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에 갈 곳을 잃은 개인들의 돈이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화 투자 쪽으로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이 10억 달러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IBK기업·NH농협은행의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으로 41억9천300만 달러로, 작년 12월 말(32억7천700만 달러)보다 9억1천600만 달러 증가했다. 10개월 사이의 증가폭은 28%에 이른다.

개인 달러화 예금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달러화 기준으로 환산한 개인 외화 예금이 같은 기간 35억4천400만 달러에서 43억7천900만 달러로 8억3천500만 달러(23.5%) 증가했다. 평균적으로 달러화 예금이 전체 외화 예금의 약 8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개인 달러화 예금 증가액은 약 6억6천만 달러일 것으로 추산된다. 6대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이 10개월 만에 15억 달러 이상 증가한 셈이다.

개인 달러 예금이 급증하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달러 값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는 심리가 시장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했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받는 금융상품이다. 금리는 1%에 미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준이지만, 달러 가격이 오르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환차익에는 세금도 붙지 않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5개월째 역대 최저인 연 1.5%에 머물면서 다른 상품으로는 사실상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없게 되자 환차익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 달러 예금으로 개인들의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이런 증가세는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기대감이 고조된 최근 1개월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민·우리·기업·농협은행의 개인 달러화 예금 잔액은 올 6월 말 35억300만 달러에서 9월 말 34억7천800만 달러로 소폭 줄어들었으나 최근 한 달 만에 7억1천500만 달러 급증했다. 한 달 사이의 증가폭이 무려 20.5%에 달한다.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개인 외화예금 잔액도 6월 말 38억5천400만 달러에서 9월 말 40억6천900만 달러로 세 달간 2억1천500만 달러 증가했지만, 이후 한 달 사이에만 3억1천만 달러 늘어났다. 외화예금 중 달러화 평균 비중인 80%를 적용하면 한 달간 2억4천800만 달러 안팎이 증가한 셈이다. 따라서 6대 시중은행을 통틀어 보면 한 달새 9억6천만 달러에 이르는 달러화 예금 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기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연내인 10월이나 12월에는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던 시기와 겹친다. 최근 들어 미국의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만큼, 개인 자산이 달러화에 몰리는 추세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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