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정수동 기자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본부 공동취재]  “국민들은 좀 바르게 볼 필요가 있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 그냥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좀 깊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고 다른 눈을 가지고 뉴스를 찾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그날 이후로 공중파 뉴스는 안 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봇물을 이룬다.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1개월 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수석비서관이나 관련 부처 장관이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하면서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각종 사연이 하루에도 수백 건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6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청해 부대 전 부대장들을 구제해주십시오’라는 게시 글이 눈에 띈다. 글을 올린 사람은 “전 청해 부대장 김기노 제독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김 제독은 지난 2012년 제미니호 선원 4명을 무사히 구출한 전 청해 부대장 이었다”고 소개했다. 앞에 올린 글은 김기노 제독의 부인 서영희(53) 씨의 목소리다.(국민청원 게시판 글 바로가기 ☞ )

2015년 10월 20일 오후 3시 10분경 각 언론들은 전 청해부대장 체포 사실을 속보로 쏟아내고 있었다.

60일 동안 면회 제한, ‘김기노 제독’ 군 검찰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당했다

명예를 먹고 사는 해군 제독이 부대원들의 부식비를 횡령해 양주를 대량으로 구입해 진급을 위해 사용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1년간 군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야만 했다. 아직 그의 형은 확정되지는 않았다. 1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징역 1년 6월을, 2심 고등군사법원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상고심인 대법원에 지난 2016년 11월 10일경 접수됐지만 아직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에서와 같이 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기노 제독이 군 검찰에 긴급 체포당한 후 겪은 상황은 심각한 인권침해 소지가 높다는 하소연이다. 강압수사에 의해 사건이 꿰어 맞춰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회가 60여 일 동안이나 부분 금지되어 있는 가운데 유일한 소통 통로인 군 출신 변호인은 정상적인 변론이 아닌 선처를 구한다면서 김 제독의 자백만 종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4월 17일 취재에 응한 김기노 해군 제독의 부인 서영희(53)씨

김기노 해군 제독의 부인 서영희(53) 씨와 일문일답이다

 -남편의 혐의는 무엇이었는가?
“2012년 8월 경 청해부대 11진으로 오만에 파병된 남편이 귀국길에 오른 2013년 2월경 부식비로 면세 양주 3천만 원어치를 오만 살랄라 항에서 구입을 해서 한국으로 가져온 후 이를 개인적으로 유용을 했다는 것이 혐의였다.”

-가장 억울했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
“군 검찰 수사관들이 계룡대 관사에 온 게 2015년 10월 20일 오후 1시 무렵이었다. 그런데 3시경 무렵 (연행돼)서울 올라가는 중에 뉴스에서 ‘전 청해부대장 체포, 해군본부 압수수색’이라면서 속보로 떴다. 너무 답답한 게 그렇게 됐으면 가족 면회는 시켜줘야 되는데 면회가 안됐다.

군 출신 변호사를 선임을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당신 요만큼 인정해라. 그러면 1심에서 이렇게 나가고 2심에서 이렇게 나가서 연금이라도 챙기자 그런 얘기만 했다. 남편한테도 9시간 10시간 조사를 받는 동안 당신이 요 만큼만 인정하면 요렇게 해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까 요만큼 인정해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20일 쯤 지난 11월 10일경 첫 면회가 됐다. 하지만 저 외에 다른 사람은 여전히 면회가 금지됐다. 남편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면회 제한은 60여일이 지난 12월 중순경이 돼서야 풀렸다.”

-군사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느낀 감정은?
“우리가 이때까지 살면서 진급을 할 때도 그렇고 후배들을 대할 때도 그렇고 누구한테 돈을 한 번 준다던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가 뭘 바라겠는가. 회식 자리에 가서 보면서 그래도 남편이 잘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데 법정에서 부하들은 남편에 대해서 완전히 인격모독적인 증언을 했다. 그래서 남편이 저런 사람이었나? 귀가 의심이 될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재판은 너무 이상했다. 보급관에게 양주를 사고 영수증을 어떻게 했나 그랬더니 부함장이 바다에 버리라고 해서 버렸다고 증언했다. 당번병을 우리가 증인으로 불렀다. 양주는 본 적도 없다 그렇게 증언을 했다. 증인들도 대질심문 하자 해 놓고는 다 돌려보내더라. 법을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이게 무슨 재판인가? 이게 어떻게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있는가라고 하면서 절망 했다.”

-보통 구속된 사람들의 가족들은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항복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남편에게 했다고 들었다.
“남편을 믿었다. 아닌 건 아닌 거다. 내가 안 했는데 왜 내가 누구를 위해서 예스를 해야 하나? 남편도 그때까지 당당하게 살았다. 그런데 왜 내가 안 한 것을 수긍하고 일찍 나가느냐. 집 신경 쓰지 말고 아닌 건 아니다 라고 말하고 끝까지 버텨라. 우리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아들이 그때 육군 22사단에서 복무하면서 군 제대하기 직전이었다. 아들도 아빠를 믿으니까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였다. 애들도 아빠가 거기에 있지만 ‘우리는 아빠를 믿어'라고 말했다."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우리 집안까지 다 털었다. 그래도 안 나오니까 인격을 모독하고 급량비 6,000만원을 횡령했다면서 기소를 했다. 군에서는 어떤 변호사를 갖다 대도 우리가 못 이기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의 말이 먹히지 않았다. 그냥 벽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변호사는 그냥 브리핑하는 수준이었다. 자기는 자기 말하고 서로 자기 말하는 거다.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항소심에서는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가.
“항소심에서는 커피 등의 3만 불 가량의 물품 구입사실이 증명된다면서 28,886달러를 횡령금액으로 특정하고 1년 6월이었던 1심을 파기하고 1년을 선고했다. 판결 이틀 뒤인 2016년 10월 19일 출소해서 집으로 왔다. 연행 된지 365일만이었다.”

