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강대옥 선임기자] 6.13 지방선거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지난 3일 심야 회동을 갖고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한국당과의 단일화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호언해온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이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3선(選) 저지" 필요성에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단일화 방식 등을 두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투표가 오는 8·9일 이틀간 실시되는 것을 감안하면 야권 후보 단일화의 마지노선은 사실상 6일이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있는 주승용 의원은 5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바른미래당에서 전남의 유일한 국회의원이다 보니까, 지역에서도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 나중에 함께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저는 그럴 일은 분명히 없을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같이 할 수도 없고, 말씀을 드리고 약속을 드렸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야권 관계자는 "김·안 후보가 3일 밤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났으나 (단일화 방식 등에 대한) 입장 차를 확인하고 헤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안 후보는 회동에서 "서울이 바뀌려면 민주당 박원순 현 시장의 3선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는 뜻을 같이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 등에 대해서는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두 후보가 회동에서 단일화 방식 등에 대해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측근들이 진행해온 물밑협상 상황을 두 후보 모두 알고 있어 상대 의중을 충분히 읽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동은 그동안 협상을 진행해온 양측 실무진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은 실무협상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서 "단일화 됐을 경우에 그게 표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올 수 있는 소위 역풍이 불 수 있는 상황도 고려를 해야 된다"며 "솔직히 질 때 지더라도 제대로 가는 것이 오히려 지역민들의 표심을 받을 것"이라고 단일화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측은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며 김 후보의 '양보'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안 후보가 주장하는 방식은 정치적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게 김 후보의 생각"이라고 했다. 단일 후보를 결정할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 시너지'를 감안할 때 안 후보가 '표의 확장성'에서 앞서지 않느냐"라고 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야권 일각에선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는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8·9일 사전투표 전에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투표자 5명 중 1명이 선거일 당일이 아닌 사전투표일에 투표했다. 50%대인 지방선거 투표율을 감안할 때 사전투표의 중요성은 그만큼 크다.

양측이 후보 간 직접 담판을 통해 타결을 시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사전투표 전에 여론조사 단일화를 하려면 5일까지는 단일화에 합의하고 6일까지 여론조사를 마쳐야 한다. 선거법상 7일 이후 실시된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공표할 수 없다. 그런데 양쪽 캠프의 실무진 사이에서는 단일화 문항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한다. 정치적 담판을 통해 어느 한쪽이 사퇴하는 것은 6일 이후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단일화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6일까지 타결을 보는 게 바람직하다.

김·안 후보로서는 단일화가 기초단체장 선거에 미칠 영향도 고민이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받고 "제 밑에 구청장, 밑에 또 시의원과 구의원 후보들이 있다"며 "저나 안 후보가 그만두면 밑의 100명 이상이 관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를 포기하는 쪽은 구청장, 기초의원 선거에도 타격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반면 양측에선 "아직 시간이 있다"는 기류도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김 후보가 전날 회동에서 안 후보에게 '앞으로도 잘해보자'고 말하고 헤어졌다"고 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박원순 후보 3선 저지 방안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각자 완주하면 필패(必敗)일 테고 두 사람으로선 그 책임론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과에 대해서 실패할 것이 확실하다고해서 (한국당측이) 스스로 포기하는거야 단일화라 할 수 없잖나"라며 "다른 선거도 있고 그런데 적폐, 국정농단 세력하고 손을 잡으면 우리도 국정농단 세력이 되어 버린다"며 단일화시 다음 총선에 거세게 밀어닥칠 호남의 역풍을 우려했다. 한편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서울 이외 지역에서도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전·충북 등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 주장이 강하게 나왔지만 두 지역 모두 일단 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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