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KBS

[뉴스프리존=심종완 기자] 무르익은 봄의 상징인 철쭉이 올봄의 마지막 꽃 잔치를 벌이고 있는 요즘, 전라남도 보성의 푸른 산야에도 유난히 크고 붉은 산철쭉이 지천으로 피어나 황홀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주 ‘영상앨범 산’에서는 우리네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산행을 나서는 야생화 자수 작가 김종희 씨, 임현경 씨와 함께 보성의 명산 제암산, 일림산으로 떠난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보성의 명찰, 대원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대원사를 찾은 일행은 오랜 세월을 간직한 천년고찰의 고즈넉한 풍경을 둘러보며 현장 스님과 다도의 시간을 나눈다. 그 짧지만 귀한 시간 동안 부처의 가르침과 삶에 대한 문답을 마음에 새긴 일행. 한결 평온해진 마음으로 제암산 휴양림 안에 조성된 ‘더늠길’을 먼저 걷는다. 

판소리 명창이 일생 동안 다듬어낸 자신만의 독특한 가락이나 특징을 일컫는 ‘더늠’이란 말에서 이름 붙은 ‘더늠길’은 제암산의 가장 좋은 길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화창한 햇살 속에 숲의 맑은 공기와 청량한 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보성의 자연 속으로 더 깊이 들어선다.  

첫 산행은 장흥과 보성 경계에 솟아 있는 제암산을 오른다. 소백산맥 끝에 자리하며 큼직한 골짜기와 수많은 샘,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제암산은 정상부에 임금 ‘제(帝)’ 자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어 그 이름이 붙여진 곳. 연둣빛 신록 속으로 산행을 시작하는 초반, 부드럽게 이어지는 오름길에는 여기저기 솟은 기암괴석과 바위 틈 사이로, 풀숲 사이로 소중한 생명 틔워낸 야생화들이 일행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봄의 전령이 안내하는 산길을 따라 얼마나 올랐을까, 해발 807m 제암산 정상에 서자 막힘없는 조망 속에는 월출산과 천관산, 지나온 제암산의 푸른 산자락과 그림 같은 보성의 들녘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상을 뒤로하고 만나는 곰재산 능선의 철쭉 군락지는 그 길이가 무려 12.4㎞에 달한다. 이 진분홍 꽃 물결은 제암산과 함께 호남정맥을 이루는 일림산까지 능선 내내 이어져 봄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다음날은 제암산과 한 줄기를 나누고 있는 일림산에서 산행을 이어간다. 능선과 정상 일대를 온통 뒤덮고 있는 일림산의 철쭉 군락지는 330만㎡에 달할 만큼 전국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해풍을 맞고 자란 덕에 여느 철쭉보다 붉고 선명하며 키가 큰 것이 특징. 철쭉의 향연 속을 누비며 다다른 일림산 정상에서는 매년 철쭉이 만개할 즈음 열리는 철쭉 제례를 통해 나라의 평안과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더불어 주위에는 호남의 명산과 발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 아득히 펼쳐진 율포 앞바다와 보성만의 물길까지 보석처럼 빛나는 이 고장의 아름다움이 눈앞에 가득 놓여있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일상의 작은 여백과 행복을 찾아보는 시간. 보성 제암산, 일림산에서의 여정을 ‘영상앨범 산’에서 만난다. 20일 오전 7시 15분 KBS 2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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