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영화의 한 장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과거 독재정권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문화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5·18 민주화 운동 37주년 기념사’에서 독재정권에 대해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표현하고, 같은 해 8월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헬기사격사건 특별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지난 2014년에 출간돼 현재까지 한국 장편소설 부문 판매량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황석영 작가가 대표 집필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지난 1985년에 출간되고, 2017년 5월 개정돼 한국정치사 부문 판매량 4위를 점하고 있다(YES24 2월 2일 기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당시 광주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기록물로, △피해자 증언 △현장 취재 기자 증언 △군사작전 내용 △재판결과 등을 조명하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 역시 ‘천만 영화’로 막을 내렸다. ‘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 운동 현장을 취재했던 독일 외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운전사의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근 개봉한 ‘1987’ 또한 문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로 주목 받고 있다. ‘1987’은 ‘6월 민주항쟁’의 씨앗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로, 지난달 말까지 관객 수 7백만을 돌파했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본 후 “영화를 본 후 가장 울림이 컸던 대사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나요’라는 대사였다”라며 “이 영화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재정권을 소재로 하는 도서와 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 이유는 과거 박근혜 정권 당시 있었던 문화예술계에 대한 검열이 사라졌고, 문 대통령이 독재정권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해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문화예술계 검열은 탄핵 이후 공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정부 지원 제외나 검열 등을 목적으로 작성한 블랙리스트로, △방송인 △작가 △영화감독 등 문화예술계 관련 인물 9천여 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명단은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문화예술인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제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문화예술인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을 지지한 문화예술인 등으로 분류돼 있다.

한 작가와 황 작가 모두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던 작가다. 특히 ‘소년이 온다’의 경우 서울시가 선정하는 세종도서 지원 심사에서 탈락하기도 했는데, 심사 총평은 ‘사상적 편향성’, ‘다소 정치적 성향’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세종도서로 선정된 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사업진흥원이 1종당 1천만 원 이내로 구입해 △공공도서관 △전국 초‧중‧고교 △사회복지시설 등에 배포한다. 또한 지난해 9월 황 작가는 방송인 김미화와 더불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위원회’를 찾아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피해사실에 대한 조사를 신청하기도 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택시운전사’를 준비했던 당시와 지금 상황이 다르다”면서 “영화를 준비했던 당시에는 조심스러웠고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사회가 많이 바뀌어 다른 분위기 속에서 관객을 만나게 됐다”고 말해 블랙리스트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1987’의 배급사가 CJ E&M이라는 점에서도 문화예술계 검열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 CJ E&M은 ‘변호인’ 등의 영화를 이유로 정부로부터 ‘좌파 영화’를 만든다는 이유로 압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애국심과 유신 정권의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는 ‘국제시장’과 같은 영화를 배급했으나, 정권 교체 후 반대의 서사를 가지는 ‘1987’을 배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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