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뉴스영상캡처(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뉴스프리존=김원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놓고 사법부 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법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근길에 "이번 사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다. 앞서 검찰 고발도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김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권 남용과 관련해 고발 등 형사조치 여부를 놓고 1주일 넘게 의견을 수렴했다. 법원 내부 의견은 엇갈린 가운데 최종 결론을 앞두고 대법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형사 조치에 반대한 전국법원장 회의 결과를 고려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내부 조사를 진행해 왔던 원칙을 이야기한 것일 뿐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국회 조사를 통한 문제 판사에 대한 탄핵을 수사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은 10여건에 달하지만 검찰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공개된 문건만으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등 범죄 혐의 입증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하지만 5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이어 7일 전국법원장들까지 20년차 이상의 고참 판사들이 한목소리로 수사 불가를 외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민 법원장은 인권법연구회 전신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국회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보다 검찰 수사가 더 부적절하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한 현직 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형사 조치에 반대한 서울고법 부장회의와 법원장 회의 결과를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중앙지법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지만, 민 법원장이 추가조사위원장이었고,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기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과 김 대법원장 취임 초 대법원에 근무한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2차 조사) 활동을 지시할 때만 해도 법원의 힘으로 해결하자는데 무게를 뒀다"면서 "특별조사단(3차 조사) 발표를 전후로 진보 성향인 '인사모(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 인사들이 (김 대법원장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으로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된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검찰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던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11일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앞서 1일부터 의정부지법·서울가정법원·대구지법·서울중앙지법 등 단독·배석판사들이 잇따라 회의를 열고 "수사 촉구"를 결의했다. 인천지법·부산지법에선 부장판사들도 같은 의견을 냈다. 검찰은 최근 관련 법리를 정리한 `직권남용 백서’를 만들면서 사실상 판단기준 정립에 나섰다. 직권남용 혐의를 폭넓게 인정했던 국정농단 사건의 선례에 비춰보면 이번 사건 역시 혐의 인정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검찰이 사법부의 심장에 직접 칼끝을 겨누게 될지, 김 대법원장이 내릴 최종 판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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