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과 지역재생

 

[뉴스프리존=조경환_공간 컨텐츠 프로듀서] 원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것은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고급 상업 및 주거지역이 새롭게 형성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원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주민들의 주택이나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이제 카페 공동체나 음식 공동체들이 한 지역을 부흥시키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상하게 되고 이에 따라 그 지역에 초기 많은 투자를 한 점포주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철새처럼 이동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임대료가 지나치게 상승해서 공간을 실제로 운영하는 임차인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 높아지는 임대료로 대신하기 위해서 새로운 큰 규모의 건축물이 만들어짐으로서 본래의 초기 분위기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서 원래 존재했던 그 지역 고유의 매력을 잃어버리는 현상도 포함된다.

당초에는 평범한 지역 상권이었던 곳이 매혹적인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대중들의 인기를 끌면서 핫 플레이스로 변화시킨다. 그러나 이에 따른 가치의 상승으로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한다. 이에 따른 어려움을 겪는 지역부흥의 기여자들인 점포주들은 임대료가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바로 이러한 현상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 경주 '황리단길' 은 '대릉원'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핫 플레이스 자리 잡은 이곳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조경환

‘젠트리피케이션’은 국립국어원에 등재된 우리말로는 ‘둥지 내몰림’이다. 국어사전 순화어로 등재될 만큼이나 이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서울의 홍대 앞, 이태원 경리단길, 강남 가로수길 같은 곳에서 시작한 ‘내몰림’ 현상이다.

미국 도시 비평가이자 운동가인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도시의 사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슬럼화된 지역의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도 있다. 범죄다발지역이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그 생력을 부여하는 것이 ‘다양한 인간 활동’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둥지의 내몰림’을 뜻하는 젠트리피케이션도 도시에서 문제점이지만 더 큰 문제점이 되는 것은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이다. 듀플리케이션은 보통 영화 편집 작업을 할 때 “듀프” 뜬다고 할 때 원본의 훼손 방지를 위한 ‘복사본’을 가지고 편집을 하고 나중에 네가티브(원본)와 포지티브(편집용) 필름을 후반편집을 하는 것을 뜻한다. 흔히 ‘복제화’를 그렇게 표현했다.

다시 말해 획일적인 도시모델을 강요하는 것이 ‘듀플리케이션’이다. 우리나라 구도심 개발에 있어 이러한 ‘복제화’ 현상을 두드러져 보인다. 도시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우려되는 또 다른 현상이다.

최근에 들어 ‘집단지성’ 이라는 것을 자주 얘기를 한다.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된 집단의 지적 통합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개인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한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전체 집단집성의 힘이 더 많은 것을 도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복잡한  생각을 가진 이들의 통합된 능력을 하나로 모으는 것, 그것은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한 사람의 구심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들이 협의에 의해 이루어내는 집단이 갖고 있는 지혜의 힘이다. 바로 이러한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이나 ‘듀플리케이션’을 피할 수 있는 공동체의 집단지성이 발휘했을 때 비로소 그 역량을 발휘한다.

일본 요코하마 ‘창조도시' 초기 프로젝트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 토론토대학 로트만 경영대학 교수인 리처드 플로리다교수는 한 도시나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3T인 '기술'(Technology), '재능'(Talent), '관용'(Tolerance)이 조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특히 관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3T를 토대로 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 거리문화와 거리예술이 풍요로운 예술적 환경, 매력적인 카페들이 모여 있으면서 차별이 없고 개인의 자율성과 독자성이 보장되는 곳이 바로 창조적인 공간이라고 정의하였다.

▲ 일본 야오야마(靑山)에 위치한 카페 공동체 골목인 ‘commune 246’ . /사진=조경환

이러한 공동체의 집단지성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켜 ‘젠트리피케이션’을 회피한 사례 중에 일본 도쿄에 'commune 246' 가 있다. 아기자기한 도쿄의 골목길을 재현한 테마 공간이다. ‘commune 246’은 도쿄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지역 중에 하나인 아오야마(靑山)의 가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예쁘고 특색이 있는 카페와 커피숍이 자리하고 있다. 각 점포마다 개성이 뚜렷하여 일본인은 물론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코뮌 Commune 246의 입구와 출구는 쌍방향이다. 어디가 입구이고 출구인지 모른다. 모여 있는 카페들도 하나같이 개성이 강렬하다 그리고 매일 이벤트들이 간이 무대에서 이루어진다. 매일 밤마다 소규모의 축제가 끊임없이 개최된다. 모든 종업원들도 하나같이 얼굴에는 웃음이 만면하다.

