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프로젝트는 시행에 앞서 정당성 평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특히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처리처럼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처리에 대한 여러 대안 중 해양 방류는 가장 정당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0일 서울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한국 시민들. (사진/신화통신)
지난 20일 서울에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한국 시민들. (사진/신화통신)

지난 2021년 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이하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가 거의 다 찼다는 점을 이유로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올여름이나 가을쯤이면 저장 공간이 가득 찬다며, 이를 바다에 방류하지 않으면 원전 폐기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장 공간이 없다는 말은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원전 안에는 저장탱크를 새로 건설할 공간이 많지 않다 하더라도 원전 주변에는 공터가 많다. 그런데 왜 이를 이용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주변 공터가 자신들의 소유가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다들 알다시피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넓은 부지에는 이미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 저장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음 먹었다면 부지를 구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간을 확보하고 시간을 벌어 더 좋은 방사능 오염수 처리 방법을 최종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일부 환경단체에서도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지방정부, 그리고 토지 소유자와 협의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만 댈 뿐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처리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시간이 없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어쩌면 이들은 돈과 시간을 들여 땅을 구매하고 저장탱크를 새로 짓는 것보다 방사능 오염수를 그냥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가장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른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조직한 전문가팀은 이 '처리수'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대기 증발 ▷전해 처리 ▷파이프를 통해 지층 주입 ▷고형화 처리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 중 해양 방류가 '최저 비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 초빙한 제3자 전문가팀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기술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이자 환경윤리적으로 부당하다고 날을 세웠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어느 한 국가의 일이 아니므로 반드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것은 극도의 이기적 행태이자 일본이 처리해야 할 방사능 오염수의 '위험'을 태평양 연안국과 섬나라, 나아가 전 세계에 떠넘기는 행위다. 일본은 해양 오염 및 해양 생물과 인류의 생명 위협을 대가로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려는 '셈법'을 보이고 있다. 이는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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