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날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해운대센터를 압수수색 하고 있는 모습. 부산 연합뉴스

[뉴스프리존=이규진 기자]협력센터 직원들에 대한 직접 고용 의사를 밝힌 지 하루만인 18일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를 또다시 압수수색 했다. 노조파괴문건에서 제시된 지침이 실제 행해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의 지하 1층 창고와 함께 부산 해운대, 경남 양산, 울산, 서울 동대문 등 4개 센터를 압수수색했다.

노조를 인정하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합의와 별개로 노조 와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해운대센터는 2014년 2월 조합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이 1년 가까이 위장폐업을 감행한 곳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서울 동대문, 경남 양산, 울산, 강원 춘천센터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인 17일 발표된) 삼성전자서비스 직접 고용 합의와는 상관없이 형사 사건은 계속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월 삼성전자서비스 해운대센터 노조는 이틀간의 한시 파업을 벌였다. 춘천센터 내근 직원들에게 사내 메신저를 통해 전달된 지시사항이다. 센터 간부가 작성한 이 메시지에는 저녁 6시 30분, 교육장으로 집합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은 이날 사측 관계자도 불러 조사하는 한편 지난 16일 지회로부터 넘겨받은 피해 사례에 대한 자료 분석에 나섰다. 해당 자료엔 ‘무대응’, ‘최대한 지연’, ‘경총 위임’, ‘강경 대응’, ‘응대 지연’, ‘센터 폐쇄’ 등 사측의 와해 전략에 따른 구체적인 피해 사례들을 취합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염호석 양산센터 분회장의 시신 탈취 사건과 관련된 자료도 포함돼 있다.

법정 최저 시급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였지만 해당 센터장은 곧바로 '지역 반납'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방송보도에해당 녹취를 확보한 검찰은 노조 탈퇴 강요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삼성전자서비스 춘천센터를 비롯한 센터 5곳과 조직적 증거 인멸이 진행된 곳으로 의심받고 있는 수원 본사의 지하창고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 노무사들과 자문 계약을 맺고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노무사로 자문 역할을 한 A씨를 전날 소환해 조사하는 등 전·현직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노조 대응 계획이 수립, 실행된 과정을 파악하고 있다.

협력센터 직원의 경우 월급이 아닌 AS 처리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을 뺏긴다는 건 사실상 '임금 삭감'이나 마찬가지의 의미이다. 실제로 해운대센터는 2014년 노조원들이 이틀 동안 자리를 비우자 당시 관할하던 12만 9천 세대 가운데 41%인 5만 3천 세대를 본사에 반납했고 노조원들의 임금도 그만큼 대폭 줄었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직접 고용과 노조 인정에 대한 합의는 검찰 수사와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나 지회장은 “검찰이 확보한 문건 6000여개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지난 5년 동안 투쟁 과정에서 돌아가신 2명의 열사와 지옥 같은 삶을 살았던 조합원들에 대한 기록”이라며 “지금도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밤을 새우면서 증거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측이 ‘검찰 수사는 약하게 가자’는 등의 발언을 했다면 더이상 대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어제의 합의가 지금까지 삼성이 저지른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면서 “삼성전자서비스뿐 아니라 25만명 삼성 노동자들이 노조 활동을 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달 반 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는 해운대 센터를 아예 폐쇄해 노조 파괴 문건 <마스터플랜>이 그대로 실현시키기도 했다. 지회는 조만간 실무단을 꾸려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나 지회장은 “노조 설립일인 오는 7월 14일 이전에는 직접 고용과 관련된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직접 고용 대상자는 엔지니어뿐 아니라 상담 업무 등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1만명”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간 수사에서 드러난 삼성의 노조 파괴 행위와 관련한 위법 수준이 심각한 만큼 노조원 직접 고용 등 유화책과 무관하게 엄정한 수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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