-국민에게 호소하고 싶은 말은
“1년 동안 남편 면회를 다녔다. 국방부 앞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피켓을 들고서 있었다. 호소 할 때가 없으니까 나도 저렇게 해야 되나 그러면 마음이 편할까? 국방부장관이 출근할 때 내가 앞에서 있어야 되나?

우리는 당해 봤기 때문에 뉴스는 그냥 보여주기 위한 거라고 생각된다. 국민들은 그 사람이 얼마나 아픈지. 그냥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좀 깊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눈을 가지고 다르게 뉴스를 찾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저는 그날 이후로 공중파 뉴스는 안 본다.”

지난 3년간 그의 가슴에는 국가에 대한 원망과 불신만 가득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국민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었다. 사진 =인터넷언론인연대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하신다면
“저는 남편이 자랑스러웠다. 그런 사람을 1년 동안 가둬 놓고 포로처럼 그렇게 감옥생활 하게 했으면 올바른 결과를 내 줘야한다. 대법원에 지금 간지가 1년이 넘었다. 변호사님도 기다리세요. 그냥 기다리세요라는 말 뿐이다. 어떻게 그냥 기다립니까? 우리는 현직에 있으니까 다른 일도 못한다. 그럼 뭘 먹고 살라는 말입니까?

문재인 대통령께서 만약에 이걸 보신다면 박근혜 정부의 방산비리 수사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꼭 살펴 봐 주셨으면 한다. 특히 해군을 방산비리로 가혹하게 몰아 붙였다. 국민청원 글에서와 같이 육해군간 파워게임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구속됐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무죄판결로 석방됐다. 아덴만의 영웅이라 극찬했던 전청해부대장도 투옥되었다. 국방부 군사 법원. 국방부 구치소 국방부 안에 조사본부 뒤에 건물이 하나 있다. 통상 10여명 이상 갇혀 있다는데 방산비리로 소령 중령 대령 장군 다 해군이었다고 했다.

물론 죄가 있으면 벌을 받는 것이 맞다. 체포구금 재판하던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등 군사법제도를 혁파하는 계기로 삼아 달라. 남편 사건이 정당하게 처리됨으로써 저하된 해외파병 해군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강한 해군이 육성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으면 한다.”

1심은 징역 1년 6월, 항소심은 징역 1년... 상고심 계류 중

김기노 제독은 2015년 10월 20일 오후 2시경 계룡대 관사에서 긴급 체포된 후 용산구 국방부 군 검찰단에서 조사를 받았다.

군 검찰은 2015년 11월 10일 그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김 제독이 2012년 8월 20일부터 2013년 2월 18일 까지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목적으로 하는 청해부대 11진으로 파병된 후 부대원들의 급량비를 부풀려 지급한 후 이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61,573불을 빼돌렸다며 재판에 넘겼다.

1심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재판장 중장 강구영)은 2016년 4월 29일 징역 1년 6월의 형을 선고했다.

개인적으로 신청한 양주 값을 급량비로 구매할 것을 지시하였고 이에 부장과 군수참모 및 보급관 등이 허위의 영수증을 작성하여 부식비 차액을 발생시키고 이를 이용하여 양주 값을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블법영득 의사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양주를 대원 격려용이 아닌 선물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형 이유에서는 범행일체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부하들의 잘못으로 전가하는 등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 하다면서도 다만 파병기간 동안 제미니호 구출작전 등 많은 공적이 있었으며 그동안 성실히 군에 복무한 점 등의 유리한 정상을 참작한다면서 이 같이 판결했다.

2심인 고등군사법원 제2부(재판장 준장 김흥석)는 지난 2016년 10월 17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실오인 주장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급량비를 초과 정산하여 구매한 양주는 모두 피고인이 소비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다른 사람은 이를 개인적으로 가져가지도 않았으며 급량비를 초과 정산한 금액으로 아무런 이득이 취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이유를 들었다. 이와 함께 군수참모들이 지시가 없었음에도 급량비를 초과 정산하는 방법까지 감행하여 양주를 구매할 만한 동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전출 가는 부하들에게 선물로 주거나 회식때 소비하는 대원 격려용으로 사용하였다면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항소이유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불법영득 의사를 가지고 횡령한 급량비로 구매한 양주를 사후적으로 소비한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횡령금액에 대해서는 와인 대추야자 꿀 커피를 구매한 32,270달러를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이면서 28,886달러를 횡령금액으로 특정하고 원심을 파기하고 이 같이 선고했다.

김기노 제독의 상고심은 2016년 11월 11일 접수됐다. 사건은 대법원 제2부 배당된 후 지난 2017년 11월 12일 현재 법리 쟁점에 관한 종합적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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