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이 집단 발생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원장과 간호조무사가 주사기를 재사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나의원을 이용한 한 일가족 3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파장은 커지고 있다.


2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관할 양천보건소는 다나의원을 업무정지 처분하고 원장 A씨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에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양천구보건소 등에 따르면 다나의원의 원장 K씨는 질본 조사에서 “2012년 사고로 뇌내출혈(뇌 안의 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나는 일)을 겪은 뒤 주사기를 재사용해왔다”고 진술했다. K씨는 이 사고로 뇌병변장애 3급과 언어장애 4급 등 중복장애 2급을 받았다. 이후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하고 수전증 등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뇌 손상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비상식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A원장은 방역당국에 "수년 전에는 주사기 재사용을 하지 않았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 중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진술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장애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의료기관을 운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A원장의 진술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A원장의 이 같은 건강 상태가 주사기 재사용과 관련된 것인지 다각도로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A원장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할 건강상태가 아닌데도 의료행위를 했다면 윤리적인 비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뇌손상 후유증 자체가 주사기 재사용 등 감염 관리 소홀 행위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방역당국은 A원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이 아닌 부인이 일부 의료행위를 한 정황도 파악했다. 양천보건소는 원장의 부인이 간호사들에게 채혈을 지시하는 등 의료행위를 했다며 A원장의 부인과 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다나의원은 수액주사(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되는 마늘주사나 비타민주사 같은 기능성 영양주사를 집중적으로 처방하고 있는 의원이다. 이번 사태의 C형간염 감염자는 모두 수액주사를 투여받은 공통점이 있다. 이 의원의 주사 처방률(약 처방을 받은 환자 중 주사 처방을 받은 비율)은 다른 병·의원의 5배에 육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사 처방률은 98.12%로 전체 병·의원 평균인 19.29%보다 훨씬 높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이 감염된 점,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감소라는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의료인의 윤리를 외면하고 진료를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몸이 불편한 원장을 대신해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주사기 재사용과 같은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C형간염에 감염된 사람은 이날 1명이 추가돼 모두 67명이 됐다. 방역당국은 2008년 5월 이후 이 의원을 이용한 2천268명(중복된 1명 제외)을 확인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600명(26.5%)이 검사를 완료했다.

방역당국은 혹시 다른 감염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비해 이번 사태의 조사 대상인 2천268명의 의료인, 환자 등을 대상으로 C형 간염 외에 B형간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말라리아, 매독 등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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