이곳은 청춘남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그 유명세가 널리 퍼져서 오전 12시 전후에는 직장인들이 오후 6시가 넘어서면 대학생인 듯이 보이는 젊은이들, 근처에서 퇴근한 직장인들, 그리고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커피숍에서 자메이카 스타일 야외 바까지 모든 것이 이곳에서 해결이 된다. 도쿄의 야오야마 특유의 분위기라기보다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남아메리카 어느 해변 가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곳이 이렇게 관광객들의 소문에 힘입어 빨리 명소로 정착된 것은 말 그대로 이곳 상점들의 ‘코뮌’의 소통 능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사온 음식도 반입할 수가 있다.

. ‘commune 246’은 그들의 공동체와 합의된 운영과 지혜를 모아서 ‘젠트리피케이션’을 회피한 것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2018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로 ‘소확행’(小確幸)이 선정되었다. ‘소확행’이란 것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다. 이제 소소한 일상 속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복잡한 세상의 일상에서 소시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이 유행하는 이유일 것이다.

▲ ‘소확행’은 재래시장에 포창마차에서 맛보는 음식도 소소한 일상 속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느낀다. /사진=조경환

소소한 일상의 작은 행복이 느낄 수 있는 골목길 속 카페문화가 도시의 문화코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의 익선동, 북촌과 서촌 등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으로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이 젊은 창업가들에 의해 골목길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화제의 명소로 만들었다.

2017년 1109만 7033명의 관광객이 찾았다고 하는 전주한옥마을 근처에는 ‘남부시장 청년몰’이란 이색 공간이 있다. 옥상 공간을 골목길을 재현한 청년 공동체로 만든 이곳은 32개 상점은 저마다 개성이 가득한 곳이다. 작가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작가공방, 그리고 색다른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한 곳에서 아기자기한 골목길 카페 등을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남녀노소 구분이 없이 찾고 있다. 분위기도 들뜬 분위기의 한옥마을과는 달리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소소한 행복감마저 느껴진다. 가끔 야외 공연장에서 개최되는 버스킹 콘서트도 청춘남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곳은 TVN의 ‘알쓸신잡’에도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고,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와는 포스터 전시, 포토존, 타투스티커 등 ‘남부시장 청년라운지’라는 이벤트를 이곳에서 진행되었다.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문전성시)’으로 시작되었다. 패션, 책, 핸드메이드 제품 등 톡톡 튀는 상점들이 입주하고 갔다 온 이들의 입소문을 통해 전주시의 도시 브랜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청년들은 비록 자본은 없으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고 그래서 이러한 기본을 바탕으로 아기자기한 골목상권을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의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라는 도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은 옥상을 골목길로 재현해낸 공간이다. 32개 상점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사진=조경환

최근에 들어 순천시의 핫 플레이스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있다. 청년창업가들에게 골목상권을 재현하고자 개관된 ‘청춘창고’는 순천역에서 내리자마자 왼쪽 방향으로 200 m 거리에 지난 1961년 건립된 양곡창고를 청년들의 창업 공간이다. 순천 청년들의 창의적인 사업 발상을 통해 차별화하고 또한 청년들의 이색적인 문화 이벤트와 결합해 화제의 발신기지로서 역할을 함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청춘문화를 생산, 소비하고 공유하는 청년문화의 중심지를 표방하고 있다. 이곳의 ‘청년 창업자를 육성(일하다)’, ‘청년의 문화교류(놀다)’, ‘만남과 경험(배우다)’, 나누다(자원봉사)‘를 운영의 방향으로 삼고 있다. 현재는 주로 먹거리에 치중된 아이템을 문화 콘텐츠의 더 확대시켜 화제의 발신기지 ’청춘창고‘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또한 '청춘창고'에 이어서 재래시장인 '웃장'에 문을 연 '청년웃장'은 순천과 광양 청년들을 중심으로 문을 연 15곳의 청년 점포를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곳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할 수 있는 공공성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청춘 창업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순천 '청춘창고'. /사진=조경환

