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이 지정한 ‘세계 꿀벌의 날’

지난 5월 20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이다. 이날은 꿀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꿀벌을 사수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촉구하는 날이다. 2017년 유엔 총회에서 선언되었고 2018년 5월 첫 번째 기념일이 시작됐다.

지난 2017년 유엔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지구촌 야생벌 2만종 가운데 40%인 8,000종이 멸종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꿀벌 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현재 미국 내 꿀벌의 40%가 넘는 수가 실종됐다. 유럽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해마다 꿀벌이 30~40%가 사라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는 2035년엔 꿀벌이 완전히 멸종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숲 비호텔 재단장 전(왼쪽)·후 모습 [서울시 제공. ]
서울숲 비호텔 재단장 전(왼쪽)·후 모습 = 세계 벌의 날(5월 20일)을 기념해 성동구 서울숲 공원 내 꿀벌정원을 재단장했다고 서울시가 12일 밝혔다. 꿀벌정원은 꿀벌이 좋아하는 밀원식물이 어우러진 637㎡ 규모의 공간으로 꿀벌 생태계 회복을 위한 비(bee·벌) 호텔과 도시양봉장이 있다.[서울시 제공. ]

2022년 3월 19일, 농촌진흥청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전국 4173개 농가, 39만517개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다. 벌통 1개당 1만5000~2만 마리가 거주하니, 60억~70억 마리가 소실된 것이다. 피해 금액만 이미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전남 지역의 벌통 10만5894개를 비롯해 전북(9만개), 경북(7만4582개)에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이어 경남(4만5965개)과 충남(3만1280개), 강원(1만3033개), 경기(4250개) 등으로 확산되었다. 

양봉업계의 사정이 최악이다 보니, 양봉업계 측은 “예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벌꿀 대흉작으로 생계마저 위협받게 됐다”고 호소한다. 소비자들 또한 꿀값 급등 때문에 ‘꿀맛’을 보기가 한층 어려워진 상황이다. 양봉협회에 따르면, 벌꿀 채취량 감소 여파로 15만 원 선이던 벌통 1개 가격이 40만 원까지 치솟았다.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수가 급감하는 것은 ‘군집붕괴현상’의 발생에 의한 것이다. 이는 꿀과 꽃가루를 운반하러 나갔던 일벌이 둥지로 복귀하지 못하거나 갑작스레 일벌과 유충들이 다수 죽어버리면서 벌집이 통째로 전멸하는 현상을 말한다. 군집붕괴현상의 원인으로 △무선장비의 전자기파로 인해 일벌이 길을 잃는 현상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고온 현상에 의한 폐사 △농약 등 화학물질 △전염병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벌들이 지구온난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 이주하지 못해서 사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강원도 홍천에서 처음 발병된 ‘낭충봉아부패병’은 2010년 전국으로 퍼진 뒤 2년 만에 토종꿀벌의 75%를 폐사시켰다. 그야말로 꿀벌의 ‘흑사병’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낭충봉아부패병이 크게 번지는 이유를 ‘이상기온’으로 보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상기온이 발생하면서 벌들의 면역력이 크게 감소했고, 동시에 국내에 존재하던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원인은 과도한 농약살포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살충제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의 일종인 ‘티아클로프리드’를 EU시장에서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은 꿀벌 정자의 건강을 떨어뜨려 생식을 방해하고 기억력 및 위치파악 능력에 비정상적 저하가 불가피하다. 

꿀벌이 신경 자극성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가 함유된 농약에 중독됐고, 이것이 함유된  먹이를 선호하기에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사과농가는 수정시기가 끝난 후 불필요한 수정을 막기 위해 살충제를 살포한다. 이로 인해 꿀벌들이 농약을 먹고 벌통으로 돌아와 떼죽음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세계 식량재배 경제적 가치는?

꿀벌이 전 세계 식량 재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연간 세계에서 1530억 달러(약 165조 6800억)으로 추산되고 있다. 꿀벌의 중요성을 강조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농작물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꿀벌이 없으면 식량도 사라진다”고 경고한다. 

