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경고 선수들이 9일 오후 배팅 케이지에 모여서 최지운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뉴스프리존,부산=변옥환 기자] 겨울이 지나가고 어느덧 야구 시즌이 다가왔다. 프로야구가 지난달 24일 가장 빠른 시기에 개막한 가운데 올 시즌 초, 신인들의 활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졸신인선수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고등학생 신분으로 고교야구를 거쳐 프로무대를 밟았다. 그들의 열정을 만들어낸 고교야구가 지난 7일 주말리그 전반기를 시작으로 2018년 시즌에 돌입했다.

9일 만난 부산의 고교야구팀은 부경고등학교다. 부경고는 지난 2004년 9월 구(舊) 경남상고에서 지금의 교명으로 개명하며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환했다. 과거 추억이 많은 야구인들 사이에선 경남상고로도 유명하다.

부경고 야구부는 광복 첫해인 1945년 창단해 대통령배 2회, 청룡기 1회 등 총 3번의 전국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팀으로 90년대 대통령배와 청룡기를 우승하며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2000년대 후반 한때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2013년 대통령배 8강에 오르는 등 부산지역 고교야구 명맥을 잇고 있다.

부경고는 지금까지 롯데 원년멤버인 권두조(67) 롯데 스카우터, 차명주(45, 전 롯데·두산·한화), 김사율(38, KT), 이택근(38, 넥센), 정우람(33, 한화) 등을 배출했다. 최근엔 김동준(26, 넥센), 강동수(26, 롯데), 김재유(26, 롯데), 홍성무(25, KT) 등이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다.

 

▲ 부경고 선수들이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오후 2시, 부산 서구 부경고등학교 운동장에는 부경고 야구부 선수들의 기합으로 가득했다. 뉴스프리존의 방문에 선수들은 카메라를 향해 브이(V)를 그리는 등 장난기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타격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날 부경고 김재상(59) 감독을 만나려 했지만 한참 선수지도에 나서고 있어 김동진(32) 수석코치를 통해 부경고 야구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김동진 코치는 선수들이 올 한해 선수들이 아프지 않고 하고 싶은 야구 스트레스 없이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선수들이 누구를 상대해도 항상 자신감 있게 나섰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경고는 지난해 선수진에 부상자가 속출해 팀 운영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겨울 재활을 마치고 부상자들이 대거 복귀하며 부경고등학교의 마운드도 한층 높아졌다. 김동진 코치는 선수들이 좀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다음은 부경고 김동진 수석코치와의 일문일답.

 

▲ 부경고등학교 야구부 코치진. 오른쪽부터 김동진 코치, 김재상 감독, 최지운 코치, 이준명 코치 / 사진=변옥환 기자

Q. 지난 7일 경남고와의 주말리그 첫 게임으로 시즌이 시작됐는데 올해 전국대회 등을 앞두고 임하는 각오는?

- 올해 선수들 아무런 부상 없이 시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너무 아픈 선수들이 많았다. 올해는 애들 부상 없이 건강하게 모든 대회를 다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올해 팀 성적도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의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 선수들이 졸업 후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팀 성적도 전국대회 16강이나 8강에 들어가야 원서를 넣어도 점수가 높게 반영된다.

지금 3학년들은 중요한 시기니 다들 신경이 서 있다. 팀 성적도 되면 좋지만 아무래도 개인 성적이 뒷받침돼야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둬 애들이 하고 싶은 야구를 하는데 스트레스 없이 운동했으면 좋겠다.

 

Q. 올해 꼭 거두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목표는 전·후반기 주말리그 예선 통과다. 잘해서 전국대회 올라가면 거기서도 좋은 성적 내고 싶은데 우선은 그렇다. 현재 팀 전력상 우승을 다툴만한 멤버는 아니지만 전국대회에 8강까지 한번 올라가고 싶다.

 

▲ 투수진이 런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시즌이 끝나고 지난겨울, 선수들은 어떻게 준비했으며 코치진은 어떤 부분을 제일 신경 썼나?

- 부경고등학교 축구부는 매년 겨울마다 전지훈련을 가지만 우리는 지금 운동장이 야구장 정식규격과는 다르고 외야 펜스도 없다 보니 제대로 된 훈련은 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에 야구부 전지훈련을 준비했다. ‘겨울에 따뜻한 데 가서 연습하자’며 감독님과 트레이너와 코치, 선수들이 다 준비했다. 그런데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승인을 안 해줘 수포로 돌아갔다. 무조건 전지훈련 가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차선책을 준비하지 못해 다른 연습할 야구장도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계기간 학교에서 운동했다.

