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스영상캡처

[뉴스프리존=김진 기자]4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남편과 사별하고 빚에 쪼들리던 40대 여성이 네살 난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지 두 달이 지나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고위험 가구를 찾아서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지자체, 이웃 누구도 가난에 찌든 이들 모녀의 부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충북 지역 한 아파트에서 41살 정 모씨와 네 살배기 딸이 함께 숨진채 발견됐다. 8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18분쯤 충북 증평군 증평읍의 한 아파트 4층 A(41)씨의 집 안방에서 A씨와 네 살 난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정씨가 수개월째 관리비를 내지 않은데다 연락이 되지 않자 관리사무소 측이 소방서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은 시신 상태 등을 봤을 때 이들이 적어도 두 달 전에는 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씨 모녀는 남편이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월 20만여원인 임대료ㆍ관리비는 물론 수도료와 전기요금도 수개월 치가 미납된 상태였다. 아파트 우편함에 카드 연체료와 수도료, 전기요금 체납 고지서가 수북이 꽂혀 있었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같은 동 주민들은 A씨를 알기는커녕 숨진 사실조차 몰랐다.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말을 피했다.

정씨는 유서에 "혼자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심마니였던 남편과 사별한 후 별다른 수입 없이 수 천만원의 채무로 고통을 겪던 A씨가 유서에 “혼자 살기가 너무 힘들다. 딸을 먼저 데려간다”는 내용을 남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위기 가구에 대한 사회 안전망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는 105㎡(32평형)로 보증금만 1억2,500만원이다. 주민들은 “이 임대아파트는 보증금만 억대에 달해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에 있었던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전기 요금 등을 체납하거나 물이 끊긴 가구를 찾아 지원하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아파트에 사는 정씨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증평군 사회복지담당은 “사회복지는 신청주의가 우선이지만 송파 세모녀 사건 이 후 복지3법을 제정해 발굴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그러나 A씨는 딸에 대한 양육수당 신청 기록만 있을 뿐 다른 지원신청이 없었고, 아이가 어린이집을 안 다녀 발굴도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씨의 경우도 수도비와 전기 요금을 내지 못했지만 사회복지공무원의 방문이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 상 공무원이 전화나 현장을 방문해서 조치하려면 전기료는 3개월 체납, 수도는 단수, 가스는 차단조치 등이 돼야 당국에 통보된다. 단독주택과 달리 A씨는 단전, 단수, 가스차단 등이 즉시 통보되기 어려운 아파트에 거주해 발굴이 더 늦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는 전기와 수도료(가스비는 별도)가 관리비에 포함돼 통보되기 때문에 한동안 체납을 하더라도 해당 가구가 체납을 한 것인지 공공기관은 바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씨 모녀 사례처럼 위기 가구 사전 발굴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나면서 사회 안전망이 여전히 취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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