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와 다스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 부인

검찰 조사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선 뒤 차량에 타고 있다. ⓒ뉴스프리존

[뉴스프리존=김희수기자]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1시간에 걸친 검찰 밤샘 조사를 받고 오전 6시25분, 소환 21시간 만에 논현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검찰은 진술 내용과 그간의 수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귀가시 이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차량에 올랐다.

전날 오전 9시 22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9시 45분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 시작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25분 검찰청사를 나와 준비된 차를 타고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조서에 적힌 내용과 조사 내용을 대조한 뒤 서명을 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조사 시간은 검찰청 총 체류 시간을 기준으로 21시간에 달했다.어제 밤 11시 55분쯤, 14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를 마친 이 전 대통령은 지금 약 6시간 가까이 조사 내용이 적힌 조서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혐의만 20개가 넘고, 조사 분량도 방대하다보니 조서 검토에도 시간이 꽤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받은 조사 시간은 작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 때의 21시간 30분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밤 11시 40분쯤 조사를 마쳤지만, 조서를 다시 읽는데만 7시간여가 걸리면서 21시간 30분만에야 청사를 나섰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장시간 이어진 검찰 피의자 신문 절차는 14일 자정 무렵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이 자신의 진술 내용이 담긴 조서를 면밀히 검토하는 데 6시간 넘게 시간이 걸렸다. 조사에 14시간 40분가량, 조서 열람에 6시간 반가량이 쓰였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에 입회한 강훈 변호사 등 변호인 4명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서에 적힌 답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일부 내용은 진술 취지와 다르다면서 수정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의혹과 관련해 20여개 안팎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액 60억원(500만 달러), 국가정보원 상납 특별활동비 17억5천만원 등에 관한 뇌물 혐의와 관련해 자신은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자동차 부품사 다스와 관련한 비자금 조성, 다스 소송 공무원 동원, 대통령 기록물 다스 창고 유출 등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그런 일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밖에도 그는 국정원 특활비나 불법 전용한 청와대 예산으로 불법 여론조사를 했다는 혐의 등 다른 의혹 전반에 관해서도 부인하는 취지로 일관했다.

검찰은 그러나 그간 수사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다수의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확보했고, 다스 '비밀창고'에 보관된 서류 등 다수의 결정적 물증들을 확보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르면 금주 중 이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 등을 포함한 수사 결과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 및 기소 시점 등 향후 수사 계획에 관한 재가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뇌물수수 혐의액만 100억원을 넘어 사안이 중대하고, 이 전 대통령이 객관적 물증에 반하는 진술로 일관하며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원칙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수사 상대라는 특수성, 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어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면 두 명의 대통령이 한꺼번에 영어의 몸이 된다는 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방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 등까지 고려한다면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신병처리 결정 과정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진: 아침 6시30분경 중앙지검ⓒ뉴스프리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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