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원기 기자]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두 딸을 회사에서 배제했다. 조 회장은 지난 22일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과 관련해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어 땅콩회항 논란이 있었던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23일 각 방송사에서 2014년 5월에 촬영이 된 호텔에서 무슨 공사를 하고 있는데 한 중년 여성이 삿대질을 하면서, 직원을 몰아세운다. 다른 직원들이 두 손을 모은 채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성난 발길질이 이어간다. 분을 못 참겠다는 듯이 이 직원을 거칠게 밀쳐내고, 옆에서 말려도 막무가내이다. 급기야, 직원이 들고 있던 서류뭉치까지 뺏아서 패대기를 친다. 이 동영상을 찍은 제보자는 이 중년 여성이, 조현아, 조현민씨의 어머니인 이명희 씨라고 주장했다.

아버지 조양호 회장은 첫 사과문(조현아 관련)에서 용서를 구하며 "국토부와 검찰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현아를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한진그룹이 내놓은 대책이 진정성 있는 건지,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 아닌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먼저,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사실, 오너인 조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실권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한진그룹 조씨 일가는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사과문 두 개와 지난 12일 불거진 '물벼락 갑질' 사과문 두 개 등 네 건의 사과문을 올렸다. 두 딸의 사과문에는 각각 "승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조현아)", "저로 인하여 마음에 상처를 받으시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조현민)"고 밝혔다.

하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큰 딸은 슬그머니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또, 그룹의 주요 주주 자리를 줄줄히 꿰차고 있는 두 자매가 보직을 사퇴한 들, 조현아 씨가 그랬던 것처럼 언제든 임원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사실 조현아, 조현민 자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한진 그룹의 지배 구조 자체는 변하는 게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질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조현아ㆍ조현민 두 딸을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발표한 날, ‘땅콩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땅콩 회항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조현아씨는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슬그머니 그룹 임원으로 복귀한데다, 조 회장이 조현민 전무의 음성 파일이 언론에 폭로되자 본사 7층 집무실의 문틈을 실리콘으로 메우는 공사를 지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는 등 스스로 의심을 자초했다.

또한 ‘물벼락 갑질’ 파문을 넘어 관세 포탈 등 총수일가의 비리로 확산되고 있고, 대한항공 내부의 추가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이사회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세관 당국은 조 회장 일가의 자택에 이어서, 어제 대한항공 본사와 조현민 '전' 전무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밀수와 탈세 의혹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 되는 분위기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조양호 회장의 사과문에 조 회장 자신의 사퇴도 빠져 있다는 매섭고 날카로운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청원 글은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복귀할 것'이라며 '조씨 일가의 사과문이 꼼수'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두 딸을 대신 전문 경영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첫째 아들 조원태씨가 여전히 대한항공 사장이라는 점, 조씨 일가가 한진그룹 내 여러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 경영이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반면 재계 등 일각에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데 대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특히 국민연금은 정부 등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나치게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정부의 재벌 길들이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으며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주주 활동과 관련해선 현재까지는 의결권 행사 범위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