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하려 일부러 손가락 부러뜨렸지”… “너 이 XX 군대가 너 놔줄것 같아”

이모(30)씨는 올해 5월 의병 전역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작가로 활동하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2013년 28살의 나이에 군에 입대했던 그다. 늦은 나이에 군대에 왔지만 그는 10살 가까이 차이나는 선·후임들과 격의없게 지냈고 부대 간부들도 그의 군생활을 칭찬했다.

그러던 중 악재가 닥쳤다. 지난해 10월16일 부대 유격훈련 중 왼쪽 검지손가락이 탈구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곧바로 인근 군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부대로 복귀했다. 치료를 받았는데도 다친 부위의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통증 강도도 갈수록 심해졌다.


 
군 복무 중 손가락이 탈구되는 부상 이후 제때 조치를 받지 못해 의병전역한 이모씨의 부상 부위. 군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발병한 이씨는 현재 손가락에서 시작된 통증이 상반신까지 전이돼 하루에도 몇 차례씩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는 11일 “통증 정도를 1∼10으로 봤을 때 처음에는 6정도였는데 갈수록 심해져 10에 달하기도 했다”며 “너무 아파서 계속 손을 가슴보다 위로 올리고 다녔다”고 전했다. 이런 모습에 한 부대 간부는 “군생활 끝내려고 일부러 손가락 부러뜨렸지?”라는 말로 이씨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는 상급부대에서 개최하는 독후감 경연에 제출할 글을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씨에게 써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씨는 입에 손수건을 넣고 통증을 참아가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그의 독후감을 대필해 줬다.

일선 부대에서 군병원 진료를 받기는 쉽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군병원 외래진료를 통해서는 치료 효과도 없었다. 군병원 군의관은 “(왜 그렇게 통증이 지속되는지) 자기도 잘 모르겠다”며 민간병원 진료를 권유했다. 이씨는 결국 휴가를 내고 민간병원을 찾았다. 군에서 석달여 동안 찾지 못했던 통증의 원인을 그제야 알게 됐다. 그때까지 들어보지도 못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이었다.

 
국방부 보통검찰부는 이씨의 진정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부대에 복귀해 의병전역 절차를 위해 대기하는 동안에도 통증은 계속됐다. 지난 2월13일에는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중대장인 A대위가 바로 달려와 자신의 차량으로 이씨를 인근 군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응급실에서 대기한 지 30여분, 군의관 B대위가 왔다. 그는 이씨를 보자마자 대뜸 “이 XX. 우리 병원 애 아니잖아. 처음 보는 XX인데”라며 “네 까짓게 CRPS라고? 너는 규정 딱 봐도 3급이야. 군대가 너 놔줄 것 같아”라는 등 욕설과 인격모독 발언을 쏟아냈다. 또한 이씨를 데리고 간 중대장이 CRPS 진단서류 등을 보여줬음에도 오히려 서류로 이씨의 해당부위를 부채질해 고통을 가중시켰다. CRPS는 미세한 바람으로도 작열통을 느낄 수 있어 일종의 가혹행위로 여겨질 수 있는 행위였다.

이씨는 분함에 B대위를 폭행 및 모욕죄로 군 검찰에 진정했다. 당시 이씨를 데리고 군병원에 갔던 A대위는 참고인 조사에서 이씨에게 욕을 하고 조롱한 B대위의 행태를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국방부 보통검찰부는 증거 불충분으로 해당 진정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의병전역 직전인 지난 4월 이씨는 극심한 고통과 우울증 등으로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다.

현재 이씨는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한 상태다. 하지만 CRPS 질환은 물론 심각한 우울증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며 마약성진통제를 포함해 하루에 30알 가까운 알약을 복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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