사진: '꿀벌을 위하여' 한국어 영상 장면 [서경덕 교수 SNS 캡처]
사진: '꿀벌을 위하여' 한국어 영상 장면 [서경덕 교수 SNS 캡처]

여기에서 더 큰 문제는 꿀벌의 실종은 농작물과 식물 생장에 큰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이용하는 식량자원의 3분의 1가량이 곤충에 의해, 그 가운데 80~90%가 꿀벌에 의해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전 세계 40만여 종의 식물 가운데 75%가량의 번식에 꿀벌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受粉) 한다. 특히 양파나 당근, 사과의 경우는 재배할 때 꿀벌의 기여도가 90%에 육박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전 세계 식물의 번식에 문제가 생기고, 식량 부족에 이어 자연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꿀벌이 사라져 식물의 화분매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먹거리 시스템이 붕괴된다.

꿀벌의 급감은 식량 위기를 불러온다. 전문가들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100% 멸종된다면 식량난, 영양실조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꿀벌의 감소로 비롯된 식물 식량의 부족으로 인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급속히 늘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015년 하버드 공중보건대 ‘사무엘 S 마이어 교수 연구팀’은 영국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발표한 연구보고를 통해 꿀벌 등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한 해 142만명의 사람들이 사망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을 제시한다. 

또한 이들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과일 생산량의 22.9%가 감소하고, 채소는 16.3%가 감소할 것이라고 보았다. 견과류의 생산 역시 22.9%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일이나 채소, 견과류의 생산 감소는 결국 저소득층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과일, 채소 및 견과류를 사료로 삼고 있는 가축들의 수도 감소하기 때문에 낙농제품, 육류 등 식품군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꿀벌이 부재하면 과일·채소 등 생장에 타격을 주고 가격 또한 치솟게 된다. 만약 지구상의 모든 벌이 사라져 농작물을 중국 쓰촨성 마을의 농부들처럼 인공 수정을 하게 된다면, 모든 식자재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할 것이다.

지속가능 양봉산업! ‘자연보전기능’

꿀벌의 멸종위기를 맞아 지속가능한 영농을 위한 양봉산업의 자연보전기능은 현재의 그린뉴딜 추세와 더불어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과 생태계 유지·보전 등 높은 공익적 가치를 지닌 꿀벌을 보호·관리하고, 양봉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과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관한 법률’을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2020년 8월 28일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양봉산업육성 종합계획 수립·시행에 필요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와 함께 양봉산업육성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양봉 관련 연구소·대학·기관 등을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하고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근거 또한 구비되었다.

이제는 친환경농업을 장려해 매년 반복되는 벌꿀 생산에 대한 차질을 예방해야 한다. 꿀벌 개체수의 감소는 자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농업과 경제 전반에 있어 지대한 여파를 필히 수반한다. 지금부터라도 ‘꿀벌 개체 수’의 극적 감소를 막기 위해 가열하게 노력해야 한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새 토종꿀벌 품종 개발을 마치고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신품종은 유충 체내에 바이러스가 잠복해도 질병의 발병이 되지 않으며 다른 토종꿀벌에도 전염을 유발하지 않는다. 질병 없는 토종벌을 키우고 고품질 꿀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전언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꿀 생산량 감소는 재해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양봉농가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꿀벌이 생존하기 위해 많은 꽃이 있어야 하는데, 꽃을 어떻게 늘릴 수 있는가도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양봉산업이 친환경 축산의 선도주자로 자리 잡기 위한 정책개발 및 양봉산업 경영 효율화 방안 모색이 중요해 지고 있는 시점이다. 양봉산업이 단순히 꿀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닌 자연생태계와 인류를 지키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인 지원대책의 시급성을 재차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지난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꿀벌 군집 붕괴현상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꿀벌 사육 봉군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2% 감소한 247만 봉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지난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꿀벌 군집 붕괴현상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꿀벌 사육 봉군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2% 감소한 247만 봉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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