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여행을가다 ,. '지암일기' 속 윤이후의 여행목적과 시기별 특성

"호산(湖山·호수와 산)의 맑은 운치 또한 남쪽 지방의 빼어난 승경이니 우리들 이 모임은 가히 얻기 힘든 일이라 할 것이다."

윤선도의 손자이자 조선 후기 문신인 지암 윤이후(1636∼1699)가 쓴 '지암일기'의 한 구절이다.

지암일기는 숙종 18년인 1692년 함평현감을 마지막으로 귀향한 윤이후가 169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7년간의 향촌생활을 담은 일기다.

 

'지암일기' 속 윤이후의 여행목적과 시기별 특성
          

일기가 시작되는 1692년 3월 7일부터 1699년 9월 8일까지 7년 6개월간 윤이후는 모두 111차례에 걸쳐 755일간 여행을 한 것으로 나온다. 1년에 평균 14.8회 여행을 떠났고 100일간 여행길에 있었던 셈이다.

김경숙 조선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한국문화' 최근호에 실은 논문 '17세기 말 향촌 사대부의 생활과 여행'에서 지암일기 속 여행 기록을 분석했다.

전통여행에 관한 기록은 주로 '유람기'나 사신으로서 외국 출장길 여정을 담은 '사행록'(使行錄) 등의 형태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상적인 삶의 과정에서 경험한 여행을 알려주는 자료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지암일기는 당시 사대부의 여행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윤이후의 여행은 크게 '의례·분산', '휴양·유람', '가사·경제', '지인 방문'으로 나뉜다.

'지암일기' 속 윤이후의 여행목적과 시기별 특성

이 가운데 족친이나 지인의 상·장례나 제사, 성묘 등을 위한 의례·분산(墳山·묘를 쓴 산) 여행이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말년으로 갈수록 이런 목적의 여행에 더욱 전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삶에서 성리학적 의례와 분산 수호가 주요한 일이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여행기간은 5일 이하의 단기여행이 72건으로 전체의 65%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1박2일 여행이 33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배인 방문이 잦았던 점도 눈길을 끈다.

윤이후는 모두 20차례 지인 방문을 위한 여행길에 올랐는데 16회가 유배인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폐비민씨의 복위운동을 반대하던 남인이 화를 입어 실권하고 소론과 노론이 재집권하게 된 '갑술환국'의 여파 속에서 정치적 성향이 남인계였던 윤이후가 남인계 유배인과 긴밀하게 교유했음을 보여준다.

윤이후의 유배지 방문 경로

순수히 쉬기 위한 목적인 휴양·유람을 위한 여행은 28건이었다.

이 여행에서 윤이후는 주로 족친이나 지인의 연회에 참석하거나 사찰·명승지를 유람했다.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함께 떠난 합동 여행도 종종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것이 1698년 10월 6일 '만덕사 뱃놀이'인데 해남윤씨 족친 13명을 포함해 이들의 시중을 들기 위한 사람들까지 수십명이 함께 간 대규모 여행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유람하기 좋은 계절 친척, 지인들과 인근 지역 사찰을 찾아 단란한 한 때를 즐기는 등 조선시대 사대부의 유람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모습"이라면서 "이런 유람은 후속 모임으로 이어져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 10월 4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와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 일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민 관광시대 연 ‘13억 중국’… 국내 41억 · 해외 1억명 여행 
가는 곳마다 ‘큰손’

전문채널 등장·SNS로 정보공유 늘어
 베이징·광저우·시안 등은 ‘인산인해’
여행수입 698조원 ‘내수경제의 한 축’

춘제 등 긴 연휴에 해외 여행객 늘어
 방문지 1위는 한국… 美도 21% 증가

 개혁·개방이 시작한 이후에도 까다로운 해외 출국 절차에 발이 묶여 있던 중국인들이 ‘죽(竹)의 장막’을 걷고 중국은 물론 전 세계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전 국민의 관광객’ 시대를 맞이하며 중국 국내 관광지와 세계 유명 관광지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넘쳐 나고 있다.

