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료나 소스가 없다면 인육(人肉)도 결국 단순 한 맛이 난다고 한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식인 행위는 과거 사람들 삶의 방식이었다. 식인 행위에 대한 기록은 원주민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그들의 땅들을 침략했던 끔찍한 행위를 정당화하 려는 유럽 정부의 시도였다. 과거부터 음식은 인 간 생존의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역사 속에서 우 리와 함께 공존해왔다. 음식이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기 록은 드물다.

톰 닐론은 <음식의 전쟁>을 펴내며 음식의 역사 적 공백을 채우기 시작했다. 오래된 요리를 재현하 는 일과 서점 일을 결합해보자 시작한 일이다. 그러 나 막상 그가 찾은 4세기 로마 요리책 <요리에 관하 여>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이상하고 엉성했다. 요리 기록의 분량이 적어 음식에 대한 역사적 증거는 시 간이 흐르면서 찾기 힘들었다.

또 다른 요리책은 계급, 성별, 인종, 지리에 따라 내용이 다양해 핵심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러한 배경으로 쓰여진 이 책은 음식뿐만 아니라 먹는 장소나 행위와 같이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 를 다루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음식의 역 사를 바라볼 수 있다. 음식의 휴대성에 대한 변화 를 불러온 음식 추출 방식, 인간의 야만적임과 잔 인함을 보여주는 식인 행위, 혁명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장소가 된 디너 파티, 카카오를 차지하기 위한 무역 분쟁 등이 이런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17세기 유럽 전역의 전염병 확산을 막았던 주된 요인은 레모네이드다. 과거의 파리사람들은 이 사 실을 몰랐다. 진정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 유는 레모네이드이지만 미흡한 의학술과 부족한 과 학적 지식으로 당시 레모네이드의 역사적 공은 의 도치 않게 지워졌다. 그러나 음식의 역사적 공백이 생긴 원인이 발전되지 못한 의학과 과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리를 직접 만든 사람의 절대적인 다 수는 여성이었지만 당시 요리책 작가의 대부분은 남성이었다. 여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음식의 역사 를 이어왔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나 올 수 없었다. 무지와 여성 혐오 속에서 여성들은 음 식의 변화와 조리 방식을 기록할 수 없었으며 역사 적 공백을 허용하게 됐다.

톰 닐론은 인류의 역사는 결국 음식을 쟁취하 기 위한 혁명, 전쟁, 탐식의 역사라고 정리한다. 인 류 역사의 주체는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만약 과거 음식의 역사 기록이 풍부했다면 우 리는 과거를 지금보다 더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만큼은 중세 화가의 판화나 소묘, 오래된 일러스트들과 함께 역사 속 주인공이 된 음식의 이야기를 잘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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