사진=MBC 뉴스영상 중)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으로 전락할 때부터 불법 공천개입 가능성에 대해 저는 누누히 경고해왔다"며 과거 박근혜씨의 '친박 후보' 당선을 위한 공천 개입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 보도된 사건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 제9조 2항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며 수사기관에 신속한 수사도 요청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포함된 '박영수 특검' 측이 박근혜씨에게 적용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친박 후보들이 공천을 받도록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지시하고, 국정원 활동비로 친박 후보들의 여론조사를 했던 혐의다. 이후 박근혜씨는 징역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보도 후 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진복 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관계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제 발언은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이진복 수석 역시 MBC에 "공천 관련 발언도 한일관계 관련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