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사진=38노스 홈페이지 캡처)

[뉴스프리존=유병수 기자]우리 군의 대북확성기 방송중단 조치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데 대한 화답 성격을 갖는다. 정상회담에서는 더 큰 틀의 긴장 완화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겁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시간) 북한이 폐쇄를 선언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사용불능 상태여서 '못 쓰는 카드'를 내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 핵실험장은 "완전 가동이 가능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2008년 6월 북한은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빈 껍데기에 불과한 냉각탑이었지만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조건을 달았다. 심지어 폭파비용 25억 원까지 미국이 내라고 요구해 받아냈다. 반면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는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았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하면서 일부 갱도가 붕괴된 것으로 전해진다. 6차 핵실험은 폭발력이 200-250킬로톤이 넘는 규모로 추정되며 이는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의 10배 이상 규모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국정원도 지난해 11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이 끝나고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38노스는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한이 6차례 지하 핵실험을 감행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우리가 아는 한 여전히 '완전 가동 준비가 갖춰진'(fully operational) 상태"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이 매체는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쪽 갱도는 버려졌지만, 대신 굴착공사를 진행해온 서쪽과 남쪽 갱도에서는 향후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38노스는 "지난 3월 초까지 새로운 굴착 작업이 서쪽 갱도 쪽에서 목격됐다"며 "그러나 이 공사는 3월 중순부터 축소됐으며 이달 초에는 거의 중지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38노스는 이어 "이는 공사가 완료돼 앞으로 새로운 핵실험을 할 준비가 됐거나, 아니면 정치적인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남쪽 갱도에 대해서도 "비록 다른 갱도에서 관찰된 것보다는 인원과 차량 이동이 적었지만, 향후 추가 핵실험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8노스는 "한마디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더는 핵실험을 실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근거는 없다"며 "평양의 명령만 내려지면 핵실험에 쓰일 수 있는 2개의 더 새것 같고 괜찮은 갱도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38노스의 이같은 분석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라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이미 사용불능 상태가 된 핵실험장을 폐쇄한다는, 다시 말해 '못 쓰는 카드'를 내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대치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통일부)도 23일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지금도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듣고 있다"며 "그런 핵실험장 폐쇄를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지난 21일 칼럼에서 6차 핵실험 이후 나타난 '함몰지진'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 실질적인 이유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 야권과 미 워싱턴 일각에서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주장을 평가 절하하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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