1981년 중국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자유여행은 기본 인권”이라면서 여행 규제를 완화할 것을 촉구하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좋다, 그럼 캘리포니아에 중국인 1억 명을 보내면 어떻겠는가”라고 응수해 레이건 대통령을 당황케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30여 년이 지난 올해 해외 여행을 나선 중국인 여행객은 연인원 1억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은 3년 연속 해외 여행객 최대 배출국으로 중국 국내 여행업계는 올 한 해 연인원 41억 명의 관광객을 맞이했다.

◇‘13억 중국인 전 국민 관광객 시대’

17일 중궈징지왕(中國經濟網)은 중국 여유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 한 해 중국 내 여행객 수용 인원은 연인원 41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중국의 국력이 상승하면서 중국에는 여행 붐이 불고 있다. 여행 붐은 최근 수년 사이 폭발적으로 일어 내수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 해 여행 수입은 3조8400억 위안(약 698조 원)으로 올해 관광경제운영종합지수는 3년 내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에는 여행 전문 채널이 등장하고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여행 정보를 공유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핀테크(IT금융)의 발달과 더불어 온라인(및 모바일) 여행사인 셰청(携程·시트립)과 취날(去) 등을 통해 손쉽게 여행 상품과 호텔, 교통편을 예약한다. 이 외에도 카카오톡과 비슷한 채팅애플리케이션인 웨이신(微信·위챗)이나 검색엔진 바이두(百度), 그리고 소셜커머스 등 도처에 여행을 갈 수 있는 플랫폼과 콘텐츠들이 넘쳐 난다. 연휴가 긴 점도 중국인들의 여행을 촉진하는 요소다. 춘제(春節)나 노동절, 국경절 등 1주일간의 연휴는 대목이다.

과거 다소 호사스러운 단어인 ‘뤼유(旅游·여행)’는 이제 모두가 즐기는 보편적인 단어가 됐다. 10여 년 전만 해도 ‘나중에 세계 여행을 가는 것이 꿈’이라고 하던 대학생들은 이제 손쉽게 세계 여행을 다니며 ‘큰손’으로 대접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여행을 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비율은 전 국민의 81.85%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는 대부분의 평범한 서민(老百姓)들이 여행하기를 원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여행의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행업이 주요한 경제 성장동력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아 가면서 지방정부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들의 가장 인기 있는 국내 여행지는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시안(西安), 구이린(桂林)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지역은 ‘황금주간(골든위크)’이라 불리는 노동절이나 국경절 연휴 기간에 폭발적으로 인파가 몰린다. 이 기간에 베이징 시민들은 해외로 나가거나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고 다른 지방 중국인들은 베이징으로 여행을 오는 통에 시내 중심 관광지는 인산인해를 이루며 연휴 초반과 끝날 무렵 공항에서 도심으로 통하는 길은 주차장이 되곤 한다.

◇해외 여행객 ‘연인원 1억2000만 명’

중국 국가여유국은 올해 해외 여행을 한 중국인 수가 처음으로 연인원 1억2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것으로 중국은 3년째 가장 많은 해외 여행객을 내보낸 국가 1위를 차지했다. 런민왕(人民網)은 올해 ‘중국 관광객’이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화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런민왕은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 열풍은 해당 국가에 풍성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줘 각국이 이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수년 동안 반일 감정으로 인해 주춤했던 일본에 폭발적으로 많은 인원이 방문하면서 중국인들의 일본 여행이 화제가 됐다. 일본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2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80%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10월까지 428만 명이 넘어 이미 전년 한 해 동안 인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올해는 500만 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써 중국인은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26%를 차지했으며 지난 9월까지 중국인이 일본에서 소비한 액수는 575억 위안(10조46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해 일본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한국은 줄곧 가장 많은 중국인이 찾는 국가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지난 6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음에도 올해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 1위를 유지했다. 런민왕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 여행은 ‘쇼핑’의 대명사라고 전했다.

한국이 대중적인 해외 여행지라면 중국의 중산층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미국과 호주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4년 218만 명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특히 내년은 ‘미·중 관광의 해’로 내년에는 미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여유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 여행을 간 중국인 중 미국 여행을 한 여행객의 만족도는 83.44로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은 77.86이었다. 호주도 인기 있는 여행지로 올해 연인원 10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호주를 찾은 것으로 추산되며 전년 대비 22%, 소비액으로는 32% 증가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1년간 중국인 관광객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6% 기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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