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분(親分)과 연분(緣分) vs 짬짜미와 품앗이

이인권 논설위원장 / 커리어 컨설턴트

‘친분’을 사전에서 보면 ‘사귀어서 매우 가깝고 친한 정분’으로 풀이하고 있다. 반면에 ‘연분’은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맺게 되는 인연’으로 되어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두 가지 말은 엇비슷하다. 하지만 구태여 구분하자면 친분은 ‘개인적 연고를 기반으로 맺어진 관계’ 곧 학연, 지연, 혈연 등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연분은 ‘사회적 활동을 기반으로 맺어진 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연분은 사회적 신뢰, 존중, 역량을 바탕으로 하는 품앗이식 ‘네트워킹’(networking)인 것이다. 그런데 친분은 우리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는 개인적 이해관계에 의존해 형성되는 짬짜미식 '로그롤링'(logrolling)이라 할 수 있다.

경영이론가들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에 이르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냈다. 네트워킹, 즉 ‘관계 유지’에 탁월한 사람들이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얻어냈다. 당연한 이치다.

하바드경영대학원의 존 코터 교수는 유능한 사람은 자기 시간의 80% 이상을 네트워크 구축과 관리에 쏟아 붓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가정이나 기업이나 어떤 조직이든 한 개인의 뛰어난 능력 하나가 대수가 아니다. 단체에서는 감성적인 소통과 공동체 의식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개인도 성공하고 조직도 발전을 거두는 것이다.

축구를 예로 들어 보자. 경기장에서 선수들끼리 서로 호흡을 잘 맞춰 교감을 해가며 세트플레이를 하는 팀이 있다. 그리고 선수 개별적으로는 기량이 뛰어나나 운동장에서 서로 뜻이 맞지 않는 팀이 있다고 치자. 누가 이길 수 있는가는 명확하다. 중뿔난 한 사람보다 우직한 열 사람이 백 번 낫다고 할 수 있다.

경영의 논리도 똑 같다. 어느 한 조직의 역량은 개인적인 전문성과 다양한 네트워크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연결된 출처에서 직. 간접으로 얻어지는 지식이나 정보, 그리고 환류 되는 의견들이 바탕을 이루게 된다. 이것을 인력관리 전문가인 키로프스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요약한 공식을 빌려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그는 유명한 축구선수와 코치를 거쳐 기업의 경영자가 된 사람이다.

    E = MC²

 M(Mastery) - 전문가의 개별적 능력과 노하우(인간적 자본)

 C(Connections) - 네트워크로 연결된 외부 환경(사회적 자본)

 C(Communication) - 외부환경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채널

 E(Effectiveness) - 조직의 총체적인 역량과 효율적 생산성

자신이 갖는 네트워크의 힘은 바로 지식이 교류하고 정보가 공유되는데 있다. 어쩌다 보면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폐쇄성이나 개인주의는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진정 성공인이 되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이런 것에서 탈피해 자신들의 위치에서 세상을 넓은 안목으로 보도록 하라. 바로 앞의 둔덕만 보지 말고 그 너머 지평선을 보라.

《링크》의 저자인 네트워크 이론가 바라바시 미 노스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그는 인간관계 중에서도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통한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통화자가 가장 긴밀한 인간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알고, 누구와 친하게 지내는가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휴대폰 네트워크다. 여기에다 요즘은 소셜서비스네트워크(SNS)가 인간관계를 맺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SNS는 1인 미디어로서 다양한 친구를 만들 수 있어 소통의 폭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어 좋다.

그러나 요즘은 지나친 SNS 활동에다 친분의 관계를 중시하던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려는 사회적 트렌드가 밀레니얼 세대들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인 ‘관태기’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스마트폰 네트워크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 모바일 네트워크에는 두 가지 측면, 즉 '약한 유대'(weak tie)와 '강한 유대'(strong tie)가 있다. 그 중에서 약한 유대가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버드대 그래노베터 교수의 설문조사 결과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구직을 하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다수 응답자들은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보다 어쩌다 한번 만나는 사람들이 구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평소에 자주 만나는 강한 유대관계보다 자주 못 보는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더 힘이 됐다는 얘기다.

그것은 강한 유대를 갖는 사람은 평소에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 친하긴 해도 정보획득 면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량이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은 내가 듣지 못한 새로운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마케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약한 유대의 사람들에게 마케팅을 하게 되면 더 효과적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을 넓혀갈 수 있다. 고객 시장의 외연을 훨씬 더 넓혀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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