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원기 기자]공해란 산업이나 교통의 발달에 따라 생물이 입게 되는 여러 가지 피해를 말한다. 그 중 광공해라고도 불리는 빛 공해는 인간이 만들어 낸 다른 공해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매연이나 폐수는 자연환경을 직접적으로 파괴하지만 빛 공해는 생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빛 공해’란 무엇인가

빛 공해는 천문학에서 비롯된 용어로 인간이 만든 필요 이상의 인공조명 때문에 생기는 공해(公害)를 말한다. 빛 공해의 대표적 현상은 야간조명 때문에 밤하늘이 오염되는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과다한 빛이 생태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빛이 얼마나 강해야 공해라고 할 수 있을까? 국제조명위원회(CIE)에서는 빛 공해를 양호한 조명대상범위 밖으로 새어나오는 ‘새는 빛’의 정도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CIE에서는 환경구역을 4가지로 분류하는데, 어두운 지역의 경우 건물표면의 휘도(어떤 방향에서 본 물체의 밝기)값이 5cd/㎡(1cd/㎡는 촛불하나 밝기)를 넘지 않도록 하고, 야간활동이 활발한 지역의 경우 25cd/㎡를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대표적 상가밀집지역인 동대문 상업 지역의 경우 인공조명 수치가 CIE에서 정한 기준보다 2~3배정도 높게 나타났다. 쇼핑몰이나 옥외광고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과다한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주원인이었다.

한편 빛의 밝기 자체도 빛 공해를 일으키는 원인이지만, 빛의 산란 또한 빛 공해를 가중한다. 지상에서 반사된 빛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물질이나 먼지 입자와 부딪히면서 각 방향으로 흩어지는데, 이렇게 산란된 빛이 밤하늘을 전체적으로 밝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봄철의 경우 황사로 인해 대기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 빛의 산란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빛 공해의 피해가 더 심하다.

과다한 빛은 생태계 교란의 주범

지구의 자전이 낮과 밤의 주기를 만들고 지구의 공전이 계절의 주기를 만드는 것처럼 모든 생물은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다. 생물은 이런 환경 변화에 적응해가면서 규칙적인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다. 특히 낮과 밤에 맞춰 움직이는 생체리듬은 빛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식물은 낮밤의 길이에 따라 꽃을 피우는데, 빛 공해는 이러한 식물의 개화시기에 문제를 일으킨다. 밤의 길이가 긴 시기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밤에 인공적인 빛이 있으면 낮으로 착각해 개화 호르몬을 생성하지 않아 꽃이 피지 않는다.

이명성 교수(자연대 생물학과)는 “빛과 생물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하며 “빛을 이용해 식물의 개화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춰 열매나 잎의 수확량을 늘리는 농사방법도 있지만 이는 자칫하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밤에 빛이 있으면 식물은 광합성을 하게 되는데, 밤에는 온도가 내려가 흙이 얼기 때문에 식물이 수분을 빨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이 지속되면 무리한 광합성 작용에 의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생태계 전반에 걸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동물이나 곤충은 주행성, 야행성으로 나뉘는데 야행성동물은 빛이 없는 야간에 적응하기 위해 눈이 발달했고, 어두운 환경에서 희미한 빛을 인식하는 간상세포의 수가 많다. 또한 한번 흡수한 빛을 다시 반사하는 막이 있어 빛을 재흡수 할 수 있으므로 빛이 약한 밤에도 잘 볼 수 있다. 하지만 빛 공해로 인해 야행성동물이 활동에 지장을 받고, 심한 경우엔 낮과 밤을 착각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밤이 충분히 어둡지 않으면 약한 동물이 천적의 눈에 띌 가능성이 높아져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빛 공해의 대표적 피해자는 바다거북이다. 바다거북은 알을 깨고 나오면 자연적으로 달빛에 이끌려 바다로 향한다. 하지만 주변에 다른 강한 빛이 있으면 그 빛을 따라가기 때문에 육지와 같은 엉뚱한 곳에 다다를 수 있다. 이렇게 인공의 ‘빛’이 바다거북의 생태를 교란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 밤에는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 되는데, 빛이나 소리와 같은 자극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밤에 텔레비전을 켜놓고 자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장기간 빛을 받으면 유방암의 발병률이 60%가까이 증가한다는 덴마크의 코펜하겐 암연구소의 연구 보고도 있다. 또한 강한 인공 빛을 많이 쪼이면 뇌파가 각성상태와 동일한 베타파로 변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상태에 있게 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별을 밀어내는 빛, 천문관측에도 지장

이제 “대도시에서는 별을 볼 수 없다.”는 말은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별과 천체를 관측해야하는 천문대도 빛 공해를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늘이 충분히 어둡지 않으면 천문관측에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들은 몇 만 년이 걸려 지구에 도달하는데 그 빛이 희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변에 조금이라도 인공적인 빛이 있으면 천체의 빛을 잡아낼 수 없게 된다. 윤태석 교수(자연대 천문대기과학과)는 “밤하늘이 밝으면 어두운 천체는 물론이고 밝기가 밝은 천체도 모양을 또렷이 관측할 수 없다.”고 말하며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은데 인구수가 많기 때문에 면적대비 인구수가 적은 외국보다 천문대가 들어설 만한 좋은 환경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에서는 밤하늘에서 관측되는 별의 개수를 직접 세보고 광공해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의도로 몇 해전 4월 “별은 얼마나 많을까요?(How Many Stars?)” 행사를 개최했다. 전국 50여 곳에서 봄철 대표적 별자리인 작은곰자리와 오리온자리를 구성하는 별의 개수를 직접 세어 관측된 별의 개수에 따라 7개의 등급으로 나눴다. 별의 개수가 많으면 등급도 높아진다. 관측 결과 서울 지역에서는 1등급으로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경북 대구와 영양군 등지는 3등급으로,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이 3~4개 정도 관측되었다. 행사 관계자는 “하늘이 맑은데도 등급이 이렇게 낮은 것은 빛 공해의 영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관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천문대의 주변 반경 50km 이내로는 빛을 차단하고, 그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주변 가로등에 갓을 씌우거나 가로등의 모양을 바꿔 빛이 하늘로 퍼지는 것을 막기도 한다.

빛 공해는 인간만이 줄일 수 있다

최근 빛 공해가 이슈화 되면서 이에 발맞춰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과 같이 메가 시티가 많은 나라를 중심으로 관련된 여러 시민 단체가 활동 중에 있다. 그 중 미국에서 시작된 ‘별하늘 찾기 운동’은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환경 운동으로 사람들이 별을 볼 수 있게 하고 생태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해 교보생명 교육문화재단 환경논문공모전에 발표된 ‘광공해의 현실과 실용적 해결 방안’이라는 논문에서는 광공해의 해결책으로 ▲최소한의 광도의 인공 빛 사용 ▲인공 빛의 타이머 기능 ▲전등 구조물 개조 ▲빛의 용도에 따라 밝기나 방향을 정확히 맞추어 사용하기를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인간이 만든 빛 공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인간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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