그때 오현민(40) 트레이너와 얘기해서 일단 겨울엔 선수들 부상 조심해야하기 때문에 기초체력을 많이 쌓았다. 또 훈련시간을 늘려 선수들 근력량을 높이고 기본기 훈련을 집중 병행했다. 어차피 추운 겨울에 선수들 부상 염려도 되니 그 점을 고려해 기본기와 기초체력훈련에 시간을 많이 쏟았다.

또 1월 말부터 연습경기 조금씩 들어가며 선수들 경기감각 올리고 2월엔 부산에서 열리는 윈터리그에 참여했다. 주기적으로 다른 학교와 연습경기도 종종 벌였다.

 

Q. 부경고 야구부의 트레이너 코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 작년에 학교와 정식으로 계약해 방과 후 교사로 선수들 몸 상태를 봐주고 있다. 원래 센터에 속하지 않고 개인 PT만 봐주는 분인데 우리가 모셔왔다. 부경고는 야구부·축구부만 들어가는 체육반이 따로 있다. 해서 따로 체육 강사님이 필요한 상황인데 학교에서 계약할 수 있게 도와줬다.

오현민 트레이너가 야구 담당으로 개인 트레이닝을 많이 다니니 선수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어차피 방과 후 수업이라 해서 2교시밖에 안 해 어찌 보면 돈도 안 되는데 나서서 선수들을 많이 도와주며 아이들 멘토 역할도 해주고 있다. 아무래도 선수들도 나름 지도자에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오현민 선생님과 편하게 얘기하니까 그 점이 좋다.

게다가 선수들 몸 상태를 제일 잘 아는 분이니 여러 방면에서 선수들을 돌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야구부 총원에 비해 환자가 좀 많은 편이다. 오 선생님이 병원도 소개해주고 예약도 잡아주시며 선수들 아픈 부분도 미리 체크해 코치진과 얘기해 선수들 훈련량을 조절한 덕분에 재활기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또 학교 오는 날도 원래 정해져 있지만 그냥 맨날 와서 항상 애들 봐주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타 학교에 비해 우리학교는 트레이너의 비중을 크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면 감독 및 코치들은 야구를 가르치는 반면 건강에 대해선 전문적이지 못하니 그 점을 보완하고 전력을 키우는데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Q. 부경고의 올해 전력을 평가하자면, 어떤 점이 강점이며 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 우리 투수층이 지난해보다 많이 보완됐다. 현재 3학년 투수가 5명 있고 뒤를 받쳐줄 2학년 투수도 많이 있다. 부경고의 현재 강점은 지난해에 비해 투수진이 많이 안정화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는 3학년 투수가 2명밖에 없었는데 그 2명도 부상 등으로 시합을 많이 못 나갔다.

지난해 부상자와 수술한 선수가 너무 많았다. 작년 저학년 투수진 가운데 아팠던 선수들이 이번 겨울에 모두 복귀했다. 지금 3학년 투수들 모두 컨디션을 한창 끌어올리고 있는 상태라 마운드전력은 지난해보다 한층 높아졌다.

보완할 점은 우리 주전 포수가 2학년 최재혁(17)인데 좀 더 다듬어야 한다. 이 선수는 지난해 1학년때부터 경기에 많이 나갔다. 그치만 불펜이 약하니까 감독님이 포수 출신 이준명(26, 전 LG트윈스) 코치를 작년 10월에 데리고 와 맹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덕분에 포수로서 기본기가 많이 좋아졌다.

외야수비도 많이 약하다. 3학년 주전이 2명 있지만 두 명 다 현재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래도 지금 뛰고 있는 팀 내 4번 타자 겸 중견수를 보는 김민석(17)이 있다. 그치만 이 선수는 중학교 때 외야수를 한 번도 서본 적이 없고 고교 진학 후 처음 외야를 보고 있어 수비를 많이 보완해야 한다.

 

Q. 팀의 공·수 핵심 선수를 소개하자면, 선수들의 장단점은?

- 우선 좌완 한준호(19)가 있다. 지난해 투수층이 부족해 한준호가 2학년부터 많은 이닝을 던져 실전경험이 많다. 거의 작년 부경고 마운드 중 70% 정도를 책임졌다. 게다가 던질 수 있는 구질이 다양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중학교 땐 투수로 선 적이 없어 고교 진학 후 투수로 배웠다. 조금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기 운영에 대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더 경험했으면 한다.

그리고 하준수(18) 투수는 구속이 빠른 편이다. 그래서 속구형 투수로 계속 키우고 있다. 구속은 최근에 재보지 않았지만 겨울에 140㎞를 던졌기 때문에 구속은 더 올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제구가 완전하진 않아 조금 더 다듬어야 한다.

