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 모두 오는 6.13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으나 1년이 되기도 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반면, 민주평화당은 중간 입장을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반대하면서 결국 개헌안은 6.13지방선거에 처리되지 못하게 됐다.

지난 24일, 문 대통령은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단 한 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6.13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합의하지 못한 국회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투표법이 끝내 기간 안에 개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면서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국민들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동시개헌은 저만의 약속이 아니라 정치권 모두가 국민들께 했던 약속"이라며 "이런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또 2014년 7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위헌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와 같은 상식이 아무 고민없이 되풀이되는 현실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가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남북정상회담 후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며 "다만 제가 발의한 개헌안은 대통령과 정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안전과 균형 등 기본권 확대, 선거 연령 18세 확대 등 국민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등 지방분권 확대, 3권 분립 강화 등 대통령 권한 축소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개헌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개헌과 별도로 제도와 정책 등으로 최대한 구현하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각 부처별로 개헌안의 취지 반영한 제도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추진해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이 개헌을 통해 삶이 나아질 것을 기대했던 국민들게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가 무산됐다며 "개헌을 당장 진행하기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선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는 불가능해졌다"며 "이 시간 이후로 국회에서의 개헌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개헌 논의에 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은 후 지금 상태에서 개헌을 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의 쟁점은 시기와 내용인데 특히 시기가 중요했다"면서 "국민의 뜻은 6월 개헌 동시투표를 하라는 것인데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특검, 방송법 등으로 작년 연말부터 국회 발목을 잡더니 결국 국민투표법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개헌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동시투표를 할 수 없게 됐다"며 "개헌을 지금 상태에서 진행하기 어렵다.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하지만 "당장 개헌 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지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헌은 해야 한다. 개헌은 촛불민심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세우는 국민 명령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향후 개헌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이어 "민주당은 한국당의 태도 변화 등 (개헌안이) 통과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면 언제든지 기회를 다시 봐서 이번에 추진하려고 한 개헌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앞으로는 시기가 문제가 아니다. 국민 뜻에 맞는 개헌안인지, 개헌안이 투표율 50%를 넘을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개헌 동시투표는 무산됐지만 야당의 입장 변화가 있다면 개헌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헌정특위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대선불복 여론조사 특검을 운운하며 공공연히 대선불복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더 이상 개헌 논의를 이어가려고 정성을 다하는게 저로서는 위선이다. 추미애 대표가 만류했지만 저는 오늘로서 헌법특위 간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앞으론 홍준표 한국당 대표 등 6월개헌 약속을 파탄 낸 주범들을 심파하는 길로 백의종군하겠다"며 "훗날 제가 다하지 못한 소임을 누군가 다시 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국민투표법 개정 무산으로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불발된 것에 유감을 밝힌 것과 관련해 "국민투표법 무산의 책임은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반박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국민투표법 개정 실패로 개헌이 무산됐다며 야당의 책임으로 돌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국민투표법은 국회 개헌안이 합의되면 당연히 함께 처리될 부수법안"이라며 "그런데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투표법이 개헌안의 선결 조건인 것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와 민주당은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국민투표법은 야당에 개헌 무산의 책임을 전가하고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만든 술책"이라며 "청와대는 한 달짜리 졸속 개헌안을 국회에 던져놓고 통과시키라며 생떼를 썼고 민주당은 앞에서 개헌을 외치고 뒤로는 개헌 무산 책임을 야당에 씌워 지방선거에 활용할 궁리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상식으로는 개헌을 땡처리 마감임박 상품처럼 일정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개헌안 마련이 더 중요하다는 야당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이라며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개헌을 못하는 것이 비상식이면 오로지 선거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절차·과정은 무시하고 졸속으로 개헌을 하는 것은 상식적이냐"며 "청와대는 야당 책임을 묻기 전에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게 만든 김기식 사태와 드루킹 게이트와 같은 여론조작 사건의 비상식을 먼저 따져 묻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이런 반발은 여론에 득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홍준표 대표 또한, 6.13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안 투표를 하기로 약속해놓고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버린 것과 지난 1년동안 아무런 개헌안을 내놓지 않다가 대통령 개헌안이 나오자 부랴부랴 개헌안이랍시고 내놓은 것도 다른 야당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국회를 공전시키면서 ‘특검’과 국정조사에 목을 메는 모습은 어떻게 해서든 6.13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하는 정략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한국당 등 야당이 ‘특검’과 국정감사를 요구하고 있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TV조선 기자가 ‘드루킹’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에 무단 침입해 태블릿PC 등을 가져간 것이 확인되고 경찰에 의해 입건되면서 국면은 또 다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TV조선 소속 기자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는데,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8일 오전0시께,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침입해 태블릿PC와 USB, 휴대전화 등을 훔쳐간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이 건물 다른 입주자인 B(48.인테리어업)씨와 함께 사무실에 들어갔고, 사무실 안에서 A씨는 사진 180여장을 촬영해 회사 기자들과의 스마트폰 메신저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취재 욕심 때문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A씨는 회사에 보고한 뒤 그날 바로 자신이 가져갔던 물건을 되돌려 놓았으며, 취재에는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되돌려 놓았던 태블릿PC 등은 이후 B씨가 또 훔쳐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 진술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와 B씨의 무단침입 경위와 관련해서는 두 사람은 상반된 주장을 했는데, A씨는 B씨가 건물관리인의 위임을 받은 것으로 알고 B씨의 제안에 따라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씨는 A씨가 먼저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 출입을 제안했으며, A씨가 사무실 문을 열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B씨는 당시 사무실 안에서 보안키를 훔쳤다가 이후 2차례 더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무단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3번째 무단침입 때인 지난 21일 오전 8시 29분께 파주시 문발동 느릅나무출판사에 침입해 양주 2병과 라면, 양말 등 20여점을 훔치고 신고자를 폭행한 혐의(준강도)로 구속됐다.

B씨는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서 내 아들 명의로 된 택배 물건을 발견해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택배 상자에 적혀 있던 이름은 드루킹이 운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관계자 이름을 B씨가 착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경찰은 지난 24일 B씨가 운영하는 인테리어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해 컴퓨터 본체 2대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그런데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TV조선이 매일같이 ‘드루킹’사건을 추측성에 의해 보도하는 상황에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태블릿’운운한 것, 박성중 의원이 KBS ‘일요토론’에서 “TV조선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상황에서 TV조선 기자가 ‘절도’ 행위를 했고, 사진을 기자들이 공유하는 텔레그램 단체방에 올렸다는 사실은 석연치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TV조선의 느릅나무 출판사 무단침입 및 절도사건과 관련해 "단순 절도사건으로 보기엔 많은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수습기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과감하고 상식 밖의 행위"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백 대변인은 "TV조선 기자가 드루킹 사무실에서 태블릿 PC와 USB를 들고 나온 다음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태블릿PC가 존재할지 모른다고 언급했으며 박성중 한국당 의원도 방송에서 TV조선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종의 연결고리에 따라 발생한 사건으로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며 "김경수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아 누군가가 기획한 각본대로 이 사건이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민주당의 반발이 아니라 하더라도 TV조선 기자의 ‘절도’ 행위는 B씨가 ‘드루킹’ 사무실에서 양주와 라면 등을 훔쳐 구속된 것에 비교하더라도 뒤떨어지는 범죄 행위가 아니다. 벌써부터 여론은 B씨를 구속했으면 A기자도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기자라서 봐주나?’라는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니 경찰의 정확한 수사와 처리가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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