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탈당설’에 뒤숭숭한 새정치연합…
야당 난리 난 사이 새누리는 조용히 웃음만
강해도 너무 강한 여당…진짜일까, 착시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 안철수 의원의 탈당 여부로 뒤숭숭합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실제로 이뤄지면 안철수 의원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과 문재인 대표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정당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 당 총재나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정당 운영이 총재나 대표의 리더십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야당에서 난리가 난 사이에 여당인 새누리당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두 장의 사진이 새누리당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한 장면은 국회 본회의에서 12월2일 밤 12시를 넘겨 2016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 12월3일 새벽 2시50분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 의원들이 여의도 감자탕집에서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만든 폭탄주)을 마시는 장면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이 사진 여섯 장을 페이스북에 띄웠습니다. 김용남 나성린 김희정 조원진 홍지만 서용교 김학용 정미경 유일호 황진하 하태경 류지영 조해진 의원 등의 얼굴이나 모습이 보입니다. ‘친박’과 ‘비박’이 뒤섞여 앉았고 모두 활짝 웃고 있습니다. 표정만으로는 중진과 초선의원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두번째 장면은 일요일인 12월6일 저녁 8시30분에 원유철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띄운 최고위원 간담회 장면입니다. 이인제 서청원 김무성 김태호 김정훈 김을동 원유철 이정현 8명이 앉아서 웃고
있습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기분좋은 만찬! 한-중 에프티에이, 경제활성화법, 2016년 예산 통과의 성과를 자축하고 이제 청년 일자리와 근로자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동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자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입니다”라고 설명을 붙였습니다. 이런 댓글이 붙어 있습니다.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시길… 좋은 정치 기대합니다.”

“원 원내대표 당내 수뇌부들의 단결과 화합 좋지만 국민을 보고 정치해야지 박 대통령 눈치 보면서 정치하지 말아야 합니다. 참되고 올바른 정치를 희망합니다. 자유민주주의 발전시키려면 선진화법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합니다.”

“개시끼들이 다 모였네.”

“좋아요…계속 정진 하시길…”

‘콩가루’ 새정치와 ‘찰떡’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요즘 공천 규칙을 둘러싸고 김무성 대표와 친박세력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웃으며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3일 새벽과 6일 저녁 장면은 둘 다 다음날 아침 신문에 사진이 크게 실렸습니다. 여당의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요즘 콩가루 모습인 야당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제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이들의 웃음은 가식일까요? 식사 자리는 연출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 정책연구소는 여의도연구원입니다. 과거 여의도연구소에서 여의도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경제학자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가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여의도연구원에서 얼마전 저에게 정책 세미나 참가를 요청해 왔습니다. ‘2015 한국사회 시대정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미나를 기획한 최효노 연구위원은 “시대정신과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총선에 제시할 국가 아젠다가 무엇인지 발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새누리당이 내년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떤 대표 공약을 내세워야 하는지 탐색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였습니다.

11월19일 사회정책 분야 세미나, 12월3일 경제 및 정치 분야 세미나, 12월8일 언론인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1차와 2차 세미나 참가자들은 각 분야에서 꽤 쟁쟁한 인물들이었습니다. 사회복지와 사회학 전공 교수, 전직 장관, 전직 청와대 수석 등 다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1차 세미나에 배석자로, 3차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했습니다. 여의도연구원이 일을 참 열심히 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여러가지 갈등 요인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화합하는 정당,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대표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 정당이 지금 새누리당인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를 찾아 보았습니다. 7월부터 12월까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20%에서 24%에 머물고 있는데 새누리당 지지율은 38%에서 44% 사이에 안정화되어 있었습니다.

이 기간에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요동쳤습니다. 7월 네째주에 ‘잘못하고 있다’ 60%, ‘잘하고 있다’ 32%였는데, 9월 첫주에는 ‘잘하고 있다’ 54%, ‘잘못하고 있다’ 38%였습니다. 지금은 ‘잘하고 있다’와 ‘잘못하고 있다’가 44~45%로 비슷한 상태입니다.


새누리는 어떻게 강한 정당이 됐나

궁금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강한 정당이 된 것일까요?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세 가지 정도 분석이 나왔습니다.

첫째, 구조론적 설명입니다.

새누리당은 1990년 3당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의 후신입니다. 1990년 3당합당으로 티케이(대구·경북), 피케이(부산·울산·경남), 충청(대전·충남북) 지역연합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티케이, 피케이, 충청의 결합은 영구집권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997년 대선에서 충청은 디제이의 호남과 손을 잡았고, 피케이 일부는 이인제 후보 쪽으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2002년에는 충청과 피케이 일부가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무너졌던 지역연합은 2007년과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1990년 당시로 거의 복원됐습니다. 