또 3학년 투수진 가운데 권정근(18), 성민승(18)이 있는데 이 둘은 제구력이 좋다. 구속은 130대 중반쯤 나오는 데 제구가 좋아 타자들과 승부 볼 수 있다. 그 두 선수가 이닝을 많이 책임지고 던지는 편이다. 마운드 주축은 권정근, 성민승, 한준호 이 세 명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육재민(18) 투수는 작년 8월 봉황대기 32강전 광주동성고랑 시합했을 때 정말 잘 던져줬다. 아쉽게 졌지만 동성고 타선을 상대로 가장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많이 성장해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타자는 리드오프로 나서는 2루수 김지훈(18)하고 3번 치는 이시무(19)가 현재 팀에서 타격감이 제일 좋다. 지난주 토요일 이시무는 경남고와의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를 쳤다. 이 두 선수가 시합 때 터져주면 어느 정도 게임을 풀어갈 수 있으리라 본다.

이시무 선수의 경우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3루, 1루, 외야 등을 볼 수 있다. 팀 사정상 비는 포지션이 있는데 이시무를 계속 여러 포지션으로 투입하고 있다. 주장으로서 팀에 헌신하고 있다. 자신도 고정된 포지션을 서고 싶을 텐데 팀 사정을 이해해주고 따라줘서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좋지는 않다.

 

▲ 김재상 감독이 한준호의 투구폼을 봐주고 있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김재상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선수 관리 방법은 어떻게 되나?

- 부산지역 내 졸업하는 중학생들은 첫 번째로 경남고와 부산고를 선호한다. 우리는 그래도 신입생을 받고 그 학교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키워가야 하는데 기술력 부분에서 좀 부족하고 보강할 만큼 훈련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때문에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훈련을 반복하고 제일 먼저 선수들을 이해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최우선으로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시키려고 한다. 그러면서 반복훈련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선수가 이해를 못 하면 우리가 아무리 좋은 조언을 해줘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이렇게 해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적 후에 항상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세를 많이 봐주고 있다. 선수들 분위기가 많이 처져있으면 때론 기합도 주지만 활력을 많이 주고 있다.

또 운동할 때 항상 남자답게 하라고 강조한다. 훈련이나 시합할 때 너무 소극적인 것보단 학생야구답게 좀 더 활기차고 패기 있게, 근성을 보이는 그런 야구를 하라고 항상 선수들에게 얘기한다.

 

▲ 부경고등학교 운동장 옆 불펜. 김동진 코치에 따르면 축구부가 운동장을 사용하는 시간에 선수들은 간간히 여기서 훈련한다. / 사진=변옥환 기자

Q. 현재 팀에 있어 부족한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 현재 부경고등학교 야구부에 부족한 점은 운동장 사용이 힘든 것이다. 야구라는 게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치고 공을 받는 게 끝이 아니라 세부적인 베이스러닝, 팀플레이 등을 효과적으로 많이 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렵다.

부경고는 축구부와 야구부가 협의해 작년 5월 사용시간을 합의했다. 학기 중엔 점심 먹고 오후 1시부터 3시 30분까지 야구부가 사용하고 이후부터 축구부가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정했지만 연습을 제대로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선수들 몸 풀고 타격연습 이후 수비훈련도 해야 하는데 시간상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3시 반 이후 축구부가 나오면 이 좁은 불펜에서 훈련해야 하는데 공간이 좁아 복잡하고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은 운동장 사용이다.

또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은 선수들 머리에는 이론은 다 들어있지만 시합할 때 평소 연습한 대로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좀 더 자신감 있게 나서줬으면 좋겠다. 자신감이 없다면 어떻게 상대팀하고 붙을 수 있을까. 선수들에게 항상 자신감 갖고 플레이하되 자만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솔직히 부산 내 중학교에서 잘하는 애들이 우선적으로 경남고, 부산고를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애들을 받아서 키워내고 그 학교들과 붙으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이 있어야 한다. 자신 있게 맞붙어서 그래도 미련은 없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야구는 반복훈련이기 때문에 어차피 기술 훈련은 다 똑같이 한다. 가장 갖춰야 할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이라 생각한다. 감독님도 항상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번 주말리그 1차전 경남고와의 시합에서도 주눅 든 면이 있어 제 기량을 못 펴니 그게 아쉬웠다. 한 팀이라면 단합되고 응집력 있는 모습을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시즌을 보내며 차차 풀어가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

 

▲ 부경고등학교 야구부 단체 사진 Ⓒ부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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