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원기 기자]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건설사 현장소장 2명을 검찰이 석방했다.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이 체포해 구속한 대림산업 현장소장을 검찰이 핵심증거가 위조됐다며 석방하면서 양측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져 양측 신경전이 거세다.

경찰이 제출한 증거물 가운데 금품을 준 내역이 적힌 하청업체측 지출결의서가 위조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하청업체 H건설로부터 편의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증재)로 구속된 대림산업 현장소장 백모(55)씨와 권모(60)씨에 대한 구속을 취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경찰이 확보한 지출결의서가 원본이 아니라, 하청업체 사장 지시로 새로 작성된 것이라는 경리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 3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그로 인해 구속된 두 사람과 불구속 입건한 대림산업 전 대표 A(60)씨 등 전현직 임원 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하청업체로부터 지출결의서 원본을 다시 받아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이 증거물이 위조된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여부 등 경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백씨에게 ‘상주-영천간 민자고속도로 공사’에서 하청업체로부터 4,600만원 상당의 고급 외제승용차를 받고 발주처 감독관 접대비 명목으로 13회에 걸쳐 2억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출결의서가 위조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수사과정에 '한치의 거리낌도 없다'고 밝혔다. 권씨는 ‘하남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조성 공사’ 과정에서 10회에 걸쳐 1억4,500만원의 접대비를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은행 입출금 내역 등 다른 증거물이 있고 피의자들로부터 자백도 받았다며 혐의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결정적 증거인 하청업체의 ‘지출 결의서’(돈 받은 사람 이름이 기록된 내역) 등을 확보해 영장을 신청했고, 경찰청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를 검토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구속을 취소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이런 식으로 증거가 조작됐다며 언론에 흘리는 경우는 25년 경찰 생활하면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보자는 이미 경찰 수사 단계에서 “지출결의서를 소급 작성해 제출했다”는 진술을 했으며, 경찰의 사건 송치 후 검찰 수사 과정에 이를 털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에 검찰은 전혀 아니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경찰이 제보자 조서에 이러한 진술 내용을 남기지 않아 영장을 검토한 검사가 핵심 증거가 조작된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수사는 기존 특수2부가 아닌 특수3부에 배당된 상태였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 공여자이자 제보자가 경찰에 제출한 지출결의서가 장기간에 만들어진 것임에도 글씨체 등이 모두 유사한 게 의심스러워 담당 경리 직원을 추궁해 보니 사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며 “제보자 역시 이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