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데레사 기자]그레셤의 법칙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로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를 의미한다. 과거 유럽에서는 지폐가 통용되는 지금과 달리, 금이나 은이 주요 화폐로 사용되었다. 이때 만 원짜리 주화에는 만 원어치의 금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고 이렇게 액면가와 금속으로서의 실질가치가 일치하는 주화를 양화라 칭한다. 하지만 경제가 악화되면서 유럽 군주들은 주화에 불순물을 섞어 금이나 은의 함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는 액면가와 실질가치가 일치하지 않아 곧 악화가 되는 것이다. 이미 설정된 액면가는 금속이 얼마만큼 들어가든 동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악화만을 사용하고 양화는 집에 쌓아놓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레셤의 법칙이란 용어는 16세기 영국의 재정가이자 무역가인 토마스 그레셤(Thomas Gresham, 1519~1579, 이하 그레셤)이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 1533~1603)에게 보낸 편지에서 위와 비슷한 현상을 설명한 것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레셤은 이를 이용하여 왕실 재정 수입을 늘리는 것과 더불어 왕실부채를 경감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외국환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악화를 다시 주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엘리자베스 1세는 이를 받아들였다.

신용화폐를 중심으로 유통이 이루어지는 오늘날, 그레셤의 법칙은 경제법칙으로서의 의미는 퇴색되었고 좋은 것이 나쁜 것에 밀려날 때와 같은 다양한 사회현상을 설명할 때 쓰이고 있다. 현대인들이 고품질의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대신 저품질의 불법 복사 프로그램을 더 많이 이용하는 현상이 일례이다. 또한 강력한 자본을 가진 석유 회사들이 전 세계에 대한 석유 장악력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기 위해 친환경자동차의 출현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보일 때 그레셤의 법칙을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기업이 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과대포장과 과장 광고로 소비자가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와 인터넷에서 자극적인 글 또는 거짓 정보를 더한 부적절한 콘텐츠가 양질의 콘텐츠보다 더 높은 관심을 받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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