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나? 그리고 하동군민에게는 무엇을 얻게 하려 했나?

[경남=뉴스프리존]김회경 기자= “관람자에게는 천연차를 통한 건강 챙기기, 농가에게는 소득증대 방안 다 녹였어야 했다”

하동세계차엑스포 개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세계엑스포임에도 먼저 가 봐야겠다며 소란을 떠는 모습은 커녕 함께 가보자며 권유하는 이웃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축제로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하동세계차엑스포가 전 세계인은커녕 경남도민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볼거리와 체험 거리, 즐길 거리 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축제는 축제대로 놀고 관람자들은 찾지 않는 모습으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차천년관’ 입구 모습,(뉴스프리존=김회경 기자)
‘차천년관’ 입구 모습,(뉴스프리존=김회경 기자)

하동세계차엑스포는 글자 그대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열리고 있으며, 차를 만방에 알리는 축제다. 그렇다면 이곳 축제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차에 관한 역사와 약리적 상식, 그리고 재미 등을 제공해 주도록 기획됐어야 한다. 그런데 그와는 동떨어진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축제 개최 초기에는 상당한 기대를 했다. 코로나가 사실상 끝나고 처음으로 맞는 축제여서 관람장이 있는 하동 일대가 관람객들로 미어터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관람을 다녀온 사람들은 아무런 볼거리가 없었다는 평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축제의 주인공인 녹차는 매일 먹어야 하는 필수 식품도 아니며, 디저트도, 과일도 아니다. 이런 만큼 차에 관한 문외한들이 기초 상식이라도 알 수 있도록 철저한 배려를 했어야 한다.

나아가 1차 농작물인 녹차잎을 이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건강식품이나 미용 제품, 식품을 만들거나 체험활동 참여 등을 유도해 농가에 부가 또는 추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1차 산업의 6차 산업화’란 목표 실천이 하동지역 녹차 재배 농가에는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사양산업이 되어 가고 있는 하동녹차 농업을 되살려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동군에는 농업과 임업, 수산업이 주요 산업이며, 산업단지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설명이 필요 없이 중요하다. 녹차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대단히 크다.

하지만 과연 이번 하동세계차엑스포에 이런 상식적인 목적이 투영되기나 한 건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차에 관한 첫 관문인 ‘차천년관’을 관람한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런 기획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혹평이다.

무엇을 알리고자 했으며, 무엇을 목표로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 반응이다. 

‘차천년관’ 내부에 기록된 자료들,(뉴스프리존=김회경 기자)
‘차천년관’ 내부에 기록된 자료들,(뉴스프리존=김회경 기자)

녹차 재배는 줄잡아 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하동이 우리나라 최초의 재배지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다음 하동 녹차잎을 이용해 맛과 향이 빼어난 덖음차를 제조해낸 기능보유자에 관한 기록도 중요한 자료이어야 한다. 

이분들을 통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거의 사라질 뻔했던 우리 전통차 제조기법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이것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엑스포 주제여야 한다.

이런 분들이 ‘명인’이라는 타이들로 하동에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여러 명 배출됐다. 그렇다면 이런 분들의 전통차 제조기법 재현과 그 경위, 숨겨진 비법 등을 이야기 형식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기능을 보유한 분들에게 농림식품부가 명인(名人)으로 지정했다. 1호 명인부터 이후 배출된 명인들에 대한 기록과 이분들이 하동차는 물론 우리나라 전통차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도 큰 관심거리 일 것이다.

하지만 ‘차천년관’ 안에는 이러한 기록이 하나도 없다. 도무지 무슨 내용을 보여주고자 한 건지 알 수 없는 내용들을 벽면에 도배해 놨다. 

무엇보다 하동에는 녹차 명인 1호인 박수근 선생이 생존해 계신다. 이분을 모델로 활용해도 좋고, 이분에 관한 기록을 전시해도 충분히 볼거리라고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녹차 명인에 관한 기록은 없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되묻고 싶다.

하동세계차엑스포는 지난해 지방선거 이전부터 기획됐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치단체장이 바뀌었다. 

그 과정이야 어찌 됐건 엑스포 성과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는 현재의 하승철 하동군수와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그 지적을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엑스포 준비 과정에 군수와 도지사가 바뀌면서 제대로 챙기거나 고심을 해보지 않았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김회경 기자
김회경 기자

혹여 필자의 생각으로는, 녹차 명인들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특정 명인을 옹호하거나 잘못된 의도가 숨겨져 있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간다. 이러한 과정에 자치단체장이 편들기를 하지 않았는지도 답해야 하는 과제로 남았다.

이럭저럭 하동세계차엑스포는 끝을 향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하동군민들은 얻는 것보다 부담만 떠안았다며 푸념이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무엇을 알리고 무엇을 얻고자 축제를 열었는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엑스포가 끝나고 나면 종합평가서가 나올 것이다. 

이 평가서에 무엇을 기록해서 또 후대에 남겨줄 것인지 그것 또한 흥미롭다. 진실하게 평가해서 기록으로 남겨지길 기대한다. 그래야 또다시 축제나 엑스포를 열게 되면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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