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나는 지방선거

박 재 홍(시인. 전문예술단체 장애인인식개선오늘대표)

꽃이 피면 축제는 시작된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평소에 신경조차 쓰지 않던 서민 주거지역이나 대중교통, 전통재래시장 등을 돌며 인사와 아침저녁으로 민낯을 내밀고 거리유세에 여념이 없다.

어떤 나라나 어떤 지역 등을 대표하려고 하는 자는 명함을 돌리는데 일종의 이것은 국민이 주권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출사를 위한 사표가 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또 그에 따른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국민들의 뜻을 담아 투표함에 의사표시를 함으로서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국민의 의무를 진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선거는 시민들의 심판으로 선출된 정부에게 정통성을 부여하는 제도이지만 부패한 기득권들은 교묘하게 언론 뒤로 숨어 대중을 호도하는 때도 있다. 선거를 통해 부여된 권력은 비중이 크다는 것은 지난 촛불혁명을 통해 입증된 사실임에는 분명하다.

지역마다 한창 선거사무소 개소식이다 경선이다 정신없이 사람들이 이리저리 휘몰리는 꽃 ,도착한 계절풍에 낙과처럼 보이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 또한 사실이다. 버둥거리며 지나온 시절이 어렵고 실패의 괭이가 많을수록 많지 않은 열매이나 단단하게 매달려 태풍을 이겨낼 것이고 거름많이 준 나무처럼 주변의 세력을 믿고 안주하며 지역에 협잡을 일삼는 이는 떨어질 것이 기정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절의 어수선함에 따라 반대일 경우가 많다.

어느 개소식 일이다. 대통령을 두 분이나 모셨고, 언제나 야당의 그늘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여섯 번의 낙선과 일곱 번의 도전에 앞서 들은 말은 ‘살아서 돌아오라’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살아 돌아오라’ 어쩌면 속빈 강정의 말일 수도 있고, 안쓰럽고 안타까운 정치 현실을 타박하는 말대신 묵언처럼 귀한 묵시가 될 말이지만 이 사람은 스스로 ‘참 미련한 사람’이라 그 말을 사표로 삼아 도전했고, 여섯 번의 실패와 일곱 번의 도전을 할 수 있고, 또 끝을 보기위해 일어섰다고 한다.

그의 말이 제갈량이 쓴 출사표 한 대목이 생각났다. 신하가 적을 정벌하러 떠나기 전에 황제나 왕에게 올리던 표문을 이름이다. 제갈량은 전/후 두편으로 이루어진 출사표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정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며, 출사표를 읽고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다."라는 말이 그러했다.

남편은 대의를 쫓고 아버지는 침묵으로 뒤를 살피시느라 초로의 백발이 성성했다. 시부모와 아이를 잘 성장시켜 대중 앞에 선 부인의 성심도 느껴지는 대목이다. 개소식에 나와 인사를 하는데 여섯 번의 좌절이 신산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그것이 그 사람의 내력이었고, 삶을 직시하는 눈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힘이었고, 바탕이었다.

그 뿐 만 아니라 주변에 사람들이 없던 그에게는 실패가 거듭될수록 사람들이 모이고 그의 어눌한 말솜씨와 선 굵은 기골은 믿음이 가기에 충분하였다. 실패해도 그는 충분히 이기는 싸움의 장수였고, 출장입상에 현혹되지 않고 타협하지 않았으며 지역의 헐거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소리를 잊지 않았다. 추진력과 실행력, 그리고 깊은 통찰력에 인덕을 갖춰 더 이상 미련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모시던 노무현 대통령은 而中道崩殂.(이중도붕조)요 자기가 생각하는 전부인 당은 지역 경선의 기반이 今天下三分(금천하삼분)이요, 지방선거에서 져도 위기요 이겨도 위기인 상황이니 출사의 표문이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것을 몰려온 군중의 인원만 보고도 충분하였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참 미련한 사람 오직 앞으로만 가는 사람 처음 모셨던 대통령에게 당선증을 가져가고 싶고 경쟁하는 후보들이 다 훌륭하고 다 이루어 본 분이지만 스스로 미련하여 여섯 번의 좌절과 일곱 번의 시작을 하고 있다고 밝히는데 근자에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없던 사람들은 먹먹해 하였다.

현 대통령을 향한 지극한 마음은 물론 아내와 초로의 부친과 자식을 향해 지극한 마음을 대의에 내어놓으며 경쟁자들에게 초연해 지는 심정이 솔직하게 이제는 그가 지역을 위해 일할 때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게 사실이었다.

백거이의 비파행 시 중 구절이 생각났다.

“轉徙於江湖閒. 予出官二年 恬然自安. 感斯人言 是夕始覺有遷謫意. (강우사이로 이사한 일을. 나는 관직을 나와 2년 동안 스스로 편안하게 있었는데 오늘 저녁에 비로소 좌천되어 유배되어있음을 깨달았다.)” 그의 행로가 우직하여 자신의 당을 버리지 않았고, 돌아가신 대통령의 유흔을 잊지 못해 열심히 일을 했고, 새로운 대통령의 모시며 또 일을 하였다.

낙마 후 그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지역의 숨은 슬픔을 찾아 헤매었고, 나라다운 나라의 대통령을 모시었고, 묵은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일곱 번째의 개소식을 하였다. 그는 이제는 “絃絃掩抑聲聲思 (현현엄억성성사) 현마다 가리고 누르니 소리마다 생각이 있는 것 같고”라고 하는 또 다른 행의 싯구처럼 좋아보였다. 진정, 선거가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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