연령대별 유권자 변화와 세대갈등도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연령대별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고연령층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확실하게 유리한 것이 현실입니다. 갤럽 여론조사를 다시 보겠습니다. 19~29세는 새누리당 17%, 새정치연합 21%, 30대 새누리당 23%, 새정치연합 41%, 40대 새누리당 33%, 새정치연합 23%, 50대 새누리당 55%, 새정치 21%, 60세 이상 새누리당 74%, 새정치연합 6%입니다.

세대별로 지지정당이 크게 엇갈리는 세대투표 현상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둘째, 문화론적 설명입니다.

새누리당의 뿌리를 살펴보면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에 닿아 있습니다. 따라서 상명하복이라는 군사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1990년 3당합당으로 상도동계의 문화가 더해졌습니다.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로 상도동계의 문화는 자유분방함이 특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제가 아는 진실은 좀 다릅니다. 상도동계 문화의 핵심은 ‘의리’입니다.

1995~1996년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안기부 예산이 유입됐다는 이른바 안풍사건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강삼재 전 의원은 상도동에서 거의 파문을 당했습니다. 반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유죄를 주장했던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은 상도동 사람들의 많은 칭찬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공화당과 민정당의 ‘상명하복’ 문화에 상도동계의 ‘의리’가 합쳐져 위기 앞에서 일사불란한 지금의 새누리당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문화적 측면에서 한 가지 추가할 것이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과거 민정당 시절부터 엄격한 공채로 당직자들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연줄에 얽매이지 않은 이들이 새누리당의 실무 당직자 그룹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대체로 신상필벌이 엄격하고 당을 위해 매우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합니다. 하긴 월급쟁이에게는 월급쟁이 문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회사원은 기본적으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되어 있습니다.

셋째, 환경론적 설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새누리당은 재벌(부자), 관료, 언론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기득권 집단의 정치 전위조직이 바로 새누리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새누리당을 기득권 집단의 카르텔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잃어버린 10년’은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재벌, 관료, 언론에도 해당되는 것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해 권력을 잃었을 때 재벌, 관료, 언론도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상당수 재벌이 해체됐습니다. 재벌해체는 사실 1997년 외환위기의 결과였지만 재벌들은 그 탓을 엉뚱하게 김대중 정부에게 돌렸습니다.

관료들은 과거 영남과 서울 엘리트 중심의 인사 구조가 무너졌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들이 약진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비주류들이 약진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특혜를 받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공안검사들이 전형적으로 그런 사람들일 것입니다.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요 신문사 사주들은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일제 세무조사로 감옥에 가야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도 김대중 정부의 권언분리 정책을 승계했습니다. 주요 신문사 사주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와신상담했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종합편성채널은 권력을 되찾은 정치세력이 자신들을 도와준 언론에 대한 보상이었고 권력을 다시 빼앗기지 않으려는 새로운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계에서 어떤 사람들은 종편을 ‘종일 편파방송’이라고 부릅니다. 종일 편파방송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 가지 분석을 근거로 한 저의 설명과 전혀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새누리당 사정에 매우 밝은 학자입니다.

일시적인 ‘착시 효과’?

김형준 교수에게 새누리당이 강한 이유가 뭔지 물었습니다. 김형준 교수는 세 가지 얘기를 했습니다.

첫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만든 정당이기 때문에 과거 한나라당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과거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자기 정치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둘째, 강력한 야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외부의 위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친박이든 비박이든 혁신이나 개혁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셋째, 김무성 대표가 너무 허약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집권여당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현재의 권력’과 차기 대선 후보라는 ‘미래의 권력’이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정상인데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기 때문에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김형준 교수는 지금 새누리당이 강하게 보이는 이유를 당 내부의 ‘미래의 권력’과 당 외부의 야당이 너무 허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착시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이 강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그럴까요?

얼마전 정계와 학계 원로 세 분의 저녁 자리에 낀 적이 있습니다. 문득 궁금증이 발동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우리나라도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것 같은데, 정치도 일본처럼 보수 기득권 세력이 장기집권할 가능성에 대해 물었습니다.

원로 두 분은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근거는 야당의 분열, 관료집단의 정권교체 거부, 언론의 불공정 보도 등이었습니다.

한 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일본과 달리 역동적이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지형을 언제든 뒤집어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원로는 1990년 3당합당 2년 뒤 치러진 1992년 국회의원 선거를 예로 들었습니다. 선거 전 민자당은 194석으로 개헌선인 200석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 선거에서 얻은 의석은 149석으로 과반에 미달했다는 것입니다.

막강한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여부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꽤 쟁쟁한 원로들도 의견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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