도시 골목길 상권에 개성이 있는 공간들이 생긴다는 것이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지역민들의 욕구를 해소한다는 데 있어서 고무적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한적한 카페에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맛보는 희망에서 이제 골목길이 '사람만 모으면 도는 집객(集客) 기술의 집착에 의해 장소 자체의 지나친 관광지화((touristify)'가 된다는 것이다. 도시관광과 음식은 상호 연계 고리가 깊지만 SNS에서 ‘맛집’으로만 검색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면서 음식의 소비로만 흘러가는 ‘푸디피케이션’(foodification)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것 중에 하나 전국 각지에 이태원 ‘경리단길’의 유명세를 남용하면서 골목길의 개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태원 ‘경리단길’이 원체 유명해져 각 지역마다 ‘○단길’이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도로를 리모델링한 중림동 서울로 7017의 ‘서울 중리단길’, 전주의 객사 웨딩거리의 ‘객리단길’, 울산 꽃바위의 ‘꽃리단길’, 대구 대봉동의 ‘봉리단길’, 광주 동명동의 ‘동리단길’, 부평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평리단길’, 부산 망미동의 ‘망미단길’ 황남대총의 경주 ‘황리단길’ 등이다. 그래서 무분별한 개발에 저항하는 ‘망리단길 싫어요’라는 서명운동까지 있었다.

▲ 대구 '김광석거리' 근처에는 대봉동 '봉리단길'이 있다. 이태원 '경리단'과 대봉동 '봉' 자를 조합한 웨딩과 카페 거리이다. ‘경리단길’이 원낙 유명해져서 각 지역마다 ‘○단길’ 이라는 명칭을 조합하는 곳이 많이 있다. 그러나 임의로 부쳐진 명칭으로 주변에 있는 이들도 그 거리 명칭에 대하여 잘 모른다.이렇게 유명세를 이용한 일률적인 장소의 명칭 부여는 문제가 많다./사진=조경환
▲ '객리단길'은 전주의 주 한옥마을 인근 다가동과 고사동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경리단길을 패러디한 카페 골목길이다. 구도심에 청년 창업가들이 찾아들어 다시 활기가 찾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블로거들이 SNS을 통해 그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서히 알려졌다. 객사로 입구 앞쪽에는 '영화의거리'가 있고 그 뒤쪽에 '객리단길'이 있다. 객사길에 있는 '영화의거리'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주행사장인 메인 돔과 근처의 메가박스를 비롯한 영화상영관이 있고, 독립영화상영관을 비롯한 영화전반에 걸친 인프라가 조성된 곳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남포동 극장 상영관을 중심으로 영화제 기간내 영화상영을 함으로서 지역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남포동을 비롯한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부평깡통야시장 등의 이미지 메이킹에 영화제가 공헌한 바가 대단히 크다고 파악된다. 전주국제영화제도 이곳 객사길인 '영화의거리' 활성화를 위해 주상영관과 메인 돔에 주요 프로그램을 배치에 거리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객사길'은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뒷쪽에 있어 젊은 창업가들이 이곳에 하나나나씩 모여서 서울 경리단과 세련된 디자인 등 비슷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젊은이들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 사진=조경환
▲ 인천 부평의 '평리단길'은 기존 명칭인 '문화의거리'가 잘 정착된 곳이었으나 문화의거리 메인 상점들이 특색이 없다는 점에서 뒷골목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디자인 카페나 젊은 창업자들의 만든 상점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평리단길'이라고 부쳤다. 인근에 부평시장이나 부평역 근처의 상점가, 지하상점과는 인천에서 가장 인구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아직 '평리단길'이라는 명칭에 어울린만한 음식공동체나 카페공동체가 만들어져 있지는 않은 곳이다. 기존의 '문화의거리'로도 유용하다. /사진=조경환

골목길 상권의 관광지화는 무분별한 프랜차이즈의 확장과 지나치게 상업적인 식문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서 카페 공동체의 매력도 점차 소멸된다. 골목길 속 잡화점, 서점, 문구점, 식당, 카페 등 기존상권이 위축되어 임대료 상승에 따라 기존상점이 떠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골목길’ 특유의 아기자기한 매혹이 없어지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 상권만 대형화되는 단점이 있다. 소상공인의 꽃인 골목길 문화가 약해지면 도시 분위기도 고유성이 없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도시의 자부심이 되고 지속가능한 개성을 발휘하는 골목길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골목길 공동체들의 일치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바로 집단지성에 의한 지역재생에 대한 